'기내식 갑질 ' 박삼구, 한진가 갑질 닮은꼴

2018-07-0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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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특혜→낙하산 논란 확대...직원들 '회장 갑질 및 비리 폭로 집회' 개최 일파만파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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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의 갑질 논란이 특혜 의혹과 낙하산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무리한 갑질로 기내식 파행을 야기한 데 이어 승객에겐 지급되지 않은 기내식이 박 회장이 탑승한 항공기에는 제공된 것이 한진가의 특혜와 닮은꼴이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 이후 이어진 직원들의 폭로로 확산된 대한항공 사태처럼 아시아나의 '노 밀(No Meal) 사태'도 확산일로에 있다. 특히 기내식 납품업체 사장의 자살로 세간이 떠들석 한가운데에서도 경영 경험이 전무한 가정 주부인 딸을 금호리조트 상무로 앉히고 기내식팀장을 승진시키는 등 박 회장의 갑질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기내식 파행서 시작된 박 회장의 갑질 의혹이 고구마 줄기 캐 듯 나오자 물컵 갑질이 총수 일가의 전횡과 비리 의혹으로 번진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간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고용주의 갑질을 눈감와 오다 도저히 참을 수 없을만큼 갑질의 수준이 도가 지나친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박삼구 회장의 갑질 논란은 지난 2일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협력업체 샤프도앤코 대표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시작됐다.

아시아나항공은 당초 LSG스카이셰프코리아(이하 LSG)라는 업체를 통해 기내식을 공급받아 왔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가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해 발행한 1600억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LSG에게 매입하도록 강요한 것. LSG가 이를 거부하자 계약을 해지한 후 지난 2월 중국 하이난항공과의 합작회사 ‘게이트고메코리아’를 설립해 기내식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때 하이난항공은 금호아시아나가 LSG에 요구한 1600억원의 bw를 인수했다.

하지만 지난 3월 '게이트고메코리아'가 건설 중이던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기내식 공급에 차질이 생기자 아시아나항공은 국내 중소업체 샤프도앤코가 3개월 짜리 단기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샤프도앤코는 하루 공급 가능 물량이 3000식으로 30000식이 필요한 아시아나 항공의 물량을 대기엔 버거웠고 해당 협력사 대표 A씨는 돌연 극단적인 선택을 단행했다. 현재 경찰 조사 중이지만 A씨는 아시아나 항공의 대량 주문에 심리적인 압박을 받아왔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결국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 재인수를 위해 무리하게 기내식 업체를 변경하려다 기내식 대란이 야기됐고, 협력업체 사장이 목숨을 잃는 사태까지 발생하자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아시아나항공의 ‘살인 갑질’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요구한다는 청원 글까지 등장했다.

김수천 아시아나 항공 사장이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번엔 박 회장의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기내식 대란으로 사흘째 아시아나항공의 노밀(No meal)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으로 출장 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탄 항공기에는 기내식이 제공된 사실이 알려졌다.

2일 기내식 문제로 한 시간 이상 지연된 항공기는 51편, 식사 제공이 되지 않은 ‘노밀’은 30편이 넘었다. 3일에도 ‘노밀’ 항공기는 28편, 1시간 이상 늦게 출발한 항공기는 10편에 달했다.  / 사진/ 연합뉴스
2일 기내식 문제로 한 시간 이상 지연된 항공기는 51편, 식사 제공이 되지 않은 ‘노밀’은 30편이 넘었다. 3일에도 ‘노밀’ 항공기는 28편, 1시간 이상 늦게 출발한 항공기는 10편에 달했다. / 사진/ 연합뉴스

박 회장이 탄 비행기는 기내식을 싣고 정시에 이륙했다. 반면 같은 날 기내식 문제로 한 시간 이상 지연된 항공기는 51편, 식사 제공이 되지 않은 ‘노밀’은 30편이 넘었다. 이튿날에도 ‘노밀’ 항공기는 28편, 1시간 이상 늦게 출발한 항공기는 10편에 달했다.

아시아나는 기내식을 받지 못한 승객들에게 30∼50달러 상당의 쿠폰(TVC)을 지급하며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쿠폰 사용 기간이 한정된 데다 기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어서 이번 사태로 아시아나에 불만을 갖게된 소비자들이 이를 사용할 지는 의문이다.

낙하산 논란도 제기됐다. 박삼구 회장의 딸 박세진씨가 금호리조트 경영관리 담당 상무로 입사한 것. 박 상무가 이화여대, 르코르동블루 런던을 졸업하고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일본 아나(ANA) 호텔 도쿄 등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닫고는 하지만 경영 경험이 없고 가정 주부인 그를 입사와 동시에 임원직에 앉힌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하루 만에 박삼구 회장의 갑질 논란과 특혜 의혹, 낙하산 의혹이 잇달아 터지면서 업계는 추가 의혹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선 물컵 갑질이 밀수 의혹, 불법 도우미 고용,부정 편입, 일감 몰아주기, 상속세 탈루 등 총수 일가의 전횡과 비리 의혹으로 번진 조양호 대한항공의 전철을 밟지 않을지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아시아나 항공 직원들은 오는 6일 광화문에서 ‘박삼구 회장 갑질 및 비리 폭로’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사태로 불거진 하청업체에 대한 불공정 거래 및 계열사 부당지원,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등에 대한 의혹을 고발하겠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사태 역시 물컵 갑질 이후 이어진 직원들의 폭로로 확산된 대한항공 사태처럼 번질 가능성이 높다"며 "더 이상 재벌들이 주식회사를 자기의 개인것처럼 사유화 시키고 직원과 하청업체 등에게 갑질을 하는 것이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의 갑질에 대한 저항은 시작된 것 같다"며 "사정 당국의 칼날도 피할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home 이승연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