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처럼 생기면 안돼” 교사 성희롱에 미투 고발나선 학생들

2018-07-2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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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있는 한 여자고등학교에서 '미투' 대자보가 붙었다.

부산에 있는 한 여자고등학교에서 '미투' 대자보가 붙었다. 학생들은 일부 남교사들의 일상적인 성희롱과 외모 평가, 여성혐오 발언을 규탄하며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학교 복도에 대자보가 붙은 것은 지난 20일부터다. 지난 21일 네이트판과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는 대자보와 수많은 포스트잇으로 해당 남교사들의 문제성 발언을 고발하는 글과 사진들이 올라왔다.

대자보에는 크게 "#ME TOO" 문구와 함께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라며 재학생과 졸업생 등 학생들이 교사로부터 들었다는 발언이 나열돼 있다. 그 중에는 한 교사가 "다리 벌리지 마라. 조개 냄새 난다", "너는 젖없냐" 등 성희롱에 해당하는 발언도 포함됐다. 한 학생이 삐딱하게 앉자 "너 지금 누구 꼬시니?"라고 발언했다는 제보 쪽지도 있었다.

성차별적 인식이 드러나는 발언도 등장했다. "여자는 애 낳는 기계다", "키도 크고 예쁘장하니 나중에 술집여자 될 수도 있겠다", "여자가 임신하면 남자한테 전화해서 합의하고 돈 뜯어야 한다"는 등 여성혐오적인 발언과 외모를 수시로 평가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한 학생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고발된) 선생님들께서는 예민하게 반응하시며 사진을 모두 찍어갔고 다른 학생들도 피해 사실을 서술할 수 있도록 비치해둔 볼펜을 가져가는 등 폭력적인 언사와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라며 "(어떤 선생님은) '또X이 새X들, 어떤 XX가 이런 짓을 하냐' 폭언하고 '학생들을 고소하겠다, 생기부(생활기록부)에 영향을 주겠다'고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협박을 하셨다"라고 주장했다.

해당 글과 사진들이 온라인에 확산되면서 졸업생들도 제보에 가담하는 추세다. 졸업생들은 "언젠가 터질 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이며 후배들의 '미투'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또한 '허위 제보'를 막기 위해 사실 확인에 만전을 기하는 움직임도 보이며 눈길을 끌었다.

진실만, 출처 : 경혜여고 페이스북 페이지 익명제보

경혜여고_성비위사건_정리(@_kyong_hye_)님의 공유 게시물님,

대자보와 관련, 학교 측은 지난 20일 오후 학생들을 모아 선생님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많은 학생들이 피해 사실과 불만을 이야기하자 학교 측은 전수 조사와 수사 과정 공개를 약속했다. 하지만 정작 대자보에 고발된 교사들은 그 자리에 불참했다. '진정한 사과'를 바랬던 학생들로서는 절반의 성과인 셈이다.

학교 측은 "방학이지만 워낙 사안이 시급하다고 판단해 조사에 들어갔다. 현재 절차와 규정에 따라서 진행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23일 부산광역시교육청은 해당 학교에 장학사 9명을 파견해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교육청 관계자는 위키트리와 통화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고, 현재 분석 단계에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아이들이 (가해 교사들 발언으로 인해)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진술하는 흐름이다. 몇 년 전 발언도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사 결과는 향후 수사기관에 의뢰해 사실 여부를 밝히는 한편, 피해를 입은 학생들에 대해서는 교육청에서 보호 조치에 들어갈 것"이라며 "성희롱은 아동 학대와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에 수사기관 신고대상이다. 실제 피해가 있었다면 학교폭력 사안으로 분류돼 해당 교사에 대한 징계 절차에 들어간다"라고 밝혔다.

home 박혜연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