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무인화 전략 속도…‘임금 인상, 줄어든 시간’ 빛과 그림자

2018-08-22 10:20

add remove print link

“무인점포, 1대당 1.5명의 인건비 절감 효과”

고객이 이마트 에브리데이 삼성점에서 모바일 앱 쓱(SSG)페이로 상품 바코드를 찍은 뒤 결제 금액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객이 이마트 에브리데이 삼성점에서 모바일 앱 쓱(SSG)페이로 상품 바코드를 찍은 뒤 결제 금액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저임금이 2년간 29.1% 치솟는 초유의 사태에 유통업계는 무인화 도입을 통해 인거비 절감을 하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주52시간’ 근무제까지 실행되자 백화점과 대형마트, 화장품 업체 등은 아르바이트 인력을 대체할 수 있는 무인 계산대에 이어 무인자판기까지 생겨나고 있다. 아직 시범운행 중인 곳이 많지만 기술·연구 개발이 빨라지면 유통업계 지형을 크게 뒤흔들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전망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롯데백화점을 비롯한 각종 유통업체는 최저임금 인상 및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인점포로 전환 중이다.

먼저 현대백화점(대표 박동운)은 국내 유통업체 중 처음으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과 손잡고 무인 슈퍼마켓, 무인 안내 시스템 구축 연구에 나선다. 오는 2020년 하반기 오픈 예정인 ‘현대백화점 여의도점(가칭)’에 아마존의 첨단 기술을 대거 적용할 방침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아마존 고(Amazon GO)’의 ‘저스트 워크 아웃(Just walk out·소비자가 쇼핑을 한 뒤 그대로 걸어 나오면 자동으로 결제되는 기술)’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백화점(대표 이원준)은 지난해 12월 인공지능 채팅봇 ‘로사’를 내놓고 8개월간 고도화 과정을 거쳤다. 다음 달부터 채널을 확대해 유통업계를 대표하는 인공지능으로 키울 방침이다. ‘로사’는 IBM의 인공지능 ‘왓슨’과 연계해 채널별 구매 특성, 인구통계학적 정보, 선호도, 구매 이력, 가격 민감도 등 101가지 항목을 분석한다. 기존 인공지능 쇼핑 도우미는 키워드 검색에 따른 상품을 고객에게 단순 연결하는 것에서 그친 것과 비교하면 고객 개개인 특성별 분석이 가능해진 셈이다.

대형마트 업계도 분주하다. 롯데마트(대표 김종인) 김포한강점·서초점 등 10개 점에는 87대 계산대가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서초점의 경우 전체 이용 고객 41%가량이 무인계산대를 이용한다. 무인화 시스템에 점차 익숙해지는 분위기는 맞는 것 같다”며 “다만 중년층 고객들은 아직까지 줄을 오래 서더라도 점원에게 계산 하는 게 더 편하다는 입장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에 롯데마트는 연말까지 젊은 층 고객이 많은 점포를 중심으로 400대의 무인 계산대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이마트(대표 이갑수)는 지난달부터 전국 144개 점 중 40개 점포에 무인 계산대를 적용했다. 이와 함께 지난 16일부터는 ‘한국판 아마존고’라고 불리는 이마트 에브리데이 스마트 점포를 열었다. 이마트 에브리데이 삼성점에서는 모바일 앱 쓱(SSG)페이로 구매할 상품 바코드를 찍어 입력한 뒤 바로 휴대전화로 결제할 수 있다. 이마트는 하반기까지 무인계산대를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 2005년부터 무인화를 가장 먼저 도입한 홈플러스는 1~2개 소량 품목을 구매하는 고객 위주로 사용하도록 도입한 후 정착화 단계다.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점포 확대가 쉽지 않은 화장품 업체도 자판기를 조용히 늘리는 추세다. 신세계백화점(대표 장재영)의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에는 ‘화장품 자판기’가 매장 곳곳에 비치돼 있다. 제공되는 전용 코인을 사용해 원하는 제품을 뽑을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대표 서경배)은 이니스프리 일부 매장에 70인치 대형 화면을 터치해 필요한 제품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미니숍’을 설치해 운영 중이다.

지난 20일 서울 중구 세븐일레븐 본사에 시범운영 설치된 자판기형 편의점 '세븐일레븐 익스프레스'에서 직원이 상품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세븐일레븐
지난 20일 서울 중구 세븐일레븐 본사에 시범운영 설치된 자판기형 편의점 '세븐일레븐 익스프레스'에서 직원이 상품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세븐일레븐

편의점 세븐일레븐(대표 정승인)은 지난 20일 인건비 부담을 비켜가기 위해 자판기형 편의점 ‘세븐일레븐 익스프레스’를 선보였다. 자판기 4~5대 붙여 놓은 열차 형태의 무인점포는 샐러드, 도시락 등 일일배송 상품을 주력으로 판매한다. 자판기형 매장이 겨냥하는 소비자는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는 학생이나 직장인이다. 1호점이 직장인이 밀집된 서울 청계천로 세븐일레븐 사옥에 들어선 이유다. 세븐일레븐은 오는 9월부터 실제 상용화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무인점포는 유인점포로 운영할 때보다 이익이 약 2.5배 늘어난다. 기계값이 비싸지만 장기적으로 1대당 1.5명의 인건비 절감 효과도 있다”며 “이에 근무시간 단축 등으로 경영부진에 빠진 업계의 무인화는 더 탄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해 향후 유통 무인화 바람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다만 이를 우려하는 시각도 흘러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무인화가 인건비 절약이라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고용을 위축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큰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며 "정부가 경제정책에 혼선으로 고용이 위축된 마당에 이 같은 부작용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해 생겨난 문제들인데, 자영업자들이 살기위해 몸부림 치는 것을 막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해법을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home 권가림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