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성인용품샵들 밝고 크고 환해졌다

2018-07-25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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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환하고 화사해서 화장품 가게인줄“

"이것 봐. 진짜 신기하다. 하나 사 볼까?"

지난 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삐에로 쑈핑'에 있는 성인용품샵 '센스토이'. 지난 6월 27일 문을 연 삐에로쑈핑은 신세계 그룹이 '만물 잡화점'을 콘셉트로 새로 선보인 760평(2513㎡)규모의 대형 쇼핑몰이다. 수많은 고객들이 찾는 이 잡화점 지하 2층에 떡하니 '센스토이'가 입점해 있다.

20평(66m²) 남짓한 샵 내부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물품을 구매하는 사람들보다는 구경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대부분은 2~30대 젊은 층이었다. 간혹 5~60대 중년층들도 눈에 띄었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커플이 샵 진열대 앞에 서서 웃음을 터트렸다. 커플 앞에는 형형색색 채찍(?)들이 걸려 있었다. 맨 위쪽에는 채찍의 용도를 설명해주는 "SM(가학 성애자와 피가학 성애자의 줄임말)"이라는 문구가 적혔다. "엔터테인먼트 아님"이라는 개그 섞인 설명도 적혀 있었다.

코엑스 삐에로쑈핑 안에 있는 성인용품 샵 '센스토이'에 진열된 채찍 / 이하 위키트리
코엑스 삐에로쑈핑 안에 있는 성인용품 샵 '센스토이'에 진열된 채찍 / 이하 위키트리

옆 코너에 서 있던 20대 여성 두 명은 유리로 만든 하트 모양 딜도(인공 남근)를 신기한 눈빛으로 관찰하고 있었다. 한 친구가 손을 뻗어 집자 다른 친구는 민망한 듯 친구 팔을 때리며 웃었다.

샵 안에 진열된 유리 소재 딜도
샵 안에 진열된 유리 소재 딜도

최근엔 백화점이나 쇼핑몰, 대로변 같은 유동인구가 많은 노른자위 위치에 '센스토이' 같은 성인용품샵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구석진 곳에서 있는 듯 없는 듯 비밀스럽게 영업을 했던 과거 성인용품 가게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예전엔 중년 부부가 주로 이용했다면, 이제는 막 성인이 된 젊은이들에게로 저변이 확산되고 있다.

성인샵 '센스토이' 와 다른 가게들을 구별하는 건 19금 표시가 적힌 커다란 천막이었다. 천막을 걷고 입장하면 직원이 직접 신분증을 검사한다. 올해 만 19세가 된 1999년생까지 입장할 수 있다.

삐에로쑈핑 지하에 위치한 성인용품샵 '센스토이' 입구
삐에로쑈핑 지하에 위치한 성인용품샵 '센스토이' 입구
다양한 성인용품들이 진열되어 있는 '센스토이' 내부
다양한 성인용품들이 진열되어 있는 '센스토이' 내부
인파로 북적이는 '센스토이' 내부
인파로 북적이는 '센스토이' 내부
평일 오전 시간임에도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 '센스토이'
평일 오전 시간임에도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 '센스토이'

센스토이 직원 김동현(25) 씨는 "오픈한 지 얼마 안 됐지만, 고객들 반응은 좋은 편"이라며 "주말에는 이 앞으로 줄을 서서 입장한다. 많을 때는 하루에 몇백 명 씩 방문한다"고 말했다.

친구와 함께 샵을 찾은 맹모(20) 씨는 "(성인용품들이) 종류가 다양하고 예쁘게 나와서 신기하다"며 "상상했던 건 어두컴컴한 이미지였는데, 밝고 환해서 놀랐다. 큰 쇼핑몰 안에 있으니까 눈치도 안 보이고 자연스럽게 구경하게 되는 것 같다. 당당하게 들어올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친구 김모(20) 씨는 "밖에서 다른 곳에 한 번 가 봤었는데, 어둡고 좁았다"며 "이런 밝은 분위기에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어서 좋다. (성인용품에 대해)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샵 내부에 진열된 콘돔과 러브젤들. 직접 만져볼 수 있도록 샘플들이 마련돼 있다.
샵 내부에 진열된 콘돔과 러브젤들. 직접 만져볼 수 있도록 샘플들이 마련돼 있다.
기구부터 코스튬까지 다양한 성인용품들을 만나 볼 수 있다.
기구부터 코스튬까지 다양한 성인용품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얘는 이렇게 누르면 따뜻해져요. 색깔은 핫핑크색이 새로 나와서 인기가 많고요"

