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초등생 범죄...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점

2018-08-1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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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초등학생들이 무섭다.

지난 5월 19일 경기 평택 한 아파트에서, 떨어지는 아령에 50대 여성의 어깨와 갈비뼈가 부러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6월 21일 경기 의정부의 한 아파트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이 보도블록을 던진 혐의로 붙잡혔다.

단순히 '어릴적 장난'이라 치부할 수 없는 초등학생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이 발표한 '2018년 상반기 청소년 범죄 분석'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범죄는 지난해 상반기 3167명보다 7.9% 증가한 3416명으로 집계됐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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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고층 건물에서 돌과 음료수 캔, 페트병, 커피 용기 등 온갖 것을 내던져도 초등학생들은 처벌받지 않는다. 현행법상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은 형사 미성년자로서 '촉법소년'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범법 행위를 저질러도 가정법원으로 넘겨져 보호처분만 받게 되며 범행 기록조차 남지 않는다.

'촉법소년' 범죄 유형을 보면, 올 상반기 단순 절도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2.3% 줄어든 반면 폭력 범죄는 21% 늘었다. 또 중고물품 판매 사기 같은 지능 사범은 33.7%나 증가했다. 전반적으로 초등학생들 범죄 유형은 다양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4일 제주에서는 11살 초등학생이 부모 SUV 차량을 운전해 차량 4대를 파손하고 1명을 다치게 하는 사고를 일으켰다. 같은 달 11일 대전에서는 9살 초등학생이 엄마 승용차를 몰래 몰고 나가 총 10대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를 내 충격을 줬다.

'초등생 몰카범'마저 등장했다. 지난 6월 27일에는 13세 초등학생이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 여성 치마 속을 불법 촬영하다 현행범으로 붙잡혔다. 그의 휴대전화에는 과거 다른 여성 3명 신체 부위를 불법 촬영한 동영상도 발견됐다.

tvN '라이브'
tvN '라이브'

일각에서는 "처벌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다. 조사 받는 것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라며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정부는 '촉법소년' 나이를 한 살 낮춘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올 상반기 범법 행위를 저지른 '촉법소년' 3416명 중 만 13세 '촉법소년'이 2246명으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어서다.

최근 세간을 뜨겁게 달군 '관악산 집단 폭행 사건'을 비롯해 각종 폭행 사건에서 가해자 중 일부가 '만 13세'란 이유로 처벌을 피한 사례가 보도돼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지난해 전 국민의 공분을 일으킨 '부산 여중생 집단 폭행 사건'에서도 가해자 1명이 만 13세 미만이란 이유로 처벌을 피한 사례도 있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

하지만 어떤 이들은 처벌 대상 나이를 낮추는 게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고 주장한다.

2년 차 초등학교 교사 A씨는 "시대가 변하면서 아이들이 이른 나이부터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고 있다"라며 "자극적인 내용까지도 무분별하게 수용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초등생들이) 점점 더 자극적인 것을 찾고 그것을 모방하려는 움직임이 크다"라고 했다.

A씨는 "문제 행동을 보이는 학생들을 상담해보면 대다수가 가정환경에 문제가 있더라"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게 정말 힘든 문제다"라며 "학생 가정환경에서 기인한 문제를 교사가 직접 나서서 도와주거나 해결하기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영화 '아저씨'
영화 '아저씨'

범죄심리사 겸 범죄 피해 평가 전문가 심규보 씨도 '촉법소년' 문제는 "부모 교육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소년원에 들어온 아이 중 70% 이상이 부모가 없거나 한부모 가족, 혹은 정신 지체가 있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라고 했다.

그는 "범죄심리학에서는 이를 '환경결정론'이라 한다"라며 "이 아이들을 볼 때마다 '좋은 부모 아래서 제대로 교육받고 자랐어도 이러한 범죄를 저질렀을까'하는 생각이 참 많이 든다"라고 말했다.

심규보 씨는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필요한 건 예비 부모 교육"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를 낳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교육 수준이 돼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나이를 낮추려는 '촉법소년' 개정안에 대해 "다른 국가들에서는 우리나라보다 촉법소년 나이를 더 높게 책정한 곳도 많다"라며 "환경적인 문제와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는 게 더 우선시 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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