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화탄소 요가볼'로 아내·딸 살해한 홍콩 의대교수가 받은 형벌

2018-09-20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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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여제자와 혼외정사를 가졌던 호 교수는…”

캐세이패시픽항공 제공-연합뉴스
캐세이패시픽항공 제공-연합뉴스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일산화탄소가 든 요가 볼이라는 기상천외한 수단으로 자신의 아내와 딸을 살해한 혐의로 홍콩 의대 교수가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2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전날 홍콩 고등법원은 살인 혐의로 기소돼 법정에 선 말레이시아 국적의 홍콩 중문(中文)대 의학원 마취과 호킴선(許金山·53) 부교수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

자신의 여제자와 혼외정사를 가졌던 호 교수는 지난 2015년 5월 이혼에 응해주지 않던 부인 웡슈펑(黃秀芬·47)과 딸 호리링(16)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목격자들은 호 교수 부인과 딸이 타고 있던 노란색 미니쿠퍼가 홍콩 마온산의 버스정류장 근처에 정차한 상태에서 비가 오지 않는데도 와이퍼를 작동시키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들 부녀는 차 안에서 잠들어 있는 것처럼 보였고,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주민들에 의해 병원에 후송됐으나 결국 사망했다.

부검 결과 이들은 일산화탄소 가스에 중독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차량 트렁크에 실려있던 요가 볼에서 흘러나온 가스가 원인이었다.

검찰은 호 교수가 일산화탄소 가스를 채운 요가 볼을 부인이 이용하던 차량의 트렁크에 갖다 뒀다고 보고 탐문수사를 벌였다.

결국, 호 교수가 당시 과학실험에 사용할 것이라며 수만 달러 상당의 일산화탄소를 주문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그가 요가 볼 2개에 독성가스를 주입했다는 호 교수 동료들의 진술도 확보했다.

일산화탄소는 무색무취의 유해가스로 고체 연료나 가스난로 등에서 배출되며, 특정 수위를 넘어가면 두통이나 현기증을 넘어 사망을 초래할 수 있다.

호 교수는 경찰 조사에서 집 안에 있는 쥐를 죽이려고 일산화탄소가 들어있는 요가 볼을 집으로 가져갔다는 궁색한 변명을 내놓았다.

그는 자신의 제자였던 여조교와 바람을 피우면서 부인 웡 씨에게 이혼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자신의 딸이 자살하려고 가스가 든 요가 볼을 사용한 것 같다는 황당한 주장을 내세웠으나, 이는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호 교수가 요가 볼을 차량 트렁크에 놓았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지만, 재판부는 대부분의 정황 증거가 그가 살인범임을 가리키고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높은 학력을 가진 성공한 남성이 자신의 부인을 살해하기 위해 이러한 방법을 생각해냈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로서, 여기에는 오직 하나의 판결밖에 있을 수 없다"며 종신형을 선고했다.

사형제도가 폐지된 홍콩에서 종신형은 법정 최고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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