매장 한쪽에서는 직원이 손님에게 용품 용도를 설명해줬다. 직원 설명을 듣던 커플은 고개를 끄덕이거나 궁금한 점을 물었다. 남편과 함께 매장을 찾은 홍모(29) 씨는 "성인용품 파는 건 인터넷으로만 봤었는데, 직접 오프라인 샵에 와본 건 처음이다"고 말했다.

손님에게 용품 용도를 설명해주고 있는 직원
손님에게 용품 용도를 설명해주고 있는 직원

그는 "바이브레이터(진동기)를 사러 왔는데, 직원분이 친절하게 설명해주셔서 민망하지도 않다. 저처럼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신혼부부들을 위한 거나, 여자들을 위한 용품들도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매장을 드나드는 사람은 많았지만, 실제로 구입하는 사람이 많이 보이진 않았다. 센스토이 직원 김동현(25) 씨는 "콘돔이나 젤 종류가 주로 많이 팔린다. 기구(딜도나 바이브레이터)는 아직 대중화가 안 되어 있어서 간단한 에그 같은 것만 사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러버 피스톤' 같은 남성용 용품도 팔고 있다고 했다.

샵에서 인기가 높다는 에그. 가격은 2개에 5000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샵에서 인기가 높다는 에그. 가격은 2개에 5000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성인용품샵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만 있는 건 아니었다. 중학생 딸을 두고 있다는 김모(45) 씨는 "대형 쇼핑몰 안에 이런 게 생겼다고 해서 놀랐다. 은밀하게 이뤄져야 할 것들도 있는데, 양성화라는 미명 아래 너무 개방적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샵이나 문화들이 발달하다 보면, 아이들도 보고 호기심을 갖게 되니까 성문화를 너무 일찍 접하게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걷는 신촌 명물거리에도 지난 3월 '레드컨테이너'라는 성인용품샵이 들어섰다. '선물 상자'처럼 꾸민 화려한 외관으로 지나는 이들의 눈길을 끈다. 100평(330m²) 건물 1, 2층에는 1500여 종에 달하는 다양한 성인용품들이 진열돼 있다.

지난해 1월 이태원 본점을 시작으로 문을 연 '레드컨테이너'는 현재 명동, 종로, 강남, 대구 등 전국에 10여 개가 넘는 매장이 생겼다.

신촌 명물거리에 있는 레드컨테이너 신촌 메가몰점 / 레드컨테이너 제공
신촌 명물거리에 있는 레드컨테이너 신촌 메가몰점 / 레드컨테이너 제공
통행량이 많은 대로변에 위치한 레드컨테이너 이태원점
통행량이 많은 대로변에 위치한 레드컨테이너 이태원점

이외에도 합정역에 위치한 섹스토이 부티크샵 '플레져랩', 최근 가로수길에 문을 연 성인용품 체인샵 '몬스터창고', 부천에 1호점을 연 '굿 데이트샵' 등도 '밝고 환한' 콘셉트의 성인용품 샵들이다. 솔로, 젊은 연인과 부부를 겨냥해 인기를 얻고 있다.

실제로 현재 국내 성인용품 시장은 점점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아이미디어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성인용품 구매비중은 매년 526달러(약 59만 원)으로 집계됐다. 한 사람당 1년에 약 60만원 정도 성인용품을 사는 데 쓴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들 전망도 밝다. 최근 2~3년간 2배 넘게 성장한 만큼, 오는 2020년까지 최소 지금의 배 이상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가까운 중국의 경우, 성인용품 시장 규모가 매년 30%씩 성장하면서, 올 한 해 동안 927억 5000만 위안(15조 5000억)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센스토이'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생활건강 김다니엘 과장은 "오는 9월과 10월 일렉트로 마트와 삐에로쑈핑 새 지점에도 입점이 예정돼 있다"며 "향후 계속해서 매장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 편집 - 김이랑 디자이너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