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만 깔면 영업 가능...다 죽으라는 거냐” 택시기사들이 '카카오 카풀' 반대하는 이유
2018-10-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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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카풀' 서비스 전면 중단 요구하며 파업 나선 택시기사들
18일 광화문 광장에 6만 명 운집...“택시업계 다 죽으라는 것”
카카오 '카풀' 앱 출시에 반발해 택시업계가 파업을 결의하고 광화문에 모였다. 18일 광화문 광장에 모인 택시기사들은 카카오가 불법 유사택시영업으로 생존권을 위협한다고 주장하며 '카카오 카풀' 서비스 전면 중단을 요구했다.
전국 택시노동조합연맹 등 개인·법인택시 종사자들은 18일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 오후 2시부터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 공식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날 광장에서 열린 '택시종사자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는 6만 명 가량 택시기사들이 참가했다.
광화문 광장은 전국에서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택시기사들로 매우 혼잡했다. 광화문 바로 앞에서부터 세종문화회관 인근, 이순신 장군 동상에 이르기까지 50~60대 집회 참가자들로 북적였다. 사람이 너무 많아 경찰이 단상 가까이 가려는 사람들을 제지할 정도였다.
결의대회 참가자들은 저마다 '카풀 앱 불법영업 OUT', '카풀 빙자 자가용 불법영업 퇴출', '여객 운송질서 확립' 등 글씨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투쟁"을 외쳤다. 광화문 광장 곳곳에는 각 지역 택시조합 깃발들과 '카풀' 불법영업을 규탄하는 문구가 담긴 깃발들이 나부꼈다.
집회 결의문에서 참가자들은 "카풀앱은 여객법에서 규정한 순수한 카풀과는 거리가 먼 상업적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는 불법영업행위이다. 공유경제 운운하며 법률의 틈바구니를 파고들어 마치 스타트업인 것처럼 포장하여 자가용의 택시영업을 자행하는 불법 카풀앱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입을 모아 '카풀' 앱 서비스가 '불법 자가용 영업'이라며 택시업계를 모두 사장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가 준비하고 있는 '카풀' 앱은 자가용 출퇴근자와 같은 방향 승객을 매칭해 '카풀' 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서울에서 개인택시를 운영하는 A(60) 씨는 "앱만 깔면 돈 받고 택시영업이 가능한 거다. 그럼 택시기사들은 (택시) 다 팔고 자가용으로 바꿔야 된다"라고 비판했다. 법인택시를 운영하는 B씨는 "굳이 자격증 따서 택시기사할 필요도 없다. 세금도 안 내지 않나. 이게 개판 5분 전이 아니면 뭐냐"라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A씨는 "대기업이 서민들 피를 다 빼먹겠다는 거다. 여기 택시기사들 나이 먹고 겨우 먹고 살겠다고 나온 서민들이다. 돈벌이도 잘 안 돼 이직률이 높고 젊은 사람들이 없다"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하루 15~17시간 쪼그려 앉아서 화장실도 못 가고 일만 하는데도 하루 수입이 겨우 20만 원이다. 그 돈으로 기름값, 밥값, 차 수리비, 보험료에 쓰면 남는 게 없다"라며 "이건 죽느냐 사느냐 문제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카카오 측은 '카풀' 서비스가 택시업계와 공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최바다 카카오모빌리티 신사업 팀장은 지난 17일 tbs라디오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 인터뷰에서 '카카오 카풀' 서비스는 "기존 대중교통 공급이 부족한 출퇴근이나 심야시간 등에" 이용할 수 있다며 "택시를 타고 싶어도 못 타는 분들 위주로 이 카풀 서비스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택시기사들 입장은 다르다. A씨는 "출퇴근 시간을 구체적으로 언제로 설정하겠다는 기준도 없을 뿐더러 실제로 그 앱을 출퇴근 시간 이외에 못 쓰게 할 수 있냐"라고 반문했다.
범죄에 대한 책임 소재도 불분명하다는 우려도 나왔다. A씨는 "살다 보면 강력 범죄들이 분명 나타날 거다. (카카오 측은) 자가용 기사가 책임지라는 식인데 결국 책임 회피로 나오는 거 아니냐"라고 말했다.
택시기사들은 업계가 지나치게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C씨는 