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러리 된 기분입니다” 문 대통령 발언 전 갑자기 손을 든 참석자

2018-09-12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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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마지막 순서는 문재인 대통령 발언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 발표 및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커피를 마시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 발표 및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커피를 마시고 있다 / 연합뉴스

"저는 너무 화가 납니다. 대통령님, 제가 들러리가 된 기분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청와대 행사에서 한 여성 참석자가 손을 들고 외친 말이다. 장애인 딸이 있는 참석자는 발언권을 얻고 안타까운 처지를 하소연했다. 이를 듣던 일부 다른 참석자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1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는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 발표 및 초청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문 대통령을 비롯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 장애인 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행사 마지막 순서는 문 대통령 발언이었다. 사회자가 "마지막으로 대통령 발언을..."이라고 말하는 순간 한 여성 참석자가 손을 들었다. 이 여성은 "아니, 간담회인데 왜 발표하고, 얘기를 들어야 하는 거잖아요"라고 외쳤다.

당시 장면을 촬영한 영상 / 연합뉴스 Yonhapnews

여성 참석자는 발언권을 얻었고 울먹이면서 20대 장애인 딸을 키우는 심정을 털어놨다.

여성 참석자는 "저는 새벽 3시 반에 경북 울진에서 왔습니다. 제 딸이 23살입니다"라며 "분노한 감정을 참고 왔습니다. 학교 졸업하고 3년을 딸이 집에 있었습니다. 저희는 촛불도 같이 들었습니다. 정권이 바뀌고 희망이 생겼습니다. 엄청난 희망을 가졌습니다. (장애인) 대책을 보고 가슴이 두근두근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여성 참석자는 "저희 딸은 중복 장애인입니다. 먹지도 못하고 아무것도 못합니다"라며 "왜 그런 데 대한 대책이 없나요? 저는 너무 화가 납니다. 대통령님, 제가 들러리가 된 기분입니다. 새벽에 아무것도 못 먹고 왔습니다. 너무 답답합니다"라고 했다.

여성 참석자는 "장관님이 좀 더 꼼꼼하게 대화하며 만들겠다고 했는데, 장관님 약속 지켜 주십시오. 이제 대통령께서 해 주십시오"라며 "다함께 잘사는 포용국가는 아주 떨어진 어촌이나 이런 곳에 사는 중복 장애인들도 함께 잘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촛불 정권에 기대하는 것이 이런 것입니다. 대답 좀 해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자리에 앉아 이 여성 발언을 경청했다. 일부 다른 참석자들은 발언 들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발언 도중 여성 참석자를 언급하기도 했다.

발달장애인 공연을 지켜보는 문재인 대통령 / 연합뉴스
발달장애인 공연을 지켜보는 문재인 대통령 /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아까 울진에서 오신 우리 어머니 말씀도 아주 공감합니다"라며 "발달장애인 가운데서도 가장 무거운 최중증 장애인들도 우리 울진에서 오신 한 분만 계신 것이 아니라 전국에서 거의 1만8000명 정도에 달합니다. 이분들은 장애가 심하기 때문에 거의 집에서 격리되다시피 그렇게 살아가는 분들이 많습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 분들도 다른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함께 필요한 교육을 받고, 또 함께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그렇게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조 말씀을 드리겠습니다"라고 했다.

home 손기영 기자 sk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