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스파이 암살시도' 장소 인근서 40대 남녀 미확인 물질에 노출돼 위독

2018-07-04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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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중대 사건' 상황으로 규정하고 중독 물질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월 솔즈베리 이중스파이 암살시도 사건과 관련해 영국 경찰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 EPA=연합뉴스
지난 3월 솔즈베리 이중스파이 암살시도 사건과 관련해 영국 경찰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 EPA=연합뉴스

(런던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김남권 기자 = '러시아 이중스파이' 암살 시도 사건이 발생했던 영국 솔즈베리 인근에서 40대 남녀가 최근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질(unknown substance)에 노출돼 위독한 상태라고 영국 경찰이 4일(현지시간) 밝혔다.

AP와 AFP,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달 30일 월트셔주 에임즈베리의 한 건물 내에서 정신을 잃은 채로 발견된 뒤 구급차에 실려 솔즈베리 지역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에임즈베리는 러시아 이중스파이 출신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 율리야가 지난 3월 신경작용제에 중독돼 쓰러진 솔즈베리에서 13㎞ 정도 떨어진 곳이다.

경찰은 "두 사람이 에임즈베리에서 미상의 물질에 노출된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며 '중대 사건(major incident)' 상황으로 규정하고 중독 물질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대 사건으로 규정되면 당국은 1개 이상의 정부기관을 동원할 수 있다.

런던 경찰청은 암살 시도가 벌어진 솔즈베리 인근에서 이번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해 대테러 전담 요원들을 투입, 지역 경찰과 함께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아울러 교회와 약국 등 이들 남녀가 쓰러지기 전에 들른 장소를 통제하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미확인 물질을 분석하기 위해 포튼 다운에 있는 영국국방과학기술연구소(DSTL)에 샘플이 보내졌다고 보도했다.

DSTL은 앞서 스크리팔 부녀의 암살 시도 사건에 러시아에서 군사용으로 개발된 신경작용제인 '노비촉(Novichok) '이 사용된 사실을 밝혀낸 곳이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이번 사건은 극도로 심각하게 다뤄지고 있다"면서 "테리사 메이 총리와 장관들은 정기적으로 사건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으며, 오늘 아침에도 현지 상황을 보고받기 위한 회의를 가졌다"고 말했다.

애초 이들 남녀는 흡입하는 형태의 크랙 코카인이나 헤로인 등에 중독됐을 것으로 추정됐었다.

영국 공중보건국(PHE) 대변인은 사건과 관련해 "현재 더 많은 시민이 중대한 건강상의 위험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해 유사한 형태의 사건이 추가로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시사했다.

앞서 솔즈베리에서 스크리팔 부녀가 노비촉에 중독돼 쓰러지자 영국 정부는 러시아 정부를 배후로 지목하고 미국, 프랑스, 독일 등 다른 동맹국들과 함께 러시아 외교관 추방 등 제재를 가했다.

이에 러시아 역시 맞대응하면서 러시아와 서방국가 간 신냉전 시기에 돌입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스크리팔 부녀는 현재 모두 건강을 회복해 퇴원했으며, 영국 당국이 비밀리에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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