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등 행사 8년째 했다던데... 주민들도 '위험시설'인지 몰랐다”

2018-10-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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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저유소 화재사건, 방재관리시스템 미비 의혹 제기하는 전문가들
지역 주민들도 '위험시설' 인지 못해 “초등학교에선 풍등 행사 8년째”

이하 연합뉴스
이하 연합뉴스

고양 저유소 화재사건으로 경찰이 풍등을 날린 스리랑카인에 구속영장을 신청한 가운데 화재원인이 풍등이 아니라 안전관리 소홀에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기 고양경찰서는 지난 7일 발생한 고양시 덕양구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저유소 화재 사건 원인을 인근 공사장에서 일하던 스리랑카 출신 건설노동자 A씨가 날린 풍등으로 파악하고, A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 중이라고 지난 9일 발표했다.

하지만 대형 폭발을 일으킨 저유소 시설이 풍등이라는 작은 불씨 하나에 취약할 수 있다는 점은 많은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씨가 들어간 유증기 환기구에 인화방지망이나 화염방지기 등 외부로부터 화염을 차단하는 방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산업안전 관련 안전장치 검증·평가 업체 PNS 김대우 대표는 10일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서 "저유소는 내부에 불이 나도 폭발하지 않도록 만들고 관리해야 한다"라며 "풍등은 중요한 요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유증기 환기구에 있는 화염방지 장치가 고장난 상태에서 불씨가 환기구로 들어갔을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라고 추측했다.

경찰은 해당 저유소 주변에서 화재방지 센서 자체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화재 당시 통제실에 근무자 2명이 있었지만 45개나 되는 CCTV 화면을 보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 노동자·이주민 지원 시민단체 '아시아의 친구들'은 지난 9일 성명서를 내고 경찰수사 결과를 강하게 비판했다. 해당 단체는 성명서에서 "우연히 날아간 풍등과 이것을 날린 한 건설노동자에게 모든 문제를 덧씌우려 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유류저장고와 같이 화재사고를 철저히 대비해야 하는 시설이 어떻게 풍등 하나로 큰 폭발사고에 이르게 되었는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라며 인화방지망이나 유류탱크 관리시설 결함, 허술한 시스템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아시아의 친구들 김대권 대표는 10일 위키트리에 "경찰이 항의하기 어려운 약자에게 중과실 책임을 지우는 건 부당하다. 수사를 철저히 해서 안전시설에 대한 불감증은 없었는지, 시스템 미비는 없었는지 살펴보고 비슷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게 진짜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A씨에 대해 "너무 안타깝고 부당하다"라며 "(A씨가) 그 공장에서 근무한지는 3개월밖에 되지 않았다고 했다. 지역 주민들도 그 유류저장고가 그런 '위험 시설'인지 전혀 몰랐다고 한다. 서정초등학교에서도 풍등 행사를 8년째 하고 있었는데 이번 사고 아니었으면 그게 위험한 줄도 몰랐을 거다. 주민들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걸 A씨가 어떻게 알았겠나"라고 반문했다.

김 대표는 "처음 저유소가 들어온다고 할 때도 주민들에게 안전한 시설처럼 홍보해서 반발도 별로 없었다고 한다. 관행적인 안전소홀 행태가 있었는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남긴 글에서도 저유소에 대한 인식이 드러나고 있다. 한 주민은 지역 온라인 카페에 글을 올려 "십수년 째 살고 있는 저도 기름탱크가 저리 크게 있는지, 저렇게 쉽게 불이 붙는 폭발물인지 몰랐다"라고 했다.

그는 "1km 내에 저런 위험시설이 있는지 (풍등 행사했던) 초등학교장은 알았을까"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다른 주민도 글에서 "그 (저유소) 바로 옆으로 도로공사를 하던데 이런 위험한 시설 바로 옆으로 고속도로가 생긴다니"라며 "추후 대형 사고라도 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라고 불안감을 드러냈다.

이하 네이버 카페 캡처
이하 네이버 카페 캡처
home 박혜연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