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침 있으면 뭐하나” 매뉴얼 있었음에도 벌어진 '어린이집 비극'

2018-07-20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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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얼에는 '차량에 남아있는 아동이 없는지 뒷좌석까지 확인'이라는 항목이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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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통학 차량에 대한 보육교사·운전기사용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알 방법이 없어 사고가 재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가이드라인 준수를 강제할 수단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제 기초 조사 단계다.

20일 복지부 '어린이통학버스 운전자 및 동승보호자 표준매뉴얼'에 따르면 매뉴얼은 원아들의 차량 승차 시·운행 중·하차 시별로 보육교사와 운전기사가 반드시 지켜야 할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차량 하차 시 지침에는 △한 명 씩 안전하게 하차시켜 보호자에게 인계 △하차한 어린이가 안전한 장소에 도착했는지 확인 △차량에 남아있는 아동이 없는지 뒷좌석까지 확인 등 내용이 담겨있다.

하지만 지난 17일 경기도 동두천에서 발생한 사고 당시에 이런 지침은 무시됐다. 폭염 속에 차량에 방치된 4세 여아는 결국 목숨을 잃었다.

보육교사와 운전기사는 원아들을 지침대로 통학시키고 일지도 써야 하지만 제대로 지침을 준수하고 일지를 썼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아이들의 안전을 보육교사와 운전기사의 '양심'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복지부는 어린이집 종사자의 책무에 의지한 현행 시스템의 한계를 인정하고 기술적으로 지침 준수를 강제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동욱 복지부 인구정책실장은 "전국 4만여개의 어린이집에서 지침을 제대로 준수하는지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행 시스템에서는 사람의 실수가 나오면 엄청난 문제로 번질 수 있어 기술적으로 상시 관리가 가능하도록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양한 예방책 중 최소한 2~3개 정도는 갖춰야 (제대로 된) 사회 안전 시스템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정보통신기술(IT)을 활용한 입·퇴원 시스템이나 보호자 문자 서비스, 슬리핑차일드 체크 제도 등 다양한 예방책을 검토할 방침이다.

입·퇴원 문자서비스는 아동 개개인 별로 일종의 출입카드를 만들어 보호자의 휴대폰으로 입·퇴원 정보를 전송하는 방식이며, 슬리핑차일드 체크 제도는 차량 시동을 끄는 버튼을 맨 뒷자리에 설치해 운전기사가 방치된 아이가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도록 하는 제도다.

하지만 이 같은 제도들이 도입되려면 해당 장치의 오·작동 가능성, 실효성,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연구용역도 거쳐야 한다. 슬리핑차일드 체크 제도는 차량 개조가 필요해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도 필요해 시간이 소요된다.

비슷한 사고가 과거에도 있었지만 복지부는 여유있게 움직였다. 앞서 2016년에도 광주광역시에서 비슷한 어린이 방치 사고가 있었다. 폭염 속에 방치된 아이는 아직도 의식불명 상태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어린이집 차량 사고에 대해 "표현할 수 없는 미안함과 죄송함을 느낀다"며 "앞으로 실질적인 해결방법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해보고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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