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교직원 성희롱 사건' 언론 보도에도 '한결같은' 학교 측 태도

2018-08-08 11:30

add remove print link

“교육청에서 징계가 떨어져도 학교는 무마시킬 수 있다”

위키트리 디자이너 김이랑
위키트리 디자이너 김이랑
경기도 모 사립학교가 '교내 교직원 성희롱 사건'에 부적절한 대응을 해 논란이 됐다.

지난달 12일 '뉴스포스트'는 올해 3월 경기도 모 사립학교 행정실에 사무직으로 입사한 신입 교직원 A씨가 상급자 B씨의 지속적인 성추행에 입사 3개월 만에 퇴사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단독] "젊어서 살결이"...경기 Y사립학교 교직원간 성희롱 논란

A씨는 "B씨가 내게 다리가 두껍다며 줄자를 들고 와 허벅지 사이즈를 재고 갔다"라며 "또 넌 타고난 몸매는 괜찮다 등의 성희롱적 발언을 자주 했다"라고 주장했다.

A씨는 "지난 5월경 열린 워크숍에선 속옷만 입은 B씨가 내가 잠든 숙소로 들어와 날 깨웠다"라며 "더 큰 일을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퇴사하게 됐다"라고 고백했다. A씨는 자신 이외에도 피해자가 많다는 말을 덧붙였다.

학교 측은 이 매체와 전화 통화에서 교내 성희롱 피해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다"라며 "옆에서 볼 때 문제가 되는 것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또 성희롱 은폐 의혹에 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A씨는 "학교가 이 일이 커지는 걸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라며 "학교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대개 중년 남성이라 이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잘 모르는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첫 보도 이후 약 한 달이 흐른 지난 7일 KBS는 해당 사건 진행 과정을 추가 보도했다. 이 기사에는 앞서 A씨가 언급했던 또 다른 피해 교직원 C씨와의 인터뷰가 담겼다.

[취재후] “이 사건은 덮일 거예요”…‘미투’ 이후 어느 사립학교에서 생긴 일

C씨는 "B씨에게 '확실히 젊어서 살결이 좋다. 방 잡아 줄 테니 술 먹고 가라'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라고 고백했다. 이 밖에도 지속적인 성추행을 당해온 C씨는 학교 측에 이를 신고하고 B씨의 공개 사과와 징계를 요구했다.

그러나 교감은 C씨에게 "알아봤는데 성희롱은 처벌이 약하다"라며 "성폭력은 처벌 수위가 센데, 성희롱은 약하니까 참고 다녀라"라고 말해 상처를 주기도 했다.

이후 C씨가 유급 휴가를 받아 쉬는 동안 교사들은 정부의 '학교 성희롱·성폭력 사건 처리 표준 메뉴얼'에 따라 교내 성 고충처리위원회를 꾸렸다. 여기서 학교가 B씨를 파면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후 교장은 부장 회의에서 "B씨를 직위 해제했다"라고 공지했다. 그러나 이는 곧 거짓으로 드러났다. 학교 측은 B씨에게 정식 징계가 아닌 '업무 정지' 조치를 내렸을 뿐이었다.

C씨는 유급 휴가를 마친 후 신고 한 달째인 7월 9일 학교로 복귀했다. 이후 C씨는 가해자 B씨와 한 공간에서 마주치며 일을 해야 했다. 직접 경찰에 신고하겠다던 교장은 C씨에게 "학교가 아닌 피해자 본인이 직접 경찰에 신고하라"라며 말을 바꿨다.

이 매체는 학교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학교 측은 "'아니면 말고'식의 추측성 기사로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키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렇게 취재진 질의에는 무반응으로 일관하던 학교 측은 한 달 병가를 내고 쉬고 있는 C씨에게 내용 증명을 보냈다. 학교 측 내용 증명에서는 '사건 처리가 지연되는 이유를 C씨 책임으로 떠넘기려는 태도'가 보였다.

취재진과 만난 한 교사는 "결국 이 사건은 덮어지게 될 거다"라며 "교육청에서 징계가 떨어져도 학교는 무마시킬 수 있다. 그는 "이곳이 사립학교이기 때문"이란 자조적인 말을 남겼다.

home 김보라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