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 9개월 남았는데' 마린온 2호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20살 병사

2018-07-1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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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건강했던 조카 몸이 사고로 심하게 훼손됐다”

故 박모 상병 / 이하 헬기 사고 유족 제공
故 박모 상병 / 이하 헬기 사고 유족 제공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최수호 김준범 기자 = "이번 주 휴가 나온다고 해 손꼽아 기다렸는데 다시는 볼 수 없게 됐네요…"

지난 17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마린온(MARINEON)' 2호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해병대원 5명 가운데 병사는 박모(20) 상병이 유일하다.

워낙 건강하고 운동을 좋아해 서울 한 사립대 스포츠 학과에 다니던 박 상병은 작년 4월 해병대에 자원입대했다. 평소 해병대원이라는 자부심이 무척 컸던 그는 전역을 9개월 남겨 둔 상황이었다.

하지만 만 20살의 꽃다운 나이에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꿈도 펼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박 상병을 보내야 하는 유족들은 그만큼 충격과 고통이 크다.

박 상병 외할아버지는 "손자가 훈련병 수료식 날 환하게 웃으며 달려와 안아줬다"며 "지금도 '할아버지'하고 전화가 올 것 같아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다"며 연신 눈물을 닦았다.

박 상병 고모는 "너무나 건강했던 조카 몸이 사고로 심하게 훼손됐다. 숯덩이처럼 새까맣게 타버려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었다"며 흐느꼈다.

이어 "지난달에 조카가 부대에 온 아버지에게 마린온 헬기를 가리키며 '너무 덜덜거려 타지 않아요'라고 말했다"며 "그런데도 군은 구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성능도 우수하다고 한다"며 흥분했다.

유족들은 "추락한 마린온 2호기는 평소에도 사고 위험성이 컸다"며 "타서는 안 되는 헬기에 사람을 태워 사고가 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결국 이번 사고도 인재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원인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故 박 상병 군부대 찾은 아버지와 기념사진
故 박 상병 군부대 찾은 아버지와 기념사진

현재 박 상병 등 순직 해병대원 5명의 유족들은 해병대 1사단 간부 숙소에서 임시로 지내고 있다.

박 상병의 부모는 자식을 잃은 비통함에 잠겨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하염없이 눈물만 흘린다고 한다.

군 당국은 현재 해병대 1사단 안 김대식관에 합동분향소를 마련하고 유족들과 장례식 일정 등에 관한 협의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유족들은 사고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장례식을 치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해병대 관계자는 "유족과 여러 부분을 협의하고 있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며 "순직자에 대한 장례 절차는 유가족들의 의견을 따르겠다"고 밝혔다.

눈물 흘리는 유가족(포항=연합뉴스) 김준범 기자 = 19일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 앞에서 지난 17일 '마린온(MARINEON)' 2호기 추락사고로 숨진 박모(20) 상병 유가족이 기자들 질문에 답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연합뉴스
눈물 흘리는 유가족(포항=연합뉴스) 김준범 기자 = 19일 경북 포항 해병대 1사단 앞에서 지난 17일 '마린온(MARINEON)' 2호기 추락사고로 숨진 박모(20) 상병 유가족이 기자들 질문에 답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7일 오후 4시 45분께 포항 비행장 활주로에서 상륙기동헬기 1대가 시험비행 중 10여m 상공에서 추락해 해병대원 5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해병대가 공개한 사고 당시 폐쇄회로(CC)TV를 보면 사고 헬기는 이륙 후 4∼5초 만에 회전날개가 분리되면서 동체가 추락했다.

회전날개를 고정하는 장치 부분 결함이나 정비상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을 놓고 해병대와 해군 등이 조사하고 있다.

처참한 마린온 사고 현장 / 헬기 사고 유족 제공
처참한 마린온 사고 현장 / 헬기 사고 유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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