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수법에 소름”... 살인 탄로 우려 암매장 시신에 황산 부어

2018-08-13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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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들의 행복할 것 같던 삶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13일 오전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북지방경찰청 기자실에서 황인택 군산경찰서 형사과장이 '여성 시신 유기 사건'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이하 연합뉴스
13일 오전 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북지방경찰청 기자실에서 황인택 군산경찰서 형사과장이 '여성 시신 유기 사건'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이하 연합뉴스

(군산=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빌라에 함께 살던 동거인을 주먹과 발로 때려 숨지게 한 일당의 잔혹한 시신유기 방법이 일부 드러났다.

피의자들은 야산에 암매장한 시신을 다시 꺼내 황산을 붓고 다른 들판에 재차 매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아직 조사를 마치지 않아 경위를 다 말할 수는 없다"며 추가 범행 가능성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13일 전북 군산경찰서가 밝힌 피의자들의 살인과 시신유기 경위는 이렇다.

지난 2월 A(26)씨 부부는 "빌라에서 같이 살 동거인을 구한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광고를 냈다.

이를 본 B(22)씨와 그의 여자친구, C(23)씨, D(23·여)씨는 지난 3월부터 A씨 부부가 사는 군산시 소룡동 한 빌라로 찾아왔다.

당분간 함께 살게 된 이들은 임대료와 생활비로 각자 10만원을 내기로 했다.

다만 D씨는 생활비를 낼 형편이 되지 않아 청소와 설거지 등 집안일을 도맡기로 했다.

청춘들의 행복할 것 같던 삶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B씨와 C씨는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아 집이 맨날 더럽다"며 D씨를 구박하기 시작했다. 당시 손찌검도 있었을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폭행 수위는 차츰 높아졌고 지난 5월 12일 오전 9시께 이들로부터 상습적인 폭행을 당한 D씨는 끝내 숨졌다.

빌라에서 벌어진 참극에 당황한 나머지 동거인들은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숨진 D씨를 암매장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5시께 두꺼운 이불로 둘둘 만 시신을 빌라에서 20㎞ 떨어진 나포면 한 야산에 파묻었다.

이후로도 틈만 나면 야산에 찾아와 시신이 어느 정도 부패했는지를 확인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완전범죄를 꿈꿨던 이들은 뜻하지 않던 곳에서 변수를 만났다.

군산 지역에 많은 비가 쏟아진 지난 6월, D씨 시신이 묻힌 야산의 토사가 일부 유실된 것이다.

이들은 야산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시신을 파낸 뒤 여행용 가방에 담아 옥산면 한 들판에 재차 매장했다.

이 과정에서 피의자 중 한 명은 "예상보다 부패하지 않아서 누군가 시신에 황산을 부었다"는 충격적인 기억을 경찰에서 털어놨다.

동거인을 살해한 것도 모자라 두 차례나 암매장하고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했다는 진술이 나온 것이다.

경찰은 피의자들의 범행 경위를 이렇게 설명하면서도, "(언론에) 다는 밝힐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경찰 관계자는 "D씨의 정확한 사망 경위를 밝히기 위해 오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며 "빌라 안에서 벌어진 폭행과 가혹 행위는 현재로서는 외부에 밝히기 어렵다. 조사를 통해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산경찰서는 살인과 시신유기 등 혐의로 범행에 가담한 A씨 등 5명 모두를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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