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에 대한 흔한 오해 (류승락 부산지역본부장 인터뷰)

2018-08-21 14:20

add remove print link

“제대로 된 정보가 아닌 오해 때문에 현명하지 못한 선택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국민연금과 관련된 이슈가 뜨겁다. ‘더 내고 더 늦게 받는’ 식으로 개편한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식과 함께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과의 형평성 문제 등이 다시 한번 불거지며 논란을 키우고 있다. 논란을 진화하고자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민 동의 없는 국민연금 개편은 없다’ 고 못 박았지만 국민의 불만과 불안을 잠재우긴 역부족이다.

이에 위키트리는 국민연금의 최 일선에 있는 직원과 팩트체크 방식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했다. 대담자는 국민연금 부산지역본부 류승락 본부장이다. 대담은 재정계산 및 제도개선안 공청회가 진행된 17일(금) 국민연금 부산사옥에서 이뤄졌다. (편집자 주)

위키트리와 인터뷰하는 류승락 국민연금 부산지역 본부장  / 이하 사진=최학봉 기자
위키트리와 인터뷰하는 류승락 국민연금 부산지역 본부장 / 이하 사진=최학봉 기자

1. 요즘 국민연금 때문에 많이 시끄럽다. 일선 현장에서 힘들 것 같다.

사실 그런 걱정을 하긴 했었다. 그러나 실제론 차분하다. 우리 민원실에 하루에 100명 정도의 고객이 방문하신다. 이 분들을 모니터링 해 봐도 크게 특이한 사항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계속 좋지 않은 쪽의 뉴스가 생산되고 있어 긴장을 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라 그 오해를 불식시키는데 직원들의 역량을 모아 해결해 나가려고 노력 중이다.

2. 왜 이런 현상이 되풀이 된다고 보는가?

국민연금법에 매 5년 마다 국민연금 재정을 추계해서 발표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국민연금 운영계획을 세워 대통령과 국회에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올해가 네 번째이며 다른나라에도 비슷한 제도가 있다. 이러한 절차는 국민연금 기금의 재정안정화에 그 목적이 있다.

또한 세태가 변화하면서 그에 맞는 연금제도를 재설계하는데 방향성을 두고 또 실제 개선사례도 많다. 궁극적으로 국민정서에 맞춰 개선할 내용은 개선하고 또 후세대에 큰 부담을 지우지 않고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함인데 일부 언론에서 침소봉대하는 부분도 있고 그로 인한 오해가 확대 재생산되는 경우도 많다.

◈ 재정계산은 일종의 건강검진, 사회적 논의 통해 발전시켜야

3. 구체적으로 어떤 오해들이 있는가?

가장 큰 오해는 국민연금 기금이 소진될 경우 연금을 지급받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이미 많은 언론에서 보도가 되었듯이 제4차 재정계산 결과 2057년이면 적립기금이 바닥난다. 앞으로 약 40년 후의 일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국가가 책임을 지고 운영하는 제도로써 국가가 존속하는 한 지급된다. 일부 남미국가나 동유럽국가에서 정치적, 경제적 혼란 속에서도 지급이 되었다. 기금이 소진될 때까지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다. 지금의 건강보험이나 공무원연금 등도 마찬가지다. 또한 대부분의 선진국도 적립기금은 없다. 국민연금은 기금이 아니라 제도다.

4. 기금이 없어도 지급엔 문제없다. 그렇다면 최근 수익률 너무 떨어지고 있다던데

국민연금 기금의 투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손해를 봤다는 기사가 있던데 단지 평가손일 뿐이다. 사실상 모든 투자처에서 이익을 내기란 어렵다.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서 투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까지 조성된 기금 중 300조원이 투자수익이다. 세계 어느 연기금에 비교해도 최상위 수준이다.

5. 기금운용본부장(CIO) 장기간 공석과 전주 이전에 의한 손실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 부분에 대해선 여러 의견이 나올 수 있다. 물론 기금운용 최고 책임자가 없으니 일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기금의 투자는 시스템에 의해 이루어진다. 누가 그 자리에 있던 큰 영향을 끼치기 어렵다는 뜻이다. 30년을 쌓아온 조직역량이다. 사람 한 명 없다고 쉽게 무너지는 시스템이 아니다. 투자도 IT시대다. 요즘 누가 통장과 도장 들고 은행거래 하나? 서울이나 부산 등 금융중심도시에 비해 관련 인프라 및 정주여건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네트워크로 다 연결되는 세상인데 서울이든 전주든 그건 중요한 사항이 아니다. 그렇다면 작년 수익률도 낮았어야 했는데 오히려 서울에 있을 때 보다 훨씬 높다. 이런 지엽적인 부분을 문제 삼기보다는 운용체계를 더욱 선진화하고 우수한 인력이 모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민연금 수익률은 세계 최정상급, 단기 평가는 바람직하지 않아

6. 직장인들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것 중 하나가 국민연금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일단 월급에서 공제하는 금액이 다소 많다보니 그렇다고 본다. 그래도 예전엔 부동의 1위였는데 지금은 건강보험이 더 부담된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국민연금은 일종의 장기 적금이라고 생각하라고 권유해 드리고 싶다. 나도 직장인 이지만 지금은 부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부담만 되는 것이 아님을 알 것이다.

