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한국GM 노사 또 갈등...R&D 법인 설립 놓고 이견

2018-09-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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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 “디자인센터 지위 격상” vs 노조 “한국 철수를 위한 제2의 포석”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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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잠해지는 듯 보였던 한국GM의 노사 갈등이 재점화 되고 있다. 사측이 연구개발 업무를 담당할 신설 법인을 설립하는 것을 두고 노조가 “한국 철수를 위한 제2의 포석”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 노사 간 날선 대립이 다시 시작되면서 그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 등 잠재된 갈등의 불씨도 되살아나는 모습이다.

◇ 사측 "연구개발 법인 신설 추진" vs 노조 "한국 시장 철수 위한 포석"

1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연내 글로벌 제품 연구개발(R&D) 업무를 전담할 신설 법인을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단일 법인을 생산공장과 연구개발 등 2개의 법인으로 나누고 연구개발에 신규 인력을 투입, 글로벌 연구개발 거점으로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연구개발 법인에는 디자인센터, 기술연구소, 파워트레인 등 기능이 포함된다.

한국GM은 연구개발 법인을 따로 설립함으로써 기존 경·소형차 제품에 국한했던 디자인센터의 지위를 격상, GM본사의 글로벌 베스트셀링 모델인 중형급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의 차세대 디자인 및 개발 업무를 확보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또한 신설법인을 GM글로벌 임원들이 직접 관여토록 해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생산 판매되는 제품 개발을 주도하는 것은 물론 본사와 더욱 유기적인 협업 관계를 만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노조는 이러한 사측의 행위가 "한국 철수를 위한 제2의 수순"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사측이 법인 분할을 통해 신설 법인만 남겨두고 장기적으로 생산 공장을 폐쇄하거나 매각하려 한다는 것이다.

또한 현 구조로도 연구개발이 충분히 이뤄지고 있는 만큼 오히려 불필요한 조직 확대로 인해 부작용만 커질 것이라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이에 사측은 철수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노조 주장에 대해 "과도한 우려"라고 일축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미 산업은행 투자를 확약받고 10년 단위의 정상화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에서 철수할 이유가 없다"며 "유럽 오펠이나 중국 상하이GM도 생산공장과 연구개발 법인을 별도로 운영했거나 현재 운영하고 있으므로 한국만 특수한 사례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사측의 일방적인 법인 설립 계획에 2대 주주인 산업은행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산업은행은 한국GM이 충분한 설명 없이 이사회 및 주주총회 소집 등 절차를 서둘러 밟는다고 판단해, 구체적 내용을 떠나 일방적 추진은 ‘기본 협약에 위배된다’며 주총 개최를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한 것이다. 결과는 이르면 다음 주중 나올 전망이다.

◇ 노사 갈등 재점화...자동차 판매실적에도 영향

노사갈등이 재점화되면서 612명의 군산공장 잔여인력 처우 및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 등도 수면 위로 재부상하고 있다. 한국GM 노사는 현재 군산공장 폐쇄 등으로 인한 612명의 잔여인력 중 전환 배치되는 200명을 제외한 412명에 대해 무급 휴직을 추진할 계획이었지만 여전히 답보 상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 역시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창원공장(774명) 및 부평공장(888명)의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사측에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법적 대응으로 맞서고 있다.

노사 갈등이 재점화 되면서 실적도 점차 뒷걸음질 치고 있다. 한국GM의 지난 8월 내수 시장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4대) 대비 26.1% 줄어든 7391대를 파는 데 그쳤다. 개별소비세(5.0%→3.5%) 후광 효과도 한국GM에게는 예외였다.

중형 세단 말리부 등 주력 차종의 부진이 지속된 가운데 기대주였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이쿼녹스의 경우 지난 한 달 동안 97대 팔리는 데 그친 게 결정적이었다. 8월 수출도 같은 기간 49.8% 감소한 1만5710대로 반토막 났다

home 이승연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