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영 승부조작 뿌리쳤지만… '신변보호' 전혀 안 되는 의경 축구선수

2018-10-15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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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대 장학영, 의경 선수에게 승부조작을 시도한 혐의로 구속
아산 측, “신고한 선수 신변 보호가 전혀 안 되고 있다”

아산 무궁화축구단에서 의경으로 대체 복무를 하는 선수가 거금을 뿌리치며 자존심을 지켰지만, 신변을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14일 부산 중부경찰서는 전 성남 FC 선수 장학영(37)을 승부조작을 시도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구속했다.

장학영 선수는 지난달 21일 오후 10시쯤 부산 코모도 호텔 한 객실서 경찰청 소속 아산 무궁화축구단 소속 A 선수에게 '다음 날 열리는 부산 아이파크와의 경기에서 전반 22분에 고의 퇴장당하라'며 5000만 원을 건네려 했다.

경찰은 사건이 발생하기 전인 지난달 17일 서울 청담동에 있는 한 주점에서 장학영 선수가 브로커로부터 '축구단을 설립하면 감독을 시켜줄 테니 아산 A 선수에게 5000만 원을 주겠다고 제의하라'는 프로축구 승부 조작 청탁을 받았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이 추적한 결과 브로커 일당은 이미 중국으로 도주하고 난 후였다.

이하 아산 무궁화축구단
이하 아산 무궁화축구단

아산 무궁화축구단은 경찰청과 아산시가 함께 운영하는 구단으로 K리그2(2부 리그) 소속이다. 아산 구단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은 모두 의무경찰이며 군 복무를 대체하고 있다.

A 선수는 이 제안을 거절하고 다음 날 새벽 경찰에 신고했다. 이에 한 달에 30여만 원을 받는 의경 신분임에도 거액을 포기하고 명예를 지킨 선수에게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A 선수는 의를 지켰지만, 신변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현재 국내 스포츠 업계에서 이뤄지는 승부조작은 주로 조직폭력배 사이에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프로야구 경기 승부조작에 가담한 대구 및 포항 지역을 기반으로 한 일명 '사보이파' 조직원 2명이 구속되고, 6명이 불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A 선수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면서 이미 많은 매체를 통해 실명이 공개됐지만 경찰 측은 어떤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아산 무궁화축구단 측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아산 측은 위키트리에 "구단 입장에서는 A 선수가 좋은 일, 칭찬받을 만한 일을 했지만 신변 보호가 전혀 안 되고 있다"라며 "A 선수가 아내와 자식이 있는 상황인데도 가족들에 대한 보호조차 이뤄지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아산 측은 이미 실명이 공개된 상황에 대해서 "지금이라도 보호받는 편이 좋을 것 같다"라며 "선수와 구단이 모두 걱정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산 측은 "선수 실명도 사실 공개가 안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아산 무궁화축구단은 경찰청에서 운영하는 구단이며, A 선수는 의경으로 대체 복무하고 있음에도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도 아쉬움을 표현했다. 더군다나 경찰청 산하 경찰대학은 지난달 18일 올해부터 선수를 충원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구단에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아산 측은 "내년에는 아산에 선수 14명밖에 남지 않는다"라며 "이 중 A 선수가 포함돼 있고, 내년에는 더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아산 측은 "안 좋은 상황에 놓인 선수들이 성적을 내야만 그나마 남을 수 있다며 팀워크를 다지고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A 선수가 소속된 경찰청 산하 부대 측도 이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무궁화축구단 소대장 B 경위는 "현재 연맹에서 A 선수 실명과 사진이 나가는 중"이라며 "관련 기사를 막고 있다"라고 말했다. B 경위는 "A 선수가 힘들어한다"라고 덧붙였다.

B 경위는 "현재 브로커 조직이 어딘지 자세히 모르고, 해외로 도피한 상황"이라며 "현재 기사가 나간 여러 매체에 익명 조치를 취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B 경위는 차후 보호 조치로는 "부대 시설 내에서 보호를 받을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home 조영훈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