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부인 민주원 “김지은, '비서 마누라'로 불려... 애인 같았다”

2018-07-1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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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전 지사는 김지은 씨를 4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하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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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전 충남지사(53·불구속)의 부인 민주원씨(54)는 "김지은씨는 지지자 사이에서 '마누라 비서'라고 불렸다"며 "안 전 지사를 애인처럼 대하는 태도가 불안하고 위험해 보였다"고 증언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13일 5회 공판기일을 열고 전 청년팀장 성모씨와 민씨, 김모 충남도청 공무원을 대상으로 증인신문을 심리했다.

민씨는 이날 오후 2시 굳은 표정으로 증인석에 섰다. 안 전 지사의 성폭행 의혹이 불거진 이후 그의 가족이 직접 입장을 밝히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은 △지난해 8월 충남 보령시 상화원 별채에 안 전 지사 부부가 투숙했을 당시 김지은씨(33)가 새벽에 침실로 들어온 점 △민씨가 바라본 김씨의 행실에 초점이 맞춰졌다.

◇민주원 "김지은, 남편을 애인처럼 대해…불안했다"

민씨는 "지난해 8월18일 중국 대사 부부를 응대하기 위해 1박2일 일정으로 상화원에 투숙했다"며 "일정을 마치고 밤 11~12시쯤 잠자리에 들었는데, 김씨가 살그머니 침실 문을 열고 들어와 침대 발치에서 3~4분 동안 우리를 내려봤다"고 기억했다.

이어 "너무 당황스러워 실눈을 뜨고 그 상황을 지켜만 봤을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며 "다음날 안 전 지사에게 '김씨가 이상하다, 불안하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민씨는 또 △김씨가 다른 수행비서와 달리 안 전 지사를 향해 달려오며 홍조를 띤 점 △일정 도중 갑자기 나뭇가지로 바닥에 낙서하며 관심을 끈 점 등을 나열하면서 "김씨가 안 전 지사를 좋아하는 것 같았고, 불안했다"고 강조했다.

곧바로 검찰의 반대신문이 이어졌다. 검찰은 '김씨가 방문을 열고 부부를 내려다 보기까지 5~6분이나 걸렸는데, 왜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은 것이냐'고 따지자 민씨는 "나도 후회하고 있다, 따질 걸 그랬다"고 대답했다.

이어 검찰이 '당시엔 어둠이 깔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김씨라고 단정하는지' '김씨는 침실로 들어가지 않고 2층으로 향하는 계단에 쪼그리고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반문하자 그는 "김씨가 '아, 어'하는 목소리, 체형, 머리 모양으로 당연히 알 수 있다"면서 "김씨가 명백히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다시 검찰이 '상화원 사건 이후 김씨를 껄끄러워했으면서 김씨와 다정하게 지낸 이유가 뭐냐'며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하자, 민씨는 "다정하다는 것은 검사의 생각"이라고 항변하면서 "나는 단 한번도 안 전 지사를 의심한 적이 없었고, 김씨가 일방적으로 그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증인신문을 마친 민씨는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없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법정을 떠났다.

◇安 유리한 증언 쏟아지지만…이해관계 고려해야

이번 재판은 지난 11일의 4회 공판을 기점으로 새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경선캠프와 충남도청 분위기가 권위적이지 않았고, 김씨는 안 전 지사와 유독 친한 관계였다는 측근들의 증언이 여럿 나오면서다.

이날 오전 10시 증인신문을 받았던 전 청년팀장 성모씨(35)도 "김씨에게 안 전 지사로부터 성폭행이나 성추행을 당했다는 고충을 듣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안 전 지사가 이끈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캠프의 측근들인 '팀장급'과 김씨 등 자원봉사자들이 속한 '청년팀'을 오가며 소통한 인물이다.

특히 그는 김씨와 수시로 연락하면서 김씨의 고민 상담을 자주 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지사의 변호인단이 제출한 증거에 따르면 두 사람이 지난해 초부터 10개월 동안 나눈 대화는 카카오톡 100페이지, 텔레그램 18페이지 분량에 달한다.

성씨는 "충남도청 운전비서 정모씨에게 당한 성추행 고민이나, 김씨가 문재인 당시 대통령후보 본선캠프로 파견갔을 때 한 유부남이 추근댄다는 고충을 상담해줬다"면서도 "김씨가 안 전 지사로부터 성폭행이나 성추행을 당한다는 말은 전혀 듣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성씨에 이어 '평소 김씨는 '비서 마누라'라고 불리며 안 전 지사를 좋아했고, 이상행동을 보였다'는 민씨의 증언이 받아들여지면 국면 전환이 가속할 수도 있다. 다만 민씨의 증언이 남편 안 전 지사가 혐의를 가리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할지는 재판부가 민씨 증언을 얼마나 신뢰하느냐에 달려 있다.

안 전 지사의 측근이나 부인의 증언인 만큼 재판부가 이들을 안 전 지사의 '이해관계자'라는 점을 고려해 증언의 일부만 참고하거나,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

앞서 검찰도 측근들의 증언에 대해 △대체로 개인 의견에 불과한 점 △전 수행비서 어모씨는 김씨를 험담하는 댓글을 다수 게시하는 등 안 전 지사 쪽으로 편향된 점 △전 미디어센터장 장모씨가 사전에 변호인단과 만난 뒤 증인신문에 임한 점 등을 지적하며 증언의 신빙성을 의심하기도 했다.

안 전 지사는 지난해 7월부터 7개월에 걸쳐 수행비서이자 정무비서였던 김씨를 4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김씨를 5차례 기습추행하고 1차례 업무상 위력을 이용해 추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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