7. 국민연금을 ‘더 내고 더 늦게 받는’ 안이 국민들의 불만이다. 실제 그런가?

대통령께서도 복지부장관께서도 밝혔듯이 국민 동의 없는 개편은 어렵다. 하지만 지금 현재 구조를 계속 유지하는 것 또한 후세대를 위해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9%다. 지난 1999년 이후 제자리다.

물론 소득대체율이 점진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이 또한 노후소득을 보장하기엔 역부족이다. 그래서 나온 안이라고 본다. 연금은 연금다워야 한다. 조금 더 부담하더라도 연금을 더 받을 수 있다면 좋은 방향이라고 본다. 그것이 곧 정부나 공단이 추진하고 있는 노후소득 보장 강화다.

하지만 수급연령을 68세로 늦춘다는 것에는 개인적으로 반대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대부분이 65세 이상이긴 하고 2033년부터 우리나라도 65세로 상향되도록 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수급연령 상향은 추후 경제, 인구구조 등을 더 지켜본 후 바꿔도 늦지 않다고 본다.

8. 선진국들의 국민연금 보험료 부담은 어느 수준인가?

사실 우리 국민들이 가장 부러워하고 꿈꾸는 노후 지향점이 바로 북유럽 국가들이다. 그런데 이 나라들의 부담비율을 보면 놀란다. 스웨덴 22%를 비롯해 대부분 20%를 넘는다. 일본이나 중국도 12~14% 로 우리보다 높다. 또한 가입연령도 대부분 65세 이상이며 캐나다는 70세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소득의 9%를 부담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9. 국민연금을 폐지하자는 주장도 많던데?

일부 시민단체에서 국민연금의 비밀 이라는 형식으로 국민들을 현혹하고 있다. 이 단체 주장대로 된다면 일부 대기업의 보험사만 배불리는 격이다. 하지만 폐지 주장은 조금 위험한 발상이다. 사실상 국민연금을 제외하곤 노후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은 없다. 특히 노후 빈곤율이 세계 최고수준인 상황에서 국민연금까지 폐지한다면 사회적으로 큰 재앙이 닥칠 수밖에 없다.

일부 어려운 국민들께서 ‘지금 생활하기도 빠듯한데 노후는 무슨’ 이라며 제도 폐지를 주장한다. 소득이 적은 국민일수록 국민연금에 더 적극적으로 가입하고 성실하게 납부하는 것을 권장하고 싶다.

일부 부유층이야말로 사실 국민연금제도를 비롯한 사회보험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부유층들의 국민연금 가입률이 더 높다. 그들은 국민연금만큼 좋은 금융상품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소득을 재분배하는 요소를 설계 시점부터 반영하고 있으므로 저소득층일수록 수익비가 더 높다는 사실도 알아줬으면 한다.

폐지는 무책임한 주장. 잘 가꿔 주요 노후소득원으로 삼아야

17일 오후 국민연금 부산지역본부 고객상담실 모습
17일 오후 국민연금 부산지역본부 고객상담실 모습

10.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과 형평성에서 많은 국민들이 불만이다.

이 부분도 다소 오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공무원연금이나 사학연금 그리고 군인연금의 절대금액은 당연히 국민연금보다 높다. 일단 보험료율 부담이 두 배다. 또한 대체로 정년이 보장되어 있어 가입기간이 길며 퇴직금 제도가 없어 노후 연금액이 많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이 있더라도 국민 정서상 용납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는 것으로 안다. 특히 매년 수 조원의 세금을 들여 적자를 보전하는 구조다. 이것은 법률에서 국가가 지급을 보장하고 또한 국가가 사용자이기 때문에 책임을 지는 부분이다.

국민연금도 국가가 책임을 지고 운영하는 법률 조항이 있지만 조금 더 명확하게 지급을 보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사실 이 부분은 여러 차례 시도를 했었지만 사회적 논의과정 그리고 국회 입법과정에서 실현되지 못했다. 이번엔 국민의 뜻을 담아 잘 되길 바란다.

11. 긴 시간 할애해줘서 고맙다. 끝으로 국민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국민연금은 기금이 없다고 못 받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존속하는 한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최근 국민연금 때문에 시끄러운 것은 더 나은 제도를 만들기 위한 일종의 통과의례다. 특히 부산·울산·경남지역은 지역경제가 침체되고 노령인구도 많다. 그래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사회보험이 더욱 필요하다. 제대로 된 정보가 아닌 오해 때문에 현명하지 못한 선택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국민연금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이런 경우가 아니라도 평소 불합리한 부분이 있으면 의견을 보내주셨으면 좋겠다. 우리 직원들 또한 국민이 주인인 연금다운 연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국민연금의 주인은 바로 국민인 것을 잘 알기에 이번을 계기로 더 겸허한 자세로 업무에 임할 것이다.

home 최학봉 기자 hb7070@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