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 끝난 지 한 달 넘도록 낙선 인사하는 사연

2018-07-21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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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지사 출마했던 바른미래당 김유근 씨 “지지해준 유권자에 대한 예의”

김유근 대표 제공
김유근 대표 제공

(창원=연합뉴스) 황봉규 기자 = 6·13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끝난 지 한 달이 지났는데도 폭염 속 낙선인사를 다니는 전 선거 출마자가 눈길을 끈다.

6·13 지방선거 경남도지사 선거에 도전장을 냈다가 낙선한 바른미래당 김유근(44) KB코스메틱 대표다.

그는 지난 선거에서 당선한 문재인의 '복심' 김경수 후보, 그리고 낙선했지만, 개표 때까지 김경수 후보를 마음 졸이게 한 김태호 후보와의 틈바구니에서 군소정당 후보로 완주했다.

비록 득표율이 4.23%에 그쳤지만, 김경수(52.81%), 김태호(42.95%) 후보와 함께 '3김 전쟁' 구도를 형성하며 정치신인답지 않은 패기를 보였다.

의령에서 태어나 진주고, 경상대를 졸업한 뒤 화장품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그는 중도개혁 실용노선을 지향하는 합리적 보수정당 이미지에 맞는다며 바른미래당 당적을 가졌고 유승민 대표로부터 발탁됐다.

김 대표는 "기업 경영 경험이 없는 후보들과 비교하면 경제문제를 해결하는데 일을 더 잘할 수 있다"며 김경수와 김태호 두 거물 후보에 맞서 존재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정치의 벽은 높았다.

그는 "선거결과가 아쉽다"며 승부에서 패한 것을 인정했다.

이후 김 대표는 선거결과에 아랑곳하지 않고 선거기간 지지를 부탁하고 다녔던 유권자에게 낙선인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선거기간 한 표를 호소했던 후보가 선거 이후에도 유권자에게 인사를 하는 것이 '정치 예의'라고 생각한 때문이다.

김 대표는 선거 다음 날부터 중앙시장, 자유시장, 서부시장 등 진주 시내 전통시장과 창원 상남시장을 찾아 낙선인사를 했다.

유세차를 반납한 이후에는 개인차량으로 도내 전통시장 곳곳을 찾아다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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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경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한 김유근입니다. 선거 때 많이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상인들의 손을 잡고 머리를 숙였다.

특별한 내용은 없지만, 선거 때 반짝 나타나는 정치인들만 봐오던 유권자 눈에는 신선한 모습이다.

그래선지 '당신을 찍지 않았지만 젊으니까 기회가 많을 거다', '당을 잘못 선택했다'는 등 위로의 말을 많이 들었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지금까지 도내 18개 시·군의 전통시장 30곳 정도를 찾은 그는 다음 주 중반쯤 낙선인사를 마무리할 생각이다.

김 대표는 21일 "미래 정치기반을 만드는 등 특별한 뜻이 있어서 길게 낙선인사를 한 것은 아니다"라며 "선거가 끝나도 찾아뵙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게 유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는 것이고 그래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긴 낙선인사가 지역 정치인들에게 주민을 우선하는 생활정치 실천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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