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컵에 주세요”…머그잔 거부하는 소비자에 커피전문점 '난감'

2018-07-05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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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컵을 고집하는 손님들 상당수는 머그잔의 위생상태를 믿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일회용 컵이 길거리에 버려져 있다 / 이하 뉴스1
일회용 컵이 길거리에 버려져 있다 / 이하 뉴스1

# 지난 4일 서울 명동의 한 커피 전문점. 무더운 날씨로 손님이 가득한 매장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직원이 일회용 플라스틱컵 대신 머그잔 사용을 권유하자 손님이 욕설을 내뱉었다. "다른 사람이 먹었던 머그잔으론 마시진 않겠다"는 손님 고집에 결국 직원은 일회용 컵으로 음료를 제공했다.

정부가 환경오염을 막겠다며 일회용 컵 대신 머그잔 사용을 독려하고 있지만 일선 매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머그잔 사용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일회용 컵을 찾는 고객이 많고, 머그잔 설거지 등으로 매장 직원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어서다. 아직 정책 초기다 보니 준비했던 머그잔이 금세 동나기도 했다.

일회용 컵을 고집하는 손님들 상당수는 머그잔의 위생상태를 믿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매장에 자외선 살균소독기 등을 비치해 일정시간 소독 후에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와 함께 일회용 컵 사용 현장을 점검하는 등 일회용품 줄이기에 나섰다.

특히 '일회용품 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맺은 스타벅스와 KFC·롯데리아 등 16개 업체, 21개 브랜드 매장이 집중 점검 대상이다. 일회용 컵 사용이 많은 업체들이기도 하다.

서울시 등 전국 지자체도 다음 달부터 실내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하는 등 자원재활용법을 위반한 업소에 대해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일회용품 남용에 따른 환경오염이 심각하고, 매장 내 일회용 컵 제공은 엄연한 불법이라는 판단이다.

커피전문점도 일회용 컵 대신 머그잔을 사용하는 부분에 대해 공감했다. 다만 매장 혼란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머그잔보다 일회용 컵을 선호하는 고객이 많은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실제 매장에서는 머그잔 사용 권유에 따른 갈등이 심심찮게 발생했다. 일부 고객들은 '테이크아웃'이라고 말한 뒤 일회용 컵에 음료를 받아 매장 내에서 마시기도 했다.

설거지와 머그잔 수량 부족도 문제다. 머그잔에 대한 설거지는 아르바이트생들이 담당한다. 매장 인력이 적은 곳에선 일이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아르바이트 커뮤니티에는 '설거지옥'이란 말까지 등장했다.

매장 직원들은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한 커피전문점의 매장 직원은 "손님이 머그잔 사용을 거부하면서 마찰이 발생하고 있다"며 "위에선 하라고 하고, 손님은 싫다고 하고 어떻게 해야 하냐"고 토로했다.

다른 매장 직원도 "설거지 지옥에 고객 마찰까지 답답하다"며 "매장도 아직 준비가 덜 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커피전문점 본사 역시 난감한 표정이다. 일회용 컵 사용 자제에 대해 공감하지만 고객 반응과 설거지 등 문제에 대해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적극 동참하는 점주가 있는 반면 시큰둥한 점주도 많다.

한 커피전문점 관계자는 "아직 초기다 보니 불협화음이 있다"며 "머그잔 사용이 정착하려면 고객 인식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동참해 달라"며 "점주에게도 머그잔 사용 권유를 지속해서 교육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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