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 안에서 출산한 30대 산모 “소방대원들 고마워요”

2018-07-12 14:57

add remove print link

간호사 출신 변선웅 소방사 "지금 생각해도 식은땀이 난다"

뉴스1
뉴스1

출산이 임박한 30대 산모가 119 구급대원들의 발빠른 대처속에 달리는 구급차 안에서 무사히 출산했다.

12일 경기 고양소방서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전 1시 9분께 119 구급대에 “산모가 배가 아프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 5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들은 아파트 입구에서 산모와 남편을 기다렸지만 나타나지 않자 주위를 살피던 중 비명소리를 따라 1층 승강기 안에 쓰러져 있는 산모 신기림씨(37)와 남편을 발견했다.

산모인 신씨는 누워 있는 상태에서 전혀 움직이지 못했으며 옆에 있던 남편도 혼자서는 산모를 부축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사태가 심각한 상황임을 직감한 변선웅(36) 소방사와 권민철(32) 소방사는 즉시 산모의 상태를 확인하고 응급조치에 나섰다. 또한 혹시 모를 출산에 대비해 분만준비를 갖추고 산모를 들것을 이용해 구급차에 옮긴 뒤 권민철 소방사가 운전대를 잡고 병원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구급차가 출발 직후부터 신씨는 “아기가 나오는 것 같다”며 비명과 함께 괴로워했다. 이에 간호사 출신의 변선웅 소방사는 차량이 이동 중임에도 침착하게 출산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우선 양수가 터진 것을 확인, 구급차에 비치되어 있던 분만 대비용 응급도구를 꺼낸 뒤 멸균천을 깔고 신생아가 무사히 나오도록 분만 유도작업을 진행했다. 몇분 후 신씨가 건강한 여아를 출산하자 흡입기로 신생아의 입속에 있던 이물질을 제거한 뒤 탯줄은 남편이 자를 수 있도록 도왔다.

이후 산모와 아기는 안전한 상태로 동국대 일산병원 의료진에게 인계됐다. 현재 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급경력 4년차인 변선웅 소방사는 “구급대원으로 근무를 시작한 후 구급차 안에서 신생아를 받기는 처음이며 지금 생각해도 식은땀이 난다. 간호사 경험은 있지만 분만은 책으로 배운 것뿐”이라며 “흔하지 않는 상황이지만 평상시 받았던 임산부에 대한 응급처치 교육과 훈련대로 침착하게 대응했으며 소중한 새 생명 탄생에 도움을 줄 수 있어 보람차고 구급대원으로서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당시 위급한 상황속에서도 “아가야”를 외치며 아기 걱정을 한 신씨도 구급대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신씨는 “구급대가 굉장히 빨리 와줘서 고마웠다. 잘못했으면 엘리베이터 안에서 출산할 뻔 했다. 첫 아이를 조산해 나름 조산 가능성에 대비했는데 진통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됐다. 그때는 정신이 없어서 얘기는 못 했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보니 진짜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씨가 소중한 새 생명을 갖기 까지에는 구급대원들의 도움뿐만 아니라 신씨가 다니는 회사의 적극적인 배려도 한 몫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타깝게 첫째를 조산한 신씨는 둘째를 임신한 후에도 또다시 조산위험 진단을 받았다.

이에 회사측은 임신 초기인 올해 1월 한달간 신씨에게 2시간 단축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한 뒤 조산방지 수술을 받은 후인 2월부터 병가를 내도록 했다.

또한 출산 직전인 7월부터 10월까지 4개월간 출산휴가를 승인한 데 이어 10월부터는 1년간 육아휴직을 승인해 줄 예정이다.

신씨는 “첫째 아이를 조산해 조심해야 하는 처지였는데 조산방지 수술 전부터 근로시간 단축하고 조산방지 수술이후에는 병가가 있어 버틸 수 있었다"며 배려해준 회사에도 고마움을 전했다.

home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