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신탕이 건강에 좋다고요?” 기자가 직접 보고 온 개농장 실태

2018-10-11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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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200여 마리, 개농장서 곰팡이 핀 음식물 쓰레기를 먹으며 장기간 방치돼
임시보호소로 바뀐 하남시 소재 개농장에 직접 `봉사 활동`를 다녀오다

이하 유기동물 봉사단체 '유엄빠' 제공
이하 유기동물 봉사단체 '유엄빠' 제공

개 도살업자들이 불법적으로 운영했던 경기 하남시 소재 개농장이 학대당한 개들의 임시보호소로 최근 탈바꿈했다. 전국 각지에 있는 동물 단체와 봉사자들은 이곳을 방문해 아픈 개들을 치료하고 사체 냄새로 뒤덮인 개농장을 깨끗한 임시보호소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달 2일 유기동물 봉사 단체 '유엄빠'와 함께, 경기 하남시 감일지구에 있는 해당 임시보호소로 봉사 활동을 다녀왔다. 이날은 서울 전역에서 모인 봉사자 20여 명이 이곳을 찾았다.

오전 10시쯤, 임시보호소에서 300m 정도 떨어진 공터에 모인 봉사자들은 차를 주차한 뒤 함께 도보로 이동했다. 주변은 길도 제대로 나 있지 않았을 뿐더러 잡풀만 무성해 그 위치를 찾는 것조차 어려워보였다. 한 봉사자 차량은 흙길에 바퀴가 빠져 나가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간판 하나 없는 임시보호소로 들어서자 입구 쪽 철장 안 개들이 맹렬히 짖기 시작했다. 비명 같은 울음소리가 긴 시간 이들이 느꼈을 공포와 고통을 대변하는 듯했다.

원래 이 임시보호소는 모란시장에서 퇴출된 개 도살업자들이 수년간 불법 점거했던 개농장이었다. 개 도살업자들은 개발 지역인 이곳에 몰래 들어와 개들을 놓은 뒤 LH 공사 측에 모란시장 이전 비용과 생활대책 용지를 내놓으란 부당 요구를 지속해왔다.

수년간 이어진 이들의 불법적 행위에 죄 없는 개들만 볼모로 잡혀 죽음을 맞아야 했다. 이곳의 충격적 행태는 지난 6월 동물보호단체 '케어'를 통해 세상에 공개됐다.

검은 천막으로 덮인 임시보호소 철창 안에는 약 70여 마리 대형견들이 있었다. 1.6㎡(0.5평) 남짓한 철창이 긴 직사각형 형태로 이어 붙어 있었으며, 앞뒤로 약 30개 가량 돼 보였다. 철창 방 각각마다 대형견 두어마리씩 자리했으며, 철창 문에는 개들에 대한 특이사항이 적혔다.

소형견과 중형견은 여러 구조 단체 도움으로 이곳을 떠났다고 한다. 일부는 입양됐고 다수는 치료 중이거나 시설에 위탁된 상태다.

봉사 관계자는 "소형견이나 중형견은 비교적 입양이 수월하지만 대형견은 주거 특성상 입양이 어렵다"라며 "해외 입양을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있으나 그 또한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남은 개들 상태도 제각각이다. 건강해 보이는 개들도 있으나 여전히 치료가 필요한 개들도 많았다. 예방 접종을 하던 의료봉사자는 "곰팡이 핀 음식물 쓰레기를 먹으며 장기간 방치됐던 탓에 사료를 먹여도 쉽게 건강이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한 봉사자는 "개고기가 몸에 좋다고들 먹던데 그 개들이 뭘 먹고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자라는지를 알게 된다면 먹을 생각도 들지 않을 것"이라 덧붙였다. 임시보호소 한쪽에는 여전히 개 도살업자들이 사용하던 솥과 전기봉 등이 놓여있다.

다른 봉사자는 "개고기를 먹는 사람들은 '소고기나 돼지고기는 잘만 먹으면서 왜 개에게만 유난을 떠느냐. 식용견과 반려견은 다르다'고 주장하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곳에 와서 보니 식용견과 반려견의 차이가 뭔지 모르겠다"라며 의문을 표했다.

개 도살업자들이 운영하는 개농장에 소형견과 중형견이 더 많았단 사실도 충격적이었다. 애견 호텔을 운영하는 한 장기 봉사자는 "작고 어린 개들은 '영견탕'이라고 더 비싸게 팔린다"라며 "그런 개들은 육수를 내는데도 많이 쓰인다더라"라고 설명했다.

하남 개농장에서 구조 후 임시보호 중인 강아지들
하남 개농장에서 구조 후 임시보호 중인 강아지들

봉사자들은 견사 내부를 청소하고 새로운 견사를 짓는 일로 분주했다. 최근 태풍 '솔릭' 피해로 견사 상황이 좋지 못할뿐더러 새로 지어야 할 견사도 많았다. 또 새벽이면 몰래 이곳을 찾아 개들을 훔쳐 가려는 개 도살업자들로부터 개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튼튼한 견사가 필요했다.

이날 봉사자들은 새로 지어진 견사 뒤편, 창고처럼 쓰이던 공간을 정리한 뒤 견사 8곳을 새로 짓기로 했다. 창고 자리에 임시 보호돼 있던 개들을 밖으로 옮긴 뒤 그곳에 쌓여있던 불필요한 자재들을 밖으로 날랐다.

봉사자들은 바닥 물청소까지 마친 뒤 미리 주문해둔 초록색 철창을 운반해왔다. 견사 크기에 맞게 자른 철장을 케이블 타이로 묶어 고정하고 문을 냈다. 땡볕 아래 몇 시간 동안 구슬땀을 흘리고 나니 서서히 견사의 형태가 잡혀갔다.

산책 등 개와 교감하는 봉사활동을 생각하고 이곳을 찾은 봉사자 몇몇은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이곳 일은 땡볕 아래 견사를 짓고, 자재를 나르고, 청소하고, 잡초를 뽑는 등 일반적인 '유기견 봉사'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상처받은 개들에게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만들어준다는 보람 때문에 자원봉사자들은 이곳을 찾는다고 했다.

'케어' 보도 이후 동물 학대 행위에 관한 법 집행과 행정적 조치에 관한 요구가 빗발치자, 하남시청은 지난 7월 초 개들이 갇혀 있는 부지에 펜스를 치는 방식으로 '긴급 격리 조치'를 시행했다.

격리 조치가 시작되면 개 소유자에게 관리 비용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에 개 도살업자들도 소유권 주장을 포기했다. 덕분에 비좁은 철창에 갇혀 죽음을 기다리던 약 200여 마리 개들에게도 잠시나마 희망의 빛이 비췄다.

하지만 지난 9월 말 하남시와 LH가 약속했던 긴급 격리 조치 기간과 부지 제공 기간도 끝이 났다. 현재까지 입양되지 않은 개들은 유기동물 관련 법규에 따라 곧 안락사에 처해질 예정이다.

봉사 관계자는 "SNS 등을 통해 열심히 홍보하고 있지만 기한 내 입양이 쉽지 않다"라며 "더 많은 사람의 관심과 도움이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home 김보라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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