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산분리 규제 완화 조짐…카뱅·케뱅 “길 트였다” 환영

2018-08-08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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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은산분리 완화 추진 시사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오후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 참석해 스마트폰을 이용해 케이뱅크의 계좌 개설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오후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 참석해 스마트폰을 이용해 케이뱅크의 계좌 개설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
문재인 대통령이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를 제한하는 은산분리 규제 빗장을 풀 필요가 있다면서 국회에서의 논의를 촉구하고 정치권 역시 화답하면서 8월 임시국회에서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초읽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은 전날 서울시청 내 시민청 활짝라운지에서 열린 '대한민국이 바뀐다-인터넷전문은행규제혁신' 현장을 찾아 은산분리가 우리 금융의 기본원칙이기는 하지만 이 제도가 인터넷전문은행과 같은 신산업 성장을 억제하고 있다면 새롭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 대통령의 규제혁신 추진에 집권여당 역시 즉각 반응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성장의 성공을 위해선 시의적절한 규제개혁과 일관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며 "은산분리 완화는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하는 대주주의 자격을 제한하고, 내부거래를 금지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영표 원내대표 역시 8월 안에 인터넷은행 규제 혁신을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했다.

야당 역시 은산분리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은산분리 완화 방침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록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일 때 반대했다고 하나 지금이라도 인식을 바꾼 것은 참 다행"이라고 밝혔다.

특히 여야 원내대표는 은산분리 등의 규제완화를 위한 법안을 8월 국회에서 처리하자고 합의한 바 있다. 이에 국회로 넘어온 은산분리 완화 논의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물꼬가 트이자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4월에 증자를 했기에 당장 시급하지는 않지만, 은행 영업에 있어 자본력이 기본이기에 증자는 계속 필요하다"며 "은산분리 완화로 장기적으로 길이 트였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4월 5000억원 규모 증자를 하면서 최대주주인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지분율 58%에 해당하는 2900억원보다 적은 1860억원만 출자하겠다고 하면서 난항을 겪었다. 이에 2대 주주인 카카오가 한국투자금융지주 실권주를 인수해 증자를 마무리 지었다.

은산분리 원칙에 따라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수 없어 의결권이 없는 전환우선주를 인수했다.

케이뱅크는 규제 완화가 이뤄지면 강력한 대주주 중심으로 안정적인 자본 확충을 할 수 있을지 기대하고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충분한 증자가 이뤄진다면 자본금 여력에 따라 신용대출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는 현재 상황부터 정상화해야 한다"며 "나아가 앱투앱 결제, 모바일 기술과 결합한 주택담보대출 등 새 사업 추진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뱅크는 지난달 1500억원으로 계획한 유상증자가 불발돼 300억원 전환주 발행에 그쳤다.

현행 은산분리 규제 하에서는 대주주인 KT가 혼자서 대규모 증자를 하고 싶어도 불가능하다. 거의 모든 주주가 지분율대로 증자에 참여하거나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해야 한다.

규제 완화가 완전히 적용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케이뱅크는 우선 기존 주주를 상대로 후속 증자를 진행 중이다. 케이뱅크는 기존 주주 중 금융주력자인 우리은행이나 DGB캐피탈이 지분율을 큰 폭으로 늘려 대주주가 되는 방안이나 외부 새 주주를 찾는 방법 등을 모색하고 있다.

home 정문경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