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 먹고 튀었다?"…일본 자민당 경선 '먹튀' 논란

2018-09-21 23:00

add remove print link

아베 의원 오찬엔 333명…득표는 329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 AFP=뉴스1
아베 신조 일본 총리. © AFP=뉴스1

'카레 먹고 튄 사람 누구야?'

일본 집권 자민당(자유민주당)에서 때 아닌 '먹튀' 논란이 불거졌다.

자민당 총재 경선이 치러진 20일 후보로 나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제공한 점심식사를 먹고도 실제 투표에선 아베 총리를 찍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는 것이다.

21일 마이니치·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이번 자민당 총재 경선에 입후보한 아베 총리와 이시다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 측은 전날 오후 당 본부에서 실시된 당 총재 선거 국회의원 투표에 앞서 저마다 자신을 지지하는 파벌 의원들과 점심식사로 카레를 먹었다.

아베 총리 측은 도쿄도내 한 호텔에서 '필승대회'를 겸한 돈까스 카레 오찬을 했고, 이 자리엔 아베 총리 본인을 포함해 자민당 소속 참의원(상원) 및 중의원(하원) 의원 등 모두 333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현재 중·참 양원의 자민당 국회의원 총수가 405명임을 감안할 때 약 82%가 참석한 것이다.

이번 경선에선 아베 총리가 속한 호소다(細田)파 비롯해 아소(麻生)·니카이(二階)·기시다(岸田)·이시하라(石原)파 등 당내 5개 파벌이 일찌감치 아베 총리 지지를 선언했었다.

그러나 이날 경선 개표결과에선 아베 총리가 국회의원 투표에서 329표를 얻은 것으로 집계됐다. 숫자만 놓고 본다면 아베 총리 측 오찬에 참석했던 의원들 가운데 적어도 4명의 '이탈자'가 생긴 셈이다.

자민당 선거관리위원회가 개표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회의원 투표함에서 무효표가 3표 나왔다"고 밝힌 점을 감안할 때 이들 무효표가 아베 총리와 오찬을 함께한 의원들에게서 나왔을 수도 있지만, 이 경우에도 적어도 1명은 아베 총리가 아닌 이시바 전 간사장에게 표를 줬다는 얘기가 된다.

이와 관련 아베 총리 측의 한 핵심 인사는 "카레를 거저먹은 놈이 있다. 대체 누구냐"며 분개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 측은 아베 총리 측과 달리 카레 오찬에 참석했던 의원 수를 세지 않았다고 한다.

아베 총리는 이번 자민당 총재 경선에서 소속 국회의원들의 현장투표(당 소속 의원 405명 대상·1인1표)와 전국 당원투표(당원 104만명 대상·우편투표 중 유효표 총수를 405표로 환산)를 합산한 결과 총 553표(득표율 68.3%)를 얻어 이시바 전 간사장(254표, 31.4%)를 누르고 임기 3년의 차기 총재로 선출됐다.

그러나 자민당 의원들이 아베 총리에게 몰표를 준 것과 달리, 전국 당원투표에선 이시바 전 간사장이 환산 기준 181표(득표율 45%)로 아베 총리(224표, 55%)를 맹추격했던 것으로 나타나 일본 언론들로부턴 "무너진 압승"(아사히신문)이란 지적 또한 제기되고 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당초 본인이 소속된 이시바파와 참의원 다케시타(竹下)파, 그리고 무(無)파벌 의원 등 약 50명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본투표에선 의원들로부터 20표 가량이 더 나왔다.

이런 가운데 아베 총리 측 선거대책본부 사무총장을 맡았던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전 경제재생상은 "'카레라이스 사건'이 있었지만 대승하지 않았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home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