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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만 되면 지하철 지상역은 '지옥 불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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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승강장을 이리저리 돌아다니자 결국 입고 있던 속옷이 흠뻑 젖고 말았다.
    폭염이 기승을 부린 지난달 30일, 지상역인 4호선 노원역에서 시민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 이하 손기영 기자


    여름만 되면 지하철 지상역은 '더위 지옥'으로 변한다. 

    지상역 승강장을 가득 메운 덥고 습한 공기는 불쾌지수를 높인다. 햇볕에 달궈진 열차가 승강장으로 진입하면 뜨거운 바람이 그대로 스크린도어를 타고 넘어온다. 

    지상역을 이용하는 일부 승객들은 이 바람을 "지옥 불바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가뜩이나 덥고 습한데 뜨거운 바람까지 더해지면 멀쩡한 사람을 '녹초'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 여름철 승객들 '녹초'로 만드는 지상역

    지난달 27일과 30일 찾아간 1호선 지상역 남영역·노량진역, 4호선 지상역 노원역·당고개역은 모두 '불구덩이'처럼 뜨거웠다. 

    평소 땀을 잘 흘리지 않는 체질이지만, 후끈한 열기 탓에 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양팔은 어느새 땀으로 번들거렸다. 승강장을 이리저리 돌아다니자 결국 입고 있던 속옷이 흠뻑 젖고 말았다. 
      
    지상역인 4호선 당고개역 승강장으로 열차가 들어오고 있다


    간이온도계로 현장에서 직접 온도를 측정해봤다. 지난달 27일 오후 2~3시쯤 1호선 남영역 35도, 1호선 노량진역 34.7도 였다. 지난달 30일 오후 2~3시쯤 같은 방법으로 측정한 4호선 노원역 온도는 34.9도, 4호선 당고개역은 34.8도였다. 지난달 27일과 30일 기상청이 발표한 당시 서울 기온은 35도였다.

    반면 지하역인 1호선 시청역은 29.7도(지난달 27일 기준), 4호선 혜화역은 28.6도(지난달 30일 기준)였다. 지하역 승강장은 햇볕이 들지 않고 냉방장치도 있어 여름철 더위 고생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주요 지상역과 지하역 승강장 온도는 5~7도 정도 차이가 났다.

    지상역 승강장은 외부로 노출된 공간에 있고 냉방장치가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측정 결과 지상역 승강장 온도는 사람을 녹초로 만드는 여름철 '상온'과 비슷했다. 여기에 뜨겁게 달궈진 승강장 바닥 열기와 열차가 도착할 때 불어오는 뜨거운 바람 때문에 체감온도는 이보다 높게 느껴졌다. 
        
    간이온도계로 측정한 지하철 지상역과 지하역 온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1호선 남영역, 4호선 노원역, 4호선 혜화역, 1호선 시청역


    지상역에서 만난 승객들 얼굴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다가가 말을 걸기 미안할 정도로 표정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어렵게 말을 걸면 '날카로운 표정'으로 쳐다보는 사람도 있었다.


    ◈ "짜증 난다는 말 밖에 안 나와"

    정모(21) 씨는 "여름이다 보니까 지상역에 있으면 덥고 습해서 많이 짜증 난다"며 "그냥 짜증 난다는 말 밖에 안 나온다"고 말했다. 이모(여·70) 씨는 "지상역은 찜질방이다. 여름에는 더위, 겨울에는 추위 때문에 힘들다"며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열차를 타야 하니까. 조금 참고 에어컨 나오는 열차를 타면 천국이 된다"고 했다.  

    승객 중에는 지상역 구간을 모두 지하화하거나 차라리 열차 에어컨을 더욱 세게 틀어달라는 의견도 있었다. 

    한모(53) 씨는 "지하철 지상역 구간을 지하화했으면 좋겠다"며 "지하화하면 아무래도 승강장 더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모(여·61) 씨는 "사방이 뚤려 있는 지상역 승강장에 에어컨을 틀 수 없으니까 차라리 열차 에어컨을 더욱 세게 틀어주면 좋겠다. 특히 1호선 열차는 에어컨이 약한 것 같다"고 했다.  

    지상역 승강장에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을 확충해 달라는 의견도 있었다. 백모(여·14) 양은 "지상역은 너무 덥다"며 "어떤 지상역은 승강장에 에어컨이 나오는 부스가 있어 거기에 들어가서 열차를 기다린다고 들었다. 그런 부스를 많이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상역인 1호선 노량진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시민들


    수도권 지역(서울·경기·인천)에 있는 지하철 역은 모두 508곳이다. 이 가운데 지하역은 315곳, 지상역은 193곳이다. 지상역은 전체 역 가운데 37.9%에 달한다.

    수도권 지하철은 코레일과 서울교통공사(옛 서울메트로·서울도시철도공사) 구간으로 각각 나뉘어있다. 코레일은 전체 역(231곳) 가운데 170곳, 서울교통공사는 전체 역(277곳) 가운데 23곳이 지상역이다. 상대적으로 코레일 구간에 지상역이 많은 상황이다.

    현재 일부 수도권 지상역 승강장에는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설치돼 있다. 승강장 한쪽에 에어컨이 나오는 칸막이 공간을 만들어 승객들이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했다. 겨울철에는 난방을 틀어준다. 

    수도권 지하철 전체 역(508곳) 가운데 지상역 11곳에 이 시설이 있다. 비슷한 시설이지만 코레일과 서울교통공사는 각각 '냉난방 대합실', '고객 대기실'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다. 코레일 구간에는 경의중앙선 야당역, 경춘선 평내호평역 등 8곳, 서울교통공사 구간에는 4호선 당고개역과 상계역, 2호선 신대방역 등 3곳에 있다. 

    지상역인 4호선 당고개역 승강장에 설치된 '고객 대기실'


    코레일과 서울교통공사는 지상역 승객들 '무더위 고충'을 인지하고 있었다. 지상역 승강장에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을 점차적으로 확충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열차 도착 간격이 뜸한 지상역을 중심으로 '냉난방 대합실'을 확대하기 위해 공단(한국철도시설공단)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이와 함께 환승통로나 승객들이 많은 지상역을 중심으로 대형 선풍기를 설치하려고 한다"며 "온도를 낮추기 위해 지상역 승강장에 물을 뿌리는 작업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고객 대기실'을 좀 더 설치해야 한다는 점은 저희도 공감하고 있다"며 "지상역에 '고객 대기실'을 점차적으로 증설할 계획이다. 예산 문제 등을 고려해 매년 1~2개 정도 설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승객들 더위를 식히기 위해 지상역인 지하철 3호선 옥수역에 냉풍기를 설치했다"며 "태양광 발전 설비를 이용해 냉풍기를 가동하고 있다"고 했다.

    지상역인 1호선 남영역 승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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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기영 기자 mywank@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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