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라이벌 CJ-대상 '라이신' 승부, 1위 굳히기 이재현 회장과 도전장 낸 임창욱 명예회장

2018-10-1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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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영광 재현 꿈꾸는 국내 첫 라이신 개발사 대상그룹…재인수후 지난해 첫 흑자전환
이 회장 선견지명 덕 CJ제일제당 바이오 매출 2조원 넘기며 세계 1위로 우뚝서

지난 2015년부터 라이신 사업에 재도전한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은 최근 라이신 해외공장 설립과 기술 교류 등을 진행하며 세계 라이신 시장 1위인 CJ제일제당 추격에 나섰다. 임 회장은 2020년까지 라이신 사업 매출 3000억원을 목표로 세우고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되찾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재현 CJ그룹 회장 역시 라이신 생산라인 등을 추가로 구축하며 대상과 또 한번 격차를 벌리고 있는 모양새다. 아지노모토 등 경쟁 글로벌 기업들까지 라이신 생산 중단을 선언해 CJ제일제당의 세계 라이신 사업 점유율은 3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라이신 시장은 지난해 5조원 규모에 도달했다. 이 중 CJ제일제당이 30.4%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대상그룹은 6.5%로 5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라이신’은 주로 돼지 사료에 들어가는 필수아미노산을 말한다.

대상은 임창욱 회장이 ‘미원’ 이사시절이던 1973년 국내 최초로 라이신 개발에 성공했다. 라이신 사업에 애착이 컸던 임 회장은 대상 회장자리에 오른 1987년 사업 확장을 지시했고 1990년대 후반엔 일본 아지모토·미국 ADM과 함께 세계 3대 라이신 생산회사로 성장시켰다.

하지만 임 회장은 외환위기 당시 외자 유치를 위해 라이신 사업부를 독일 기업 ‘바스프’에 매각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시장점유율 30%를 넘는 영업망으로 연간 2000억원 이상의 매출과 20%의 영업이익률을 창출했던 ‘알짜’ 사업부였던 것을 감안하면 임 회장에겐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대상은 사돈 기업인 백광산업에 다시 넘겨졌던 라이신 사업부를 지난 2015년 1207억원에 되찾아왔다. 이는 사업을 포기한 지 17년 만이다. 임 회장이 ‘2016년 그룹 창립 60주년을 앞두고 라이신 사업을 되찾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자’며 강한 인수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임 회장은 2020년까지 라이신 부문 매출 3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대상은 지난 10일 중국 청푸그룹과 100억원 규모의 라이신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라이신 매출은 24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CJ제일제당은 라이신 시장의 후발주자였다. CJ제일제당이 사업을 빠르게 정상 궤도에 올려 놓을 수 있었던 배경엔 이재현 회장의 '장기적인 비전'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사업 개척 당시 CJ제일제당 대표이사였던 이 회장은 해외 생산기지 구축과 함께 생산 설비에 투자하며 속도를 냈다. 이 회장은 대상이 라이신 사업을 매각한 1998년엔 인도네시아 라이신 공장의 생산능력을 2배 증설하는 등 선견지명을 가지고 이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이 회장은 10년간 다른 사업에서 번 돈을 해외 투자에 집중해 생산량 경쟁에도 앞서나갔다. 앞서 브라질, 중국 선양 등에 진출했던 CJ제일제당은 2010년 중국에 추가 공장 건설을 결정했으며 2011년과 2012년에는 말레이시아와 미국 투자를 단행했다. 2015년엔 프랑스 아르케마사와 손잡고 말레이시아에 L-메치오닌 공장을 건립해 라이신 생산라인을 구축한 바 있다. 최근엔 중국 하이더사를 인수하면서 기존 사료용 아미노산에서 기능성 아미노산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영역을 넓히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추세에 따라 이 회장의 ‘월드베스트CJ’ 달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다. CJ제일제당 바이오부문 매출은 지난해 2조1549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해외 시장 상황도 우호적이다. 큰 소비시장인 중국 내 라이신 가격은 1㎏당 8.8위안으로 지난해 6월 저점 대비 약 10% 상승했다. 게다가 경쟁사인 아지노모토가 브라질 라이신 공장을, 에보닉이 헝가리 쓰레오닌 공장 생산 중단을 예고한 점도 향후 바이오사업에 주도권을 거머질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home 권가림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