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척한 모습의 신동빈 회장, 경영위기 처한 롯데그룹 계열사들

2018-08-2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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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월드타워 면세점 2천명 운명도 재판 결과가 판가름..‘뉴롯데’ 비전 올스톱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구속전보다 수척한 모습으로 지난 11일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항소심 8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뉴스1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구속전보다 수척한 모습으로 지난 11일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항소심 8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뉴스1

“박근혜 대통령이 나보고 롯데그룹 회장을 그만두라 할 까봐 겁이 났다.”

“K스포츠재단에 대한 지원은 정부 시책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생각해 한 것으로 면세점 청탁은 생각할 수 없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9일과 17일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직접 발언 기회를 얻어 증인석에서 한 말이다.

신 회장은 1심을 비롯해 항소심 재판에서도 기회가 날 때마다 억울함을 호소했고, 항소심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다시 한 번 간절함을 담아 결백을 주장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총수인 신 회장의 재판이 개인적인 문제라고 치부될 수도 있지만 재계 서열 5위권의 롯데그룹의 투자 시계가 멈춘 것은 국가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수 밖에 없다. 글로벌 경쟁사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마당에 투자 시기를 놓치면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면서 결국 경쟁에서 밀려나기 때문이다.

신 회장의 장기 구속으로 대규모 해외투자와 인수합병 등이 멈춰서면서 이는 곧 기업 경쟁력 저하와 장기적으로 리스크로 확산될 수도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실제 신 회장 구속 후 10조원이 넘는 공격적 해외투자는 올스톱 된 상황이며, 이번 재판 결과에 따라 롯데 월드타워 면세점 2000명 이상의 일자리가 좌우된다. 당장 하반기 신규채용 규모도 세우지 못할 정도로 재계 서열 5위 롯데그룹은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영업도 신 회장의 선고로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관세청이 신 회장의 최종 선고결과에 따라 월드타워점 사업권 취소 여부를 결정한다고 했기 때문에 수천명의 직원들도 좌불안석이다. 국가내외 경기도 좋지 않아 고용이 줄고 있어 대안을 마련하기도 쉽지않다.

지난 2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1심에서 2년6개월의 실형을 받고 법정구속된 신 회장의 항소심이 오는 22일과 29일 열리는 두 번의 공판을 끝으로 모두 마무리된다.

재판부는 당초 29일 결심공판을 열고 롯데그룹 경영비리 재판과 신 회장의 뇌물공여 재판을 모두 끝내려 했지만 22일 한 차례 더 변론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선고는 10월 초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구속된 지 반년 사이 유례없는 폭염에 재판 스트레스가 더해져 체중이 10kg가량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재판에서 신 회장은 이전보다 확연하게 수척해진 모습을 보였다.

신 회장 만큼이나 롯데그룹 역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올 상반기 성적표면 들여다보면 롯데쇼핑과 롯데면세점 등이 지난해 사드 충격의 여파에서 벗어나는 듯 보이지만 신 회장의 부재 속 공격적 투자 보다는 현상 유지에 그쳤다. 롯데마트는 중국시장에서 큰 손해를 보며 철수한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신 회장이 강조해온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 투명성 강화, 글로벌 투자 등을 골자로 한 ‘뉴롯데’ 경영비전은 사실상 전면 중단됐다. 당장 하반기 투자규모와 사업전략, 고용 확대 등에 대한 윤곽을 잡지 못하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 17일 열린 재판에서 회사경영 상황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신 회장은 "현재 영업중인 롯데 월드타워 면세점도 이 재판 결과에 따라 영업 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며 "그러면 2000명 이상의 직원이 하루아침에 멀쩡한 직장을 잃는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며 하소연했다.

재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을 선두로 투명한 기업 만들기에 앞장 선 롯데가 총수의 장기 공백으로 여러 가지 측면에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며 “항소심 재판 결과에 롯데의 위가가 수면 위로 떠올라 고용을 악화시키고 경제지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재계 안팎에서 흘러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home 정은미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