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없는 선후배 살려달라” 현직 기무사 중사가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

2018-08-2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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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청와대 국민청원에 현직 기무사령부 중사가 올린 글이 관심을 끌고 있다.

23일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기무사령부 장교 및 준·부사관 원대 복귀 추진 중단 요청드립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자신을 기무사령부에 근무하는 중사라고 밝혔다.

그는 "각종 언론에서 기무사 요원들의 불법적인 행태를 고발하며 부정적 여론이 형성됐고 훌륭한 대선배들이 눈물을 머금고 원대 복귀하는 걸 지켜보고 있다"라고 글을 시작했다.

이어 청원자는 "댓글 사건, 세월호 유족 관찰, 계엄령 등 기무사 불법행태에 국민들이 실망한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모든 기무사 요원이 해고될까 두려움에 술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그는 "민간회사에서는 잘못된 처신을 했다면 그 인원만 해고된다. 아무 죄 없는 선후배들을 원대 복귀라는 핑계로 해고하지 않았으면 한다. 부탁드린다"라고 청원을 마무리했다. 해당 청원은 23일 오후 6시 기준 1960명이 넘는 동의를 받고 있다.

지난 2일 문재인 대통령은 기무사를 해편해 '새로운 사령부'를 창설하도록 지시했다. 새로 창설되는 사령부는 '국군 보안방첩사령부'나 '국군 정보지원사령부'가 유력하며 국방부 장관 통제를 벗어나 임무를 수행할 수 없도록 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대통령령으로 정치개입, 민간사찰 금지 조항을 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래는 기무사 현역 중사가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 전문이다.

고생이 많으십니다.

대통령님 그리고 각 처부 장관 및 실무진분들의 노고 덕분에 이 대한민국이 살기 좋은 나라로 변해가는 모습에 항상 감사함을 느낍니다.

저는 현역 중사입니다. 이렇게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기까지 수도 없는 고민 끝에 결국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군인 이전에 이 나라의 국민으로서 글을 게시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저는 현재 기무사령부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언론에서 보셨듯이 각종 사건들에 연루되지도 않았으나 조직의 일원으로서 여론의 뭇매를 받으며 묵묵히 제 소임 완수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산가족 상봉과 GP, GOP 철수 등 평화 국면에 이르는 현 시점에서 군인으로서 제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저는 경기도 전방 어딘가에서 조국을 위해 충성의 자세로 임무수행을 하던 중, 국군기무사령부라는 조직을 알게 되어 어려운 시험을 통과하여 2번 만에 기무사와 국군기무학교(전입간부과정)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얼마되지 않아 YTN 등 각종 언론에서 기무사 요원들의 불법적인 행태를 고발하며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더니 그 짧은 사이에 조직이 해체되어 훌륭하신 대선배들이 눈물을 머금고 각자의 군으로 원대복귀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저는 아무 힘이 없는 일개 부대원입니다. 그렇지만 오늘 결심했습니다.. "이렇게 군사안보지원사령부라는 큰 틀의 개혁이 추진되다가는 사랑하는 내 선배, 후배 부대원들이 배신감을 느낀채 각 군으로 원복되겠구나.."라는 생각을 또한 했습니다. '댓글 사건, 세월호 유족 동향 관찰, 계엄령' 등 일련의 불법적인 기무사의 행태에 많은 국민들과 가족들이 실망한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인간은 태어나 누구나 실수를 하고 후회하며 또 실수합니다. 우리 조직도 과거 윤석양 이병 사건으로 조직의 운명이 바뀌고 또 한번의 중차대한 위기에 직면하였습니다. 그 사실을 부인할 수 없으며 저 또한 책임 면피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다만, 이렇게 글을 쓰는 요지는 기회를 달라는 것입니다. 수도 없는 인재이자 요원들이 이번주 금요일 자신이 해고될까 두려움에 술로 밤을 지새우며 밤잠 설치고 있습니다. 또한, 본인의 가족에게는 힘든 내색하지 않고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며 이 해편의 과정을 묵묵히 완수해나가는 부대원들이 있습니다.

국군 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님, 우리 부대가 잘못한 점이 있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지면 됩니다. 허나 조직에 소속되어 있는 아무 죄없는 선후배들을 원대복귀라는 미명하에 해고 통보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제 동료들 중에는 이제 세 아이의 아빠도 있고, 이제 100일이 된 아들의 아빠도 있습니다. 국군이기 전에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누군가의 가족, 친구, 지인입니다. 눈물을 머금고 한숨과 한탄으로 밤을 지새우는 것은 국가에 대한 충성 일념으로 살아온 그들에게는 능지처참 그 이상의 기분일 것입니다.

민간 회사에서 누군가 잘못된 처신을 했다하면 그 인원만 해고됩니다. 그 인원이 속해있는 부서, 회사의 모든 인원이 해고되지 않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국군기무학교가 요원들에게 특권의식을 가르쳤다고 사실인양 떠들고 있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배운 것은 오로지 국가와 조직에 '절대 충성 행동으로!!!', '국기보전의 최후 보루, 세계 일류 군 정보수사기관' 이 두가지를 명심하며 지원하는 작전부대의 선후배들 누구에게나 깍듯하게 대하고 예의를 갖추라는 누구보다 요원된 모습을 배웠습니다. 제발 언론에서는 자극적인 기사로 누군가의 인생을 망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러한 거짓 정보들이 모여 죄없는 부대원들이 자의든 타의든 원복, 전역을 하고 있습니다. 선배들은 제가 이러한 글을 쓰는 것에 만류하고 침묵으로 일관하라고 합니다. 소나기는 피해가라고 말을 합니다.

하지만 저는 더이상 참을 수 없습니다. 가족들 앞에서 떳떳하게 기무사령부 요원이자, 한 아이의 아빠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저는 군에서 전역하여 새로운 시작을 하려합니다. 조직에 대한 배신감 또한 느끼지 않습니다.

우리 조직과 국가를 위해 충성하는 국군기무사령부였던, 이제는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선,후배 부대원들을 살려주십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이 국가의 안보와 군대의 기능이 살아 있다면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창설과 이에 따른 원대복귀 및 인사명령은 재검토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는 눈물을 머금고 가족들과 이사 준비를 할 것이고, 우울증에 시달리며 조직과 국가에 배신감을 느끼며 평생을 살아갈 것입니다.

제발 명령 발표 하루 남은 이 시점에서 인사 심의 관련 모든 것을 원점에서 재판단해주시길 바랍니다.

- 국군기무사령부 某 중사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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