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판 구글맵“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그 실체가 공개됐다

2018-09-0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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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는 아파트 3층 높이의 '대동여지도'도 관람객들에게 공개되었다.

오늘날 우리는 지도앱을 통해 낯선 곳에서도 길을 헤매지 않고 척척 찾아갈 수 있다. 심지어 가까운 화장실, 병원, 값싼 주유소 등의 편의시설을 찾는 데도 매우 용이하다.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지도 어플은 없어서는 안될 필수템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지도의 거대한 역사를 한 눈에 살펴 볼 수 있는 전시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렸다. 바로 ‘지도예찬 - 조선지도 500년, 공간·시간·인간의 이야기(이하 지도예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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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예찬’은 우리 전통 지도를 한 자리에 모아 놓은 국내 최초의 대규모 지도전이다. 이번 전시에는 아파트 3층 높이의 <대동여지도>도 관람객들에게 공개되었다. 관람하기에 앞서 19세기 조선의 빅데이터 수집가 김정호와 그의 역작 <대동여지도>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 스틸컷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 스틸컷

조선 지도학의 거인 김정호는 그의 생애에 대한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그는 평생을 재능과 열정, 그리고 부단한 노력으로 조선 지리학과 지도학의 성과를 집대성 했다.

그렇다면 김정호가 평생을 바쳐 ‘지도 제작’과 ‘지리 연구’에 매진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하 위키트리
이하 위키트리

김정호는 “지도로 천하의 형세를 살필 수 있고 지리지로 역대 왕조의 역사를 알 수 있으니, 이는 실로 나라를 다스리는 큰 틀”이라 하여 지도와 지리지의 효용을 강조하였다.

지도를 통한 국토에 대한 바른 지식이 나라의 희망이고 미래라 믿었기에 김정호는 지리 지식의 연구와 보급에 헌신했다. 19세기 위대한 지리학자이자 지도 제작자인 김정호가 만든 지도가 바로 전통지도의 금자탑이라고 할 수 있는 <대동여지도>다.

전통지도의 결정판, 동방의 큰 나라를 그린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

<대동여지도>는 고산자(古山子) 김정호가 1861년 세상에 내놓은 ‘전국지도’다. 근대 지도에 비해서도 손색이 없을 만큼 상세하고 실용적이다. 오늘날의 구글맵과 같이 ‘기호’를 활용하여 11,760여 개에 달하는 많은 지명들을 쉽고 빠르게 인식할 수 있도록 고안했다.

KBS ‘천상의 컬렉션’
KBS ‘천상의 컬렉션’

<대동여지도>에는 우리 국토의 모든 산이 ‘백두대간’으로 부터 갈라져 나간 산줄기들로 연결되어 있다. 톱니 모양의 산줄기 중 백두대간을 가장 두텁게 표현하였고 낮은 산맥은 ‘가늘게’, 높은 산맥은 ‘굵게’ 표시했다.

김정호는 또한 물이 어디에서 모여 어디로 흘러드는가를 지도에서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범선이 운항할 수 있는 지점을 정하고자 항해가 가능한 물길은 ‘이중곡선’, 불가능한 물길은 ‘곡선’으로 나타냈다.

‘기호’를 통해 김정호는 행정, 국방 정보를 비롯하여 경제, 교통 등 다양한 정보를 수록하였다. 국가의 핵심 정보를 총망라한 것이다. 이는 국토에 대한 상세하고 풍부한 지리 지식을 얻을 수 있도록 함이었다.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대동여지도>는 조선의 국토를 22층으로 나누어 담았다. 각 층의 지도를 1권의 첩으로 엮었으며 각 권의 첩은 편리성을 위해 펴고 접을 수 있게 제작되었다. 22권의 첩을 모두 펼쳐 연결하면, 가로 약 3.8m, 세로 약 6.7m인 거대한 규모의 우리나라 전국지도가 만들어진다.

위키트리
위키트리

김정호는 이렇게 만들어진 지도가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급되기를 희망했다. 이로 인해 <대동여지도>는 목판 인쇄본으로 만들어졌고 이는 당대 사람들에게 상당히 널리 퍼져 있었음을 보여준다. <대동여지도>는 지도를 통해 부강한 나라의 건설을 꿈꾸었던 한 지식인이 평생 쏟은 땀방울의 결정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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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여지도 길라잡이 ‘지도표’]

대동여지도, ‘지도표(地圖標)’를 알면 더 잘 볼 수 있다!

‘지도표’는 <대동여지도>에 활용된 기호들을 정리한 것으로, 오늘날 지도의 ‘길라잡이’에 해당된다. 이번 특별전 ‘지도예찬’의 도록에 실린 지도표에는 기호에 채색이 되어 있는데 이는 독자의 편의를 위해 인쇄 후에 덧칠한 것이다. 물론 <대동여지도>에는 기호의 채색 없이도 식별할 수 있도록 고안되어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지도예찬’ 도록 p.247
국립중앙박물관 ‘지도예찬’ 도록 p.247

1. 목소牧所 : 국영 목장

2. 창고倉庫 : 국영 창고

3. 역참驛站 : 여행하는 관리에게 말과 숙식을 제공하며, 공문의 전달과 관물官物의 수송을 담당한 기관. 주요 도로에 약 30리 간격으로 설치되었다.

4. 진보鎭堡 : 지방의 군사기지로 영아를 나타낸 기호에 비해 크기가 작다. 성이 설치된 경우에는 사각형을 겹쳐 표현하였다.

5. 성지城池 : 산성과 관성關城

6. 읍치邑治 : 각 지방행정 단위의 중심지로 전국에 330여 개가 있었다. 읍성邑城이 없으면 원(○), 있으면 쌍원(◎)으로 표현했다. 각 행정단위의 경계는 점선으로 표현하고 도 간의 경계는 따로 표현하지 않았다.

7. 영아營衙 : 군영軍營의 관아(오늘날의 군사령부)가 있던 곳이다. 각 도에 배치된 여러 곳의 병영(오늘날의 육군 지역사령부)과 수영(오늘날의 해군 지역사령부)이 표시되어 있다.

8. 봉수烽燧 : 불이나 연기로 외적의 침입 등 긴급사항을 알리는 통신 시설

9. 능침陵寢 : 왕과 왕비의 무덤

10. 고진보古鎭堡 : 옛 진과 보

11. 고산성古山城 : 옛 산성

이하 국립중앙박물관 페이스북
이하 국립중앙박물관 페이스북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이번 특별전은 김정호가 만든 명품 지도들을 비롯해 일반에 공개된 바 없는 중요 지도와 지리지가 처음 한자리에 모여 관객을 기다린다. 이번 기회를 통해 ‘지도’라는 매체의 본질을 살피며 우리 전통 지도의 의미와 가치를 파악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증강현실(AR)을 활용한 체험 영역은 다양한 영상 매체로 지도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관람객의 흥미를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

home 박소영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