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문 솜씨가 천재급” 조선일보 국민연금 기사 비판한 서울대 교수

2018-08-14 18:20

add remove print link

“마치 현 정부가 국민연금 재정 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인 것처럼 몰아간다”

이하 연합뉴스
이하 연합뉴스

국민연금제도를 두고 조선일보 기사를 비판한 서울대 교수 글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대 경제학과 이준구 명예교수는 개인홈페이지에 '아무도 말하지 않는 국민연금의 진실'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조선일보에서 나온 국민연금 기사를 언급하며 "작문 솜씨도 이 정도면 천재급이라고 감탄할 수밖에 없다"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준구 교수는 "신문기사를 대충 읽으면 갑자기 국민연금제도 재정에 큰 문제가 발견돼 논쟁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으로 오해하기 십상"이라며 "정례적으로 재정 건전성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개선해야 할 점이 발견되었다는 것이 진실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민연금 재정전망을 새로 평가해본 결과 저출산, 고령화 등 영향으로 기금 고갈 예상시점이 2060년에서 2057년으로 3년 빨라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걸 갖고 어떻게 갑자기 국민연금이 난파 위기에 빠졌다고 단정할 수 있겠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것이 만약 위기 상황이라면 이 정부 들어와서 그런 문제가 새로 발생한 게 아니고 1988년 출범 당시부터 안고 있던 문제인 셈'이라며 "당시 정권의 포퓰리즘 때문에 출범 당시부터 재정 건전성에 문제를 안고 태어났다"라고 썼다.

또 이준구 교수는 "정부가 국민의 지갑을 턴다는 말은 공연히 세금을 거둬 쓸모 없는 데다 쓸 때나 통용될 수 있는 말 아니냐"라며 "거두어진 보험료가 전액 연금으로 지급되는 마당에 어떻게 국민의 지갑을 턴다는 말을 할 수 있냐. 국민연금 기본 성격에 대한 무지에서 이런 터무니없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보수 언론은 최근 국민연금 수익률이 급격히 하락한 것이 재정위기를 초래한 중요한 원인이라는 식의 논리를 펴고 있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기금운용본부장(CIO) 자리가 1년 넘게 비어 있다는 사실이 작용하고 있다는 식으로 얘기한다. 마치 현 정부가 국민연금 재정 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인 것처럼 몰아간다"라고 썼다.

그는 "그러나 (기금운용본부장 자리가 공석상태였을) 2017년만 해도 국민연금 수익률이 무려 7.26%에 이르렀다"라며 "기금운용본부장 부재나 수익률 하락이 국민연금 재정을 악화시킨 한 원인이라고 말할 수는 있어도 이것이 위기의 본질이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준구 교수는 "가능하면 기금 고갈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민연금 재정 건전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보험료 부담 증가나 연금 삭감에 대한 국민 불만이라는 장애물을 현명하게 넘어가야 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라며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일고 있는 국민연금제도에 대한 근거 없는 분노는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대책 논의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했다.

이준구 교수는 국내 대표적인 미시경제학자이자 재정학 권위자로 1984년부터 2015년 정년퇴임할 때까지 모교인 서울대에서 경제학 교수로 재직했다. 평소 사회 현안에 거침없는 쓴소리를 내 주목을 받았다.

앞서 이날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기금운용본부 수익률 하락과 국민연금공단 내부 인사를 지적하며 "이런 문제부터 풀 생각을 하지 않고 국민의 추가 부담을 늘리거나 연금 수령 시점을 더 늦추는 해법만 찾고 있다"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home 박혜연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