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 손가락 사이 볼펜 끼워 누르기…“명백한 영내 폭행 해당”

2018-09-2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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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로 왼쪽 팔뚝을 그어 폭행하고, 볼펜으로 B 중위의 턱밑 부분을 강하게 눌러 폭행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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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손가락 사이에 볼펜을 끼워 누르고 돌려 고통을 주거나 폭언과 폭행을 일삼은 중대장의 감봉 처분은 마땅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춘천지법 행정 1부(성지호 부장판사)는 육군 모 부대 중대장 A씨가 사단장을 상대로 낸 감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2016년 7월 20일 오후 3시께 소속 부대 지휘통제실에서 부하인 B 중위에게 작전계획에 대해 질문했으나 B 중위가 대답하지 못했다.

이에 A씨는 B 중위의 손가락 사이에 불펜을 넣은 뒤 양옆에서 누른 상태에서 볼펜을 돌려 고통을 주는 방식으로 폭행했다.

또 열쇠로 왼쪽 팔뚝을 그어 폭행하고, 볼펜으로 B 중위의 턱밑 부분을 강하게 눌러 폭행했다.

지난해 3월 초에는 병사들이 탁구를 하는 모습을 보고 함께 참여하던 중 의도적으로 공을 장외로 멀리 쳐버리고 "빨리 주워오라"고 지시하는 등 병사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강요하기도 했다.

2016년 9월에는 병사들이 듣고 있는 앞에서 B 중위에게 "너 필요 없으니 가라", "평정(評定)을 긁어버리겠다"는 등의 폭언을 하고 초급 부사관에게도 반말하거나 욕설하는 등 상습적으로 폭언했다.

이 일로 A씨는 지난해 5월 31일 감봉 2개월의 징계 처분을 받았고, 항고가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손가락 사이에 볼펜을 끼우기는 했지만, 고통을 주지 않았다"며 "작전계획 교육 중 교육에 집중하도록 하기 위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또 탁구공을 멀리 보낸 것은 의도적인 것이 아니며, 일부 욕설은 언어습관에 불과해 특정한 사람을 비하할 의도가 없는 만큼 이를 두고 언어폭력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에 재판부는 "여러 증거 등을 종합해 볼 때 원고는 중대장으로서 소속 중대원들을 원만하게 지휘할 책임이 있음에도 하급자를 폭행하고, 가혹 행위와 폭언·욕설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손가락 사이에 볼펜을 끼워 돌리는 행위는 신체에 유형력을 행사한 것으로 명백한 영내 폭행"이라며 "하급자의 평정을 좋지 않게 주겠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것은 해당 하급자의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원고에 대한 징계 종류는 '정직∼감봉'보다 한 단계 가중된 '강등∼정직'을 선택할 수 있는데도 강등 또는 정직보다 가벼운 감봉으로 정했다"며 "원고에 대한 처분은 적법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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