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돌린 진에어...조양호 회장 일가 '갑질 탓'에 위기는 '진행형'

2018-08-2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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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업 제재 이어 세무조사까지..오너 향한 불신 등 혼란 가중

재도약을 향한 진에어의 날개짓이 버겁다. 가까스로 면허 취소 위기를 넘겼지만 국토부가 예의주시하고 있어 신규 사업은 줄줄이 제동이 걸렸고 국세청은 '특별 세무조사'라는 칼날을 들이 밀고 있다. 연이은 기관 조사에 직원들의 피로감은 높이 쌓였고 이는 면허 취소 위기와 세무조사의 원인을 제공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와 경영진을 향한 불신과 반발로 이어지고 있다.

21일 업계와 국토부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외국인 불법 등기이사 재직 논란을 빚은 진에어에 대해 면허취소 처분을 국토부가 내리지 않기로 하면서 진에어는 숨통이 트인 분위기다. 그러나 조양호 회장의 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 총수일가의 갑질 경영이 사회문제로 부상한 만큼 일정기간 신규노선 허가 제한, 신규 항공기 등록 및 부정기편 운항허가 제한 등의 제재를 통해 갑질을 지켜본다는 늬앙스를 풍기고 있다.

진에어가 청문과정에서 제출한 '항공법령 위반 재발방지 및 경영문화 개선대책'이 제대로 이행될 경우 제재를 거두겠다는 게 국토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대책이 회사 경영 결정에 한진그룹 계열사 임원의 결재 배제, 사외이사 권한 강화, 내부신고제 도입, 사내 고충처리시스템 보완 등으로 단기간 내 해소하기 어려운 사안들이어서 국토부의 제재 조치가 최소 1년 이상 유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진에어가 하반기 추진키로 한 신사업은 모두 '올스톱' 됐다. 당초 신규 기재 3대 도입과 부산~싱가포르 직항, 청주발 비정기노선, 인천~ 중국 싼야, 김해~ 중국 우시 등의 신규 노선 취항을 준비했지만 4분기 이후로 미뤄졌다. LCC(저비행항공사) 업계 최대 성수기인 3분기에 뒷짐만 지게 된 셈이다.

신규 기재 도입과 새로운 노선 확보가 LCC 업계의 경쟁력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제주항공을 따라잡고 LCC 업계 1위로 올라서겠다는 진에어의 당초 목표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오히려 턱 밑까지 쫓아 온 3위 업체들의 추격을 방어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LCC업체들이 기재 도입과 신규 노선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에 진에어만 뒤쳐진다면 실적 악화는 물론 업계 내 영향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이 지난 20일 대한항공에 이어 계열사인 진에어를 상대로 특별세무조사에 나섰다 / 연합
국세청이 지난 20일 대한항공에 이어 계열사인 진에어를 상대로 특별세무조사에 나섰다 / 연합

이처럼 갈 길은 먼데 이번엔 국세청이 진에어의 날개를 잡았다.

조현민 전 부사장이 지급받은 퇴직금 8억7400만원의 적법성, 면세품 중개업체를 통해 얻은 부당 이득 여부 등을 조사하기 위한 세무조사라는 것인데 일각에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검찰 조사와 맞물려 총수 일가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국토부의 면허 유지 처분 이후 영업일 기준 하루만에 또 다시 정부 기관의 조사에 직면하면서 직원들의 피로감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면허 취소와 이번 세무조사를 초래한 원인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와 경영진에 있다는 점에서 이들을 향한 반발과 분노는 더욱 심화되는 분위기다.

실제로 진에어 직원들은 지난 4월 조현민 전 부사장의 불법 등기 이사 재직 사실이 드러난 이후 4개월 간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했다.

업계 관계자는 "진에어가 제시한 경영 개선 대책에 한진그룹 임원 결제 배제등이 담겨 있는 만큼 빠른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직원들의 오너 및 경영진을 향한 퇴진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내부 혼란까지 가중되면서 당분간 회사 안팎의 어수선한 분위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home 이승연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