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현지에서 체험한 유카타 입기

2018-08-2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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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기모노 입기 등급시험’이라는 것도 있다고 한다.

교토 시내 유카타 차림의 여성들 / Pixabay
교토 시내 유카타 차림의 여성들 / Pixabay
최근 고궁이나 인사동 등지에 가면 한복을 알록달록 차려입은 외국인 관광객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한복들이 다소 변형이 심해서 아쉽기는 하지만 한 나라의 문화를 체험하는 일은 여행객들에게 즐거운 추억이 될 것이다.

지난달 18일, 일본 교토를 찾은 기자는 유명 관광지 ‘기요미즈데라’를 방문했다가 일본 전통 의상인 기모노를 입어 볼 기회가 있었다.

한복이 요즘은 계량되어 비교적 간단하게 입을 수 있는 데 비해 기모노는 익숙한 사람이 아니면 혼자 입기가 힘들 정도로 입는 법이 복잡하다.

별도로 사이즈가 정해져 있지 않다 보니 품과 길이를 직접 조절하는 것이 관건인데 맵시 입게 입기가 워낙 어려워 일본에는 ‘기모노 입기 등급시험’이라는 것도 있다고 한다.

다만 이날 기자가 입어본 기모노는 여름용 약식 기모노로 불리는 ‘유카타’이다. 기요미즈데라 근처에는 관광객을 위한 기모노 렌탈 샵이 줄지어 있는데 비용은 대략 3000엔 선이다.

가게에서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른 후 짐을 맡기고 2층으로 이동했다. 곧 옷을 입혀주는 사람이 나와서 인사를 한다.

옷에 맞춰 고른 ‘오비(허리띠)’를 들고 나타난 그녀는(오비를 별도로 선택할 경우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 우선 희고 얇은 가운 형태의 속옷을 입혀 주었다.

그런데 속옷 입는 과정부터가 심상치 않다. 허리끈을 맨 다음 흰 천으로 허리와 가슴 부위를 꽁꽁 감싸준다.

아무래도 한복과 비슷하게 가슴을 눌러야 옷태가 나는 구나 생각하는데 또 다시 심이 들어간 두터운 띠로 허리를 감았다.

겉옷을 걸치고, 옷 매무새를 가다듬는 시간만 해도 족히 10분은 넘게 걸린 듯하다. 끈으로 허리 부위를 고정시켜준 후 오비를 매면 일단 완성이다.

과거에는 오비를 매는 방법에 따라 미혼여성과 기혼여성을 구별했다고 하는데 매듭이 나비 모양이면 미혼, 상자 모양이면 기혼을 나타낸다.

매듭을 지은 후에는 솜 같은 보형물을 넣어 볼륨을 준다. 우리나라에 퍼져 있는 ‘기모노 이불설’의 실체는 바로 이 도톰한 매듭 탓인 듯하다. (하지만 막상 풀어보면 그냥 허리띠다.)

1000엔을 추가하면 기모노에 어울리는 머리 세팅을 해주지만, 빌리는 가격만 해도 만만한 돈이 아닌지라 그냥 패스하기로 했다.

기요미즈데라에 모인 유카타 차림의 관광객들 / Pxhere
기요미즈데라에 모인 유카타 차림의 관광객들 / Pxhere
맨발에 게다를 신고 절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면 소재라 그런지 생각보다 덥지는 않았다. 그러나 교토의 기록적인 폭염 탓에 절을 구경하는 동안 기자는 점점 지치기 시작했다.

렌탈 시간은 4시간까지였지만 결국 두시간만에 사진 몇 장을 남긴 것으로 만족하고 옷을 반납했다.

일본 전역에서는 유카타를 여름 외출복으로 입는 여성들을 흔히 볼 수 있는데, ‘덥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전통의상이 저 정도로 일상화돼 있다는 점이 살짝 부럽게도 느껴진다.

경복궁 부근에서 한복을 빌리는 가격에 비하면 조금 부담이 가는 비용이기는 하지만, 일본 현지의 느낌을 만끽하고 싶다면 경험해 볼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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