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션샤인' 일본군 츠다 하사 연기한 배우 “일본 사람 아냐”

2018-08-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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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모습으로 시청자와 만날 준비를 하고 있는 배우 이정현을 만났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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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했다. 짧게 민 삭발 헤어스타일에 눈을 부라리며 서슴치 않고 악행을 저지르는 tvN 주말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일본군 츠다 하사. 자연스러운 일본어 실력과 연기에 시청자들은 실제 일본인 배우를 섭외한 줄 알았으나, 그는 전북 김제시 출신의 스물 여덟 청년 이정현.

유도를 꿈꾸던 소년은 상경 후 인생 제2막을 맞았다. 대학을 졸업한 후 이것 저것 다 해봤지만, 즐겁다고 느낀 것은 없었다. 그때, 그는 ‘무대뽀’ 정신으로 배우에 도전했다. 대학시절 교환학생을 하면서 배운 일본어를 꾸준히 연습해 자신만의 장점으로 장착했다. 강렬한 인상과 일본어라는 무기 덕분에 데뷔 후 드라마 영화 ‘박열’ 드라마 ‘임진왜란1592’ ‘미스터 션샤인’에서는 일본인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결코 그것이 자신의 전부가 아니라며 또 다른 모습으로 시청자와 만날 준비를 하고 있는 배우 이정현을 만났다.

다음은 이정현과의 일문일답이다.

Q. 많은 이들이 이정현이라는 배우를 ‘미스터 션샤인’으로 처음 알게 됐어요. 직접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이름은 이정현이고, 나이는 1990년생입니다. 전라북도 김제시가 고향이고요. 용인대 유도학과를 전공했고, 경찰행정을 부전공했어요.”

Q. 대학 전공까지 했으면, 진지하게 유도선수의 길을 생각한 것 아닌가요.

“제가 좋아하는 종목이어서 열심히 했어요. 그런데 운동을 엄청 잘 한 것은 아니었고, 이 운동으로 대학까지 마치는 게 제 목표였어요. 집안 형편이 좋은 편은 아니어서 대학을 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거든요. 용인대에 지원하고 떨어져도 다른 대학이 아닌 군대를 가야겠다고 생각했죠. 학교에 붙어서 대학까지는 마칠 수 있었어요.”

“유도는 제 고등학교 시절 돌파구같은 것이었어요. 당시 김제시에서 제일 잘 나가는 유도선수가 저희 학교 선생님이셨고, 제 친구들도 유도를 많이 배웠어요. 좋은 선생님에게 배우고 싶고, 친구들도 유도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유도를 열심히 했어요.”

Q. 배우가 되기로 결심한 건 언제부터인가요.

“대학교를 졸업하면서 재미있는 일을 찾고 싶었어요. 그 당시에 이것저것 다 해봤는데 생각만큼 즐겁지 않더라고요. 배우는 어렸을 때 로망처럼 꿈꾸던 것이었어요. 이왕 서울에 왔으니 도전하자 싶었죠. 무대뽀처럼 시작했어요. 해보지도 않고 뭘 겁내나 싶어서 무작정 연기에 뛰어들었죠. 학교에서 공연하는 걸 보면서 시작했고, 연기학원도 다녔어요.”

Q. 어떤 일들을 했나요. 경제적인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면 ‘수입’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을 텐데 고민을 많이 했겠네요.

“휘트니스클럽에서 퍼스널 트레이너도 했고, 마사회에서 경비, 드라마 제작팀, 연출부 등 다양한 일을 해봤어요. 트레이너로 일하면서 그 당시에 또래에 비하면 돈을 좀 벌었는데, 그 돈이 제 삶을 즐겁게 해주지는 않더라고요.”

