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결단…삼성 백혈병 분쟁조정 '무조건 수용'

2018-07-23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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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반올림, 동의 의사 전달 합의땐 10년만에 마침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8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서 출국하는 모습. / 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8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서 출국하는 모습. / 뉴스1

삼성 반도체 백혈병 분쟁이 10여년만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삼성전자와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 반도체 백혈병 분쟁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의 제안을 무조건 수용키로 했다.

이번 삼성전자의 중재안 수용은 지난 2월 초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 이재용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중재안과 더불어 삼성그룹 차원의 '경영 쇄신안' 마련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내다봤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가 내놓은 공개 제안을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통보했다. 반올림도 같은 날 '조정위의 제안에 동의한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전달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에는 조정위 중재안의 내용과 관계없이 중재안을 무조건 수용한다는 쪽으로 방침을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조정위는 지난 18일 삼성전자와 반올림 측에 '2차 조정을 위한 공개 제안서'를 각각 발송했다.

지금까지는 양 당사자의 주장을 듣고 조정안을 제시하면 양측이 이를 수락 혹은 거부할지 결정하는 조정 방식이었으나, 이번에는 조정위가 양측 의견을 바탕으로 결론에 해당하는 중재 결정을 내리겠다는 게 핵심이었다.

특히 한쪽이라도 이를 거부할 경우 더이상 활동을 이어갈 수 없다는 배수의 진을 치면서 압박 수위를 높였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이러한 압박을 넘어 삼성전자의 결정에는 이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됐을 것으로 봤다.

지난 2월 석방된 후 이 부회장은 삼성의 신뢰 회복에 대한 고민 속, 반도체 백혈병 분쟁은 10년 넘은 난제로 조속히 해결해야 할 대표 과제로 꼽혔다.

재계 관계자는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중재안을 무조건 수용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라며 "과거 문제를 최대한 빠르게 정리하고 신뢰 받는 삼성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정위의 '제2차 조정 최종 중재안'에는 ▲새로운 질병 보상 방안 ▲반올림 피해자 보상안 ▲삼성전자 측의 사과 ▲반올림 농성 해제 ▲재발 방지 및 사회공헌 등의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중재안은 이르면 2개월 뒤에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조정위는 양측의 합의가 이뤄질 경우 오는 10월까지 반올림 피해자 보상을 모두 완료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2007년 삼성 반도체 생산라인 직원 황유미 씨의 백혈병 사망이 계기가 된 10년여 간의 분쟁이 완전히 마무리된다.

home 정은미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