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내용이 이상하다" 보이스피싱 막은 택시기사

2018-08-10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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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목적지인 경기도 시흥으로 가는 내내 통화를 계속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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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택시기사가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으로 5천만원을 뜯길뻔한 70대 노인을 설득해 피해를 막았다.

10일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 등에 따르면 택시기사 김기태(67) 씨는 지난 6일 오후 4시 50분께 서울 강북구 미아삼거리에서 쇼핑백을 든 A(70·여)씨를 태웠다.

A씨는 목적지인 경기도 시흥으로 가는 내내 통화를 계속했다. 40여 분이 지나 휴대전화가 배터리 방전으로 꺼지면서 통화는 중단됐다.

A씨의 모습과 통화내용을 이상하게 여긴 김씨는 그제야 A씨에게 자초지종을 물어봤다. A씨는 "보증금을 안 갚으면 아들을 냉장고에 가두고 해치겠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A씨는 "'엄마 살려줘'라는 아들의 비명을 통화에서 들었다"며 "빨리 가지 않으면 아들이 죽는다"고 울먹였다. 쇼핑백에는 택시에 타기 전 A씨가 인출한 5천만 원이 들어있었다.

보이스피싱을 직감한 김씨는 "요즘 세상에 보증금을 안 갚는다고 납치하는 것이 어딨겠냐"라며 경찰서에 가자고 설득했지만, A씨는 불안감을 숨기지 못했다.

A씨를 설득한 끝에 경찰서로 향하던 중 김씨는 자신의 휴대전화로 A씨의 아들에게 전화하자고 제안했다.

2번째 통화 시도 끝에 아들이 전화를 받자 A씨는 대성통곡을 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서울 지하철 2호선 사당역으로 차를 돌려 오후 6시께 A씨를 무사히 아들에게 데려다줬다.

김씨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누구라도 옆에 있었다면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라고 겸손해했다.

A씨의 아들은 "당시 경황이 없어 경찰에 신고도 못 하고 기사님에게 사례도 하지 못했다"면서 "감사함을 표시하면서 마음의 빚을 갚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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