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안 잔다고…" 구미 가정어린이집서 아동학대 의혹

2018-08-22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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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선생님이 무섭다'며 울음을 터트렸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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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안 잔다고 손으로 머리를 누르고 이불을 뒤집어 씌우고, 밥을 안 먹는다고 팔을 잡아끌어 억지로 먹이는게 말이 됩니까"

구미시의 한 아파트 민간가정어린이집에서 교사가 3살짜리 아동들을 학대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2일 구미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8일과 12일 '구미시 고아읍의 한 아파트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가 있다'는 신고가 2건 접수됐다.

피해자 A군(3)의 어머니 B씨(41)는 방학이 끝난 지난 6일 "아이가 어린이집 근처에만 가면 바들바들 떨면서 '안 가겠다'고 발버둥쳐 물어보니 '선생님이 무섭다'며 울음을 터트렸다"고 말했다.

B씨는 이날 어린이집 원장과 함께 교실에 설치된 CCTV의 녹화 영상을 열람했다.

지난 6월 이후 약 2개월 동안 기록이 저장된 이 어린이집의 CCTV 영상을 확인한 B씨는 A군과 같은 반 아이들이 담임 보육교사인 C씨로부터 수차례 학대가 이뤄졌다고 판단해 지난 8일 경찰에 신고했다.

B씨에 따르면 CCTV 영상에 C씨가 A군을 재우는 과정에서 고개를 들면 못들게 손으로 누르고, 베개와 이불로 얼굴을 덮어씌우며 억지로 재우는 모습이 담겨있다.

또 A군이 쉽게 잠들지 않자 손으로 머리를 치고 몸을 감싼 이불을 세게 당기는 등의 모습도 있다.

B씨는 "아이가 지난 7월부터 '반 선생님이 안 잔다고 자꾸 때려 무섭다'고 해서 설마 했는데 이렇게까지 할 줄 몰랐다"고 하소연했다.

이 어린이집의 다른 어린이 부모도 아동학대 피해를 주장하며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39개월 여아를 이 어린이집에 맡겼던 D씨(34·여)는 "어린이집에 가자고 신발을 신기면 아이가 벌벌 떨면서 '어린이집 안 갈거야'라고 해 CCTV를 보고서야 아이가 학대당한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또 "죽을 먹일 때 아이가 안 먹고 있으니까 보육교사가 다리를 툭툭치고 팔을 잡아 끌어 억지로 먹기를 강요했다. 아이가 겁에 질려 울음을 터트리는 모습을 보고 아연실색했다"고 분노했다.

D씨는 "자라면서 손도 한번 빤 적이 없는 아이가 구석에서 손톱과 발톱까지 물어 뜯고 있는 모습을 본 순간 기절할 것 같았다"며 울음을 터트렸다.

D씨는 아이를 이 어린이집에서 퇴원시킨 뒤 지금은 인근의 다른 어린이집에 맡기고 있다.

2명의 아이들은 눈이 떨리는 등 학대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으며,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부모들도 트라우마가 심해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어린이집은 또 기록적인 폭염이 지속된 7~8월 에어컨이 없는 방에서 어린이들에게 낮잠을 재운 것으로 알려졌다.

구미경찰서 관계자는 "어린이집에서 확보한 CCTV 영상을 분석하고 있다. 영상 확인이 끝나는대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의뢰해 전문가 의견을 구한 뒤 학대가 인정되면 관계자들을 사법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어린이집의 원장은 "경찰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계속 등원하고 있는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지장이 가지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현행 영유아보호법에는 '모든 어린이집은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고, 녹화 영상을 60일 이상 보관해야 한다'고 돼 있으며, 학부모는 아동학대 등이 의심될 때 어린이집 CCTV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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