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 뒤 홧김에 차에 불 질렀다 실직 위기에 놓인 공무원

2018-07-2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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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해 운전하고, 방화 범행을 저지른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한 공무원이 부부싸움 뒤 홧김에 트럭에 불을 질렀다가 실직 위기에 놓였다.

청주에 사는 공무원 A(46)씨는 지난 1월 24일 오후 10시께 집에서 소주 1병가량 마신 상태에서 부인과 말싸움을 했다.

홧김에 집 밖으로 나온 그의 눈에 1t 트럭 한 대가 들어왔다.

친형 소유로 평소 A씨도 함께 이용하던 트럭이었다.

그는 트럭에 올라 잠시 운전을 하다 멈춰 섰다. 그리고는 라이터를 사용해 조수석에 불을 붙였다.

불길이 번지자 A씨는 서둘러 차량 밖으로 빠져나왔다.

멀리서 불길이 치솟는 트럭을 발견한 A씨 가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A씨는 현행범으로 붙잡혔다.

이 일로 재판을 받게 된 A씨에게 트럭 전소에 따른 금전적 손해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선고유예를 넘는 형이 선고되면 졸지에 공무원 신분을 잃기 때문이었다.

지방공무원법상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연퇴직 처리된다.

A씨의 형량을 낮추기 위해 온 가족이 나섰다.

피해자인 형은 동생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탄원서도 냈다.

하지만 A씨의 기대는 빗나갔다.

청주지법 형사11부(소병진 부장판사)는 22일 일반자동차방화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운전직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술에 취해 운전하고, 방화 범행을 저지른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선고유예 이상의 형을 선고하면 공무원 신분을 잃게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나 자칫 다수의 인명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방화 범죄의 위험성을 고려하면 선고유예와 같은 가벼운 처벌을 내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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