Q. 연기를 한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요?

“친구들에게도 말을 안 했어요. 제가 ‘아싸’(아웃사이더) 기질이 있거든요. (웃음) 친구들이 있어도 꼭 뭉쳐 다니는 스타일은 아니었고요. 초등학교 때도 내성적인 성격이었죠. 지금도 숫기가 없는 성격이라고들 해요. 그러니 부모님 친구들도 다 안 믿었어요. 부모님은 제가 연기를 한다고 하니 ‘얼마나 해보겠나’ 생각으로 하라고 하셨을 것 같아요. 한 2년 정도 하다가 제 풀에 꺾이겠지 하면서.”

화앤담픽처스 제공
화앤담픽처스 제공

Q. 열심히 해서 뭔가 제대로 연기를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겠어요.

“‘한 번 해봐’라는 부모님의 말이 제게는 원동력 같았어요.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집에 도움을 청하지도 않았고 열심히 살았어요. 부모님께 제일 보여드리고 싶었죠.”

Q. 그렇게 연기를 해보니, 행복하던가요.

“네. 행복해요. 제가 살아온 인생을 두고 후회한 것은 하나도 없어요. 운동한 것도 잘 했다고 생각하고요. 배우를 한다는 것이 힘든 것도 사실인데 행복해요. 저도 사실 운동하던 마인드가 장점이 돼서 버틴 것 같아요. (웃음) 중도 포기하는 친구들이 많은 힘든 직종이기는 하죠. 그리고 운도 좋았어요. 제가 너무 힘들 때마다 작품이 찾아 왔거든요. ‘션샤인’ 직전에도 힘든 시기였는데 운이 좋게 합류했죠.”

Q. ‘박열’ ‘임진왜란1592’ ‘미스터 션샤인’ 모두 일본인 역할이에요. 일본어가 능숙한데 어떻게 배웠나요.

“대학 시절에 교환학생으로 일본에서 1년 정도 있었어요. 가서 많이 배웠죠. 욕심도 많았어요. 이왕 일본에 왔으니 소통할 수 있을 정도로 일본어를 배우고 싶었어요. 그러다보니 더 열심히 공부할 수 밖에 없었고요. 지금도 일반 회화는 다 가능한 정도예요. 그때 사귄 일본 친구들도 아직 연락하고요. 고마운 친구들이죠. 대사 연습하면서 궁금한 것들도 물어보고 발음이나 억양도 물어보고요.”

배우 이정현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뉴스1 사옥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이정현은 tvN 주말극 ‘미스터 션샤인’에서 일본군 츠다 하사 역으로 등장부터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18.8.2/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배우 이정현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뉴스1 사옥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이정현은 tvN 주말극 ‘미스터 션샤인’에서 일본군 츠다 하사 역으로 등장부터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18.8.2/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Q. 목표의식을 세워서 꼭 이루고, 승부욕도 있는 성격인 것 같아요. 일본어는 어떤가요.

“제가 독해가 ‘꽝’이에요. 학교 다닐 때도 느꼈는데, 저는 제 생각대로 독해를 하고 그걸 풀이할 수도 있는데, 늘 해설지를 보면 답이 아닌 거예요. 선생님도 ‘네 말은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이건 정답이 아니야’라고 하시곤 했죠. (틀린 게 아니라, 다르게 독해를 하네요) 그런 편이었어요. 일본어도 마찬가지였어요. 시험을 보면 늘 독해 부분이 점수가 안 나왔어요. (웃음) 성취욕 같은 것이 있긴 한 것 같아요. 군대 다녀오자마자 대형 운전 면허도 땄어요. 유통관리사 자격증도 있어요. 하하.”

Q. ‘일본인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을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많이 들었는데, 정작 일본에 있을 때는 중국인 같다는 말도 많이 들었어요. 처음으로 해외에 간 것이 일본이었는데 비행기를 탔는데 친구에게는 한국어 입국신고서, 저한테는 일본어 입국신고서를 준 거예요. 저는 원래 그런 줄 알고 나름 열심히 해석하면서 쓰고 있다가 친구랑 다른 것을 알고 놀랐죠.”

[인터뷰②]'미션' 일본군 이정현 "방송 후 실검 1위에 깜짝, 얼떨떨했죠"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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