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의인'이 4년 넘게 트라우마를 떨치지 못하는 이유

2018-07-1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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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바지 의인' 김동수 씨가 지난 13일 청와대 인근에서 자해했다.

김동수 씨 / 이하 연합뉴스
김동수 씨 / 이하 연합뉴스

일명 '파란바지 의인'으로 불렸던 '세월호 의인' 김동수 씨가 지난 13일 자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김동수 씨 아내 김형숙 씨가 방송을 통해 그간 사정을 밝혔다.

아내 김형숙 씨는 1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자해를 시도한 건) 알려진 것만 네 번이고 또 이번 사고 있기 3주 전에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김동수 씨가 "세월호 참사 후에 지금까지 자신의 고통을 계속 호소했다. 하루하루가 힘들고 하다 보니까 '국가에서 왜 나를 외면하지' 이런 생각도 계속 많이 했었던 것 같다"면서 "청문회장에서 방청석에 앉아있으면서도 계속 답답해했다. 앞에 있는 증인들은 계속 변명만 하니까. 그러면 본인은 그 사람을 해하면 자기가 범죄자가 되기 때문에 답답해서 자기 몸에다 그렇게 했다고 얘기한다"라고 전했다.

김동수 씨는 침몰하던 세월호에서 자신의 몸에 소방호스를 감고 단원고 학생 20여 명을 구했던 인물이다. 구조 과정에서 손가락 신경이 끊어지는 부상을 입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을 받고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평범했던 이전 생활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는 지난 13일 오후 1시 50분쯤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흉기로 자신의 몸을 찔렀다. 곧바로 병원에 옮겨진 그는 현재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숙 씨에 따르면 김동수 씨에겐 당시 악몽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김동수 씨는 객실문 안에 아무도 없다고 한 해경 말을 믿고 그 문을 열어보지 못한 것, 해경이 배 안 사람들을 모두 구조할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했을 때 그 말을 고스란히 믿었던 것을 모두 후회한다고 했다.

김동수 씨는 지난해 SBS와 인터뷰에서도 "세월호가 잠길 때 구해달라고 소리치던 아이들 얼굴이 또렷하게 떠오른다"라며 "손만 뻗으면 다 나올 것 같았는데 그들은 창문 넘어 보이는 채로 배가 가라앉았다"라고 고통스럽게 말했다.

김동수 씨는 정부가 의상자로 지정해 국민훈장 동백장도 수여하고 생계 대책도 마련해줬다. '국가가 해 줄 만큼 해 준거 아니냐'는 비판에 김형숙 씨는 "훈장은 자랑스러운 거지만 이런 상황에 어떤 도움도 되지 못한다. 처음엔 남편이 '내가 이런 걸 받아서 뭔 의미가 있냐'며 훈장을 거부하려고 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김동수 씨는 안산에 있는 희생자 트라우마 센터를 다니며 상담과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하지만 그곳에 있는 세월호 유가족을 보며 스스로 죄인이라는 느낌이 들어 그만두고 제주도에 내려가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 김형숙 씨는 "금전적인 걸 요구하는 게 아니라 그나마 남편이 가장 편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경북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정운선 교수는 "트라우마는 평생도 갈 수 있다"라며 "트라우마를 겪고 나면 그 일이 끝났는데도 마치 뇌는 그 사건을 다시 경험하고 있는 것처럼 반복한다. 컴퓨터에 바이러스가 걸리면 자기가 원하지 않는 팝업창이 계속 뜨는 것과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 상태를 프리즈(Freeze)라는 상태로 설명하는데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그 순간에 계속 머물러 있다. 다른 사람들이 왜 극복하지 못하냐, 앞으로 나아가야 된다고 하는데 본인은 그게 혼자 힘으로 잘 안 되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home 박혜연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