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장 웃기는 이등병 마음으로 임해라” 김지은이 인수인계 받은 내용

2018-08-16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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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 비서는 늘 지사에 대해 수긍하고 따라야 하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

곰TV, KBS '추적 60분'

안희정 전 충남지사 비서 출신 김지은 씨가 당시 선임 비서에게 인수·인계 받은 내용이 공개됐다. 이 가운데는 '병장을 웃기는 이등병 마음'으로 안희정 전 지사를 모서야 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지난 15일 KBS '추적 60분'에서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력 혐의 사건에 관해 다뤘다. 법정에서 검사는 수행비서 역할과 자세에 대해 "공적인 일이나 사적인 일이나 지사가 시키는 모든 일을 다 하고 늘 지사에 대해 수긍하고 따라야 하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라고 진술했다.

이하 KBS '추적 60분'
이하 KBS '추적 60분'

또 검찰은 안 전 지사와 김지은 씨가 주고받은 문자를 위력을 입증하는 증거로 제출했다. 문자에서 안 전 지사는 담배를 가져오라거나 생선구이나 김치를 더 달라고 하라는 등 주로 단답형으로 지시를 내렸다. 이에 피해자 김지은 씨는 깍듯이 받들고 이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검찰은 김지은 씨가 선임 수행 비서에게 인수·인계받은 업무 목록도 함께 공개했다. 목록을 보면 안 전 지사 기분을 맞추는 일은 별표 두 개에 해당하는 중요 업무 중 하나였고 '병장을 웃기는 이등병의 마음'으로 안 전 지사를 모셔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피고인 측은 검찰 주장에 반박했다. 이들은 "일상적 위력이 존재한다더라도 성관계 당시에는 위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피고인 측은 "시간을 불문하고 피고인의 기분을 거스르면 안 되고, 감정을 드러내선 안 되며 알게 된 내용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는 것은 수행비서의 기본자세다"라며 "그러나 이런 것들이 어떠한 성적인 요구에도 무조건 '예스(YES)'라 답하는 위력을 구성하는 요소라 보기 어렵다"라고 했다.

합의에 따른 성관계였음을 주장하는 피고인 측 역시 안 전 지사와 김지은 씨가 주고받은 문자를 증거로 제출했다. 문자에는 김지은 씨가 안 전 지사에게 '지사님 휴가는 즐거우신가요?', '늘 지사님이 더 고생이시죠', '조심히 들어가세요' 등의 말을 보낸 내용이 담겼다.

피고인 측은 "문자를 보면 안 전 지사가 제왕적이고 권위적이고 위압적이라 피해자가 무조건 따라야 하는 관계로 읽히지 않는다"라며 "일반적인 상사와 비서라 보기 어려울 정도로 친밀감이 느껴지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라고 했다.

지난 14일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 조병구 판사는 피감독자 간음·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home 김보라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