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푸드·이니스프리·더페이스샵 적자 및 영업익 감소…로드숍 전성시대 붕괴

2018-09-2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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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매장 수 감축 이어져…업계 “‘중저가’ 강점될 수 없어”

지난 2002년 ‘미샤’를 시작으로 중저가 화장품 전성시대를 열었던 로드숍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다양한 브랜드를 한데 모아 판매하는 H&B스토어와 편집숍 시장 확대로 성장 한계에 부딪혔다는 분석이다.

‘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라는 카피로 인기를 얻으며 한때 국내외 700개가 넘는 매장을 보유했던 스킨푸드(대표 조용호)는 사실상 폐업에 직면했다. 로드숍 화장품업계 1·2위를 다투는 이니스프리(대표 김영목)와 더페이스샵(대표 이재선) 역시 최근 매장 수를 줄이거나 직원들을 정리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스킨푸드,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에뛰드하우스,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 등 로드숍은 올해 상반기 일제히 실적이 뒷걸음질 치거나 적자가 나는 등 전성기때와는 확연히 다른행보를 걷고 있다.

로드숍 화장품업계 1위인 이니스프리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598억원으로 전년 대비 13% 줄었다. 에뛰드하우스는 7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낸 LG생활건강 조차도 더페이스샵에서는 죽을 쒔다. 로드숍 업계 2위인 더페이스샵 영업이익(241억원)은 무려 58.45%나 꺾였다.

특히 지난해 98억원 적자를 내 ‘폐업설’까지 돌던 스킨푸드는 사실상 매물로 나온지 오래됐지만 구매 의사를 표시하는 기업이 나타나지 않아서 적자만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스킨푸드는 그간 적자 누적으로 지난해 부채총계만 434억1511만원으로 기록됐다. 최영호 스킨푸드 대표이사가 이달 초 돌연 퇴사한 것도 스킨푸드 폐업과 무관치 않다는 평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매장 수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더페이스샵의 가맹점 수는 지난 2015년 1204개에서 지난해 1056개로 감소했다. 에뛰드하우스 매장 수는 지난 5월부터 현재까지 410곳, 스킨푸드는 470곳으로 정체 중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사드 갈등 여파로 급감한 중국 관광객 때문이라는 시선이 흘러나온다. 그간 중국 의존도가 컸던 로드숍 화장품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커 감소에도 후, 숨 등 국내 고급 화장품 브랜드 매출이 늘어났다는 점과 최근 사드 완화 흐름에도 로드숍 성적이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은 로드숍 위기가 단지 사드 때문만은 아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H&B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국내 유통구조 양상이 변화한 것으로 분석했다. 트렌드를 중시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다양한 제품을 비교할 수 있는 ‘편집숍’ 형태의 매장을 찾는 발걸음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3년 6320억원에 불과했던 H&B 시장규모는 지난해 1조7170억원 수준으로 확대됐다.

여기에 최근 롯데, 신세계, GS 등 대기업들까지 편집숍 시장에 뛰어들고 세계 최대 뷰티 편집숍 세포라가 내년 하반기 한국 진출을 예고해 로드숍 시장의 몸집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1990년대 화장품 시장 유통 채널은 방문판매가 주를 이뤘다. 약 10년 후 국내 최초로 로드숍 브랜드 ‘미샤’가 등장하자 화장품 시장은 ‘중저가'를 내세운 로드숍을 중심으로 전개돼왔다. 하지만 이젠 저렴한 가격은 강점이 될 수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가격이 저렴한 온라인 쇼핑과 다양한 제품을 한 곳에 모아놓은 편집숍 등이 대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현장에선 이 같은 하락세가 지속되면 로드숍은 조만간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시선도 자리잡고 있다”고 토로했다.

home 권가림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