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의료기기 보급하다 고발당했다” 당뇨병 환아 엄마가 노력 끝에 거둔 결실

2018-07-19 23:10

add remove print link

19일 문 대통령은 '의료기기 규제 혁신 방안'을 발표하며 김 씨 사연에 화답했다.

이하 연합뉴스
이하 연합뉴스

소아당뇨병을 앓고 있는 아들과 다른 환아 가족들을 위해 해외 의료기기 구매·보급에 일조했던 김미영 씨가 노력의 결실을 보게 됐다.

김미영 씨는 19일 경기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열린 '의료기기 규제혁신' 행사에서 사례 발표를 했다. 김 씨는 해외에서 많이 쓰이는 혈당관리용 의료기기를 직접 구매했다가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료기기법 위반'으로 고발당했다. 다른 소아당뇨 환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 혈당관리 기기를 공동구매한 것이 무허가 의료기기 판매라는 게 식약처 주장이었다.

김 씨는 "(아이를 위해) 필요한 제품을 필사적으로 구하려고 노력했지만 그런 행위가 법을 위반했다고 해서 7차례 조사를 받아야 했다"라며 당시 겪었던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 씨는 지난달 29일 최종적으로 검찰에서 사실상 선처인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당시 김 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각종 조사를 받는 1년 3개월 시간 동안 너무 지치고 힘들었기 때문에 더 이상 검찰이나 법원 같은 데는 가고 싶지 않다"라며 처분에 만족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그는 그동안 탄원과 법적 조력 등 자신을 위해 힘을 써준 환아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무허가 의료기기 수입 판매, 제조 판매에 대한 검찰 처분 결과를 오늘 전달 받았습니다. 지난번 검찰에 갔을 때 제가 의료기기를 판매해서 이익을 남겼다는 민원과 탄원서를 강제로 쓰라고 했다는 민원이 추가로 들어왔다고...

게시: 김미영 2018년 6월 28일 목요일

이날 김 씨는 발표에서 "(이후) 식약처에선 의료기기법을 개정해 환자들이 (해외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라며 "당뇨 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없어지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김 씨가 발표한 이번 행사에는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해 격려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 씨 사연에 답답함을 감추지 못하고 "아픈 아이를 둔 어머니의 마음이 얼마나 애가 타고 속상했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김 씨 사연에 대해 "의료기기 규제에 대해 우리에게 깊은 반성을 안겨준다"라며 "많은 노력을 기울여 개발된 의료기기들이 규제의 벽에 가로막혀 활용되지 못한다면, 무엇보다 절실한 환자들이 사용할 수 없게 된다면 그보다 더 안타까운 일이 없을 것"이라며 공감했다.

문 대통령은 "안전성이 확보되는 의료기기의 경우, 보다 신속하게 시장에 진입하고 활용될 수 있도록 규제의 벽을 대폭 낮추고 시장 진입을 위한 절차에 소요되는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의료기기 분야에 대한 과감한 규제 혁신을 주문하면서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전국에 '연구중심병원'을 늘리고, 국산 의료기기의 성능 개선 및 외국 제품과 비교테스트를 할 수 있는 병원 테스트베드에 대한 지원도 확대하겠다는 방안도 내놨다.

문 대통령은 또 "의료기기 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적·재정적 기반을 갖추겠다"면서 "의료기기 산업 육성법, 체외진단 의료기기법을 제정해 혁신적 의료기술 개발을 촉진하는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체외진단 의료기기 개발을 활성화하겠다"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사례 발표를 마친 김 씨에게 악수를 청하고, 김 씨 아들인 정소명 군에게도 프로야구 기아타이거즈 양현종·이범호 선수 사인 글러브와 야구 배트를 선물하며 격려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류영진 식약처장과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 관계부처와 관련 기업 대표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home 박혜연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