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보수에게 모두 비판받는 문재인 대통령 (최저임금 문제)

2018-07-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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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이후 문 대통령이 보·혁 진영으로부터 동시에 공세를 받은 일은 이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 / 이하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 이하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요즘 진보와 보수 모두에게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5월 취임한 이후 문 대통령이 보·혁 진영으로부터 동시에 공세를 받은 일은 이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두드리는 이슈는 '최저임금' 문제다. 논쟁을 촉발시킨 일은 지난 16일 문 대통령의 '최저임금 사과'였다. 당시 사과는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한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최저임금위원회 결정으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을 이룬다는 목표는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결과적으로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문제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사과한 이유
이를 놓고 보수 진영에서는 '사과의 포인트'가 잘못 맞춰졌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 고통을 문 대통령이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중도 보수성향 정당인 바른비래당은 지난 16일 "문재인 대통령 최저임금 공약 관련 사과, 번지수가 틀렸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발표했다.

김철근 바른미래당 부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진정으로 사과해야 할 것은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린 잘못된 공약에 대한 사과가 돼야 하며, 실패한 소득주도 성장으로 대한민국 경제와 일자리가 파탄난 것에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도 이날 문 대통령을 비판하는 논평을 냈다.

홍지만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은 여전히 소상공인 고통은 외면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은 그 취지에도 불구하고 어느 한쪽, 소상공인에게 더 큰 고통을 준다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시절인 지난 2012년, 편의점 아르바이트 체험을 하는 문재인 대통령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시절인 지난 2012년, 편의점 아르바이트 체험을 하는 문재인 대통령

진보 진영 비판은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관련 공약을 지키지 못한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진보 성향 시민단체인 알바노조는 지난 16일 "문재인 대통령 최저임금 일만 원 거짓 공약, 알바들은 기가 막힌다"라는 제목의 입장을 발표했다. 입장문에는 "배신", "거짓말 대통령" 등 문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말도 포함돼 있었다.

알바노조는 "2017년 대선에서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으로 당선된 문 대통령님. 이제 와서 말을 바꾸는 건 당신을 믿고 한 표를 행사한 최저임금 노동자들을 배신한 것 아닌가"라고 했다.

알바노조는 "당장 최저임금 노동자들과 영세한 소상공인들이 다 같이 살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제시하라"며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거짓말 대통령, 무능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진보 성향 정당인 정의당도 지난 14일 당 정책위원회 명의로 논평을 냈다.

정의당은 "자유한국당을 제외하고 모든 정당이 동의했던 2020년 1만원 달성 꿈이 사실상 어렵게 됐다"며 "소득주도 성장과 양극화 해소, 노동존중 시대 개막을 알리는 현 정부 상징이자 핵심적 국정과제가 실종됨으로써 불과 1년 만에 국정기조가 흔들리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에게 질문을 받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에게 질문을 받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는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소득주도 성장'을 핵심 기조로 하는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17일 출입기자들에게 "문 대통령은 우선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을 지킬 수 없게 된 현실적 조건과 사정을 말씀하셨고, 하지만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소득주도 성장을 이끌어가겠다는 기조와 방향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10.9% 오른 시간당 8350원으로 결정됐다. 우리나라 최저임금 30년 역사상 8000원대에 접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지금 같은 추세라면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 달성은 사실상 어렵다는 전망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home 손기영 기자 sk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