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최종 판정에 달린 롯데의 운명…면세점 면허 취소시 고용쇼크에 기름붙는 꼴

2018-09-1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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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재판부 ‘묵시적 청탁’ 판단 여부가 관건…여타 기업들과 해석의 차의 시각도

지난달 29일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뉴스1
지난달 29일 열린 항소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뉴스1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17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추석 연휴를 뺀다면 대략 2주 정도 남은 셈이다.

롯데는 항소심 선고일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긴장의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신 회장의 장기 부재로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에 차질이 생기는 현 상황이 오래 지속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서다.

특히나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경우 신 회장의 뇌물공여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특허 취소로 인해 1400여명의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이는 정부의 고용 확대 정책과도 맞지 않는다.

이번 재판은 제3자 뇌물죄와 관련 ‘묵시적 청탁’의 성립 여부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결과가 달라 질 것으로 관측된다.

19일 법조와 재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형사8부(재판장 강승준)는 다음달 5일 신 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를 한다.

이번 재판은 신 회장의 제3자 뇌물죄 사건과 롯데 총수 일가의 경영비리 사건이 병합됐다. 재판부는 각각의 범죄사실에 대해 유무죄를 판단한다.

판결 핵심은 뇌물공여 사건이다. 1심 재판부는 신 회장의 배임 혐의 중 일부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뇌물공여 사건에 대해서는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해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제3자 뇌물죄는 공무원에게 부정한 청탁을 하며 제3자에게 대신 뇌물을 준 경우 처벌하는 조항이다.

1심 법원은 신 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사이에 묵시적 청탁이 존재한다고 봤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특허 재취득 현안에 대한 청탁을 들어주고,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지원한 행위에 대가관계가 성립된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신 회장 측은 묵시적 청탁의 존재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70억원의 지원금이 뇌물이 아니라 정부에 의해 강요된 ‘준조세성 출연’이라는 주장이다.

신 회장 측 변호인단은 "현대‧KT‧SK도 K스포츠 재단에 출연금을 냈다. 당시 이들 기업에도 현안이 있었다"며 "이들 기업과 롯데의 본질적인 차이를 찾기 어려운데 롯데만 뇌물죄로 기소됐다"며 억울함을 나타냈다.

또 변호인단도 면세점 현안과 관련해 특혜를 받은 일이 없고, 결과적으로 이득을 보지 못해 청탁을 했다고도 사실상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롯데 측은 호텔롯데 상장이 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주요 현안이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면세점 사업권 재취득이 호텔롯데를 상장하는 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은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초 호텔롯데 상장을 위해 제출한 증권 신고서를 보면 롯데월드타워점의 가치는 포함되지 않았다.

1심 핵심 증거물이었던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의 증언도 신뢰할 수 없다는 게 변호인 주장이다.

안 전 수석이 처음에는 신 회장을 만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가 이후에 만난 기억이 난다고 증언을 번복했다.

롯데는 사상 초유의 총수부재 사태 속 항소심 결과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번 재판 결과에 따라 롯데 월드타워점 특허 취소 여부가 결정된다. 현행 관세법에는 거짓이나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특허 획득 시 취소하도록 명시돼 있다.

관세청은 이를 근거로 신 회장의 재판 결과에 따라 면세점 특허를 취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1심에서 신 회장이 유죄를 받았지만 관세청은 아직 월드타워점 특허를 취소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항소심 결과에 따라 취소 가능성도 점쳐진다.

월드타워점의 특허가 취소되면 1400여명의 직원들이 일자리를 하루아침에 잃게 된다.

실제 2015년 11월 롯데면세점이 시내면세점 입찰에 탈락하면서, 당시 월드타워점에서 근무 중이던 약 1300여명의 직원들은 한순간 백수가 된 바 있다.

롯데면세점이 2016년 4월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를 따내면서 약 6개월 만에 영업이 재개돼 최악의 사태는 면했다. 하지만 이번 신 회장의 재판 결과에 따라 다시 한번 직장을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직원들은 마음을 졸이고 있다.

대규모 투자와 M&A 등도 계속 미뤄지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인도네시아 초대형 석유화학단지 건설사업, 베트남 제과·유통기업 등의 인수합병 추진계획, 지주사 전환을 위한 호텔롯데 편입 등 사업 전반이 흔들리며 미래 성장동력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롯데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해외사업과 국내외 인수합병 등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며 덩치를 키워왔지만 신동빈 회장 구속 후 모든 것이 멈춰 버렸다”며 “이 여파는 롯데 뿐만 아니라 협력사 등 관련 생태계 전반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우려했다.

home 정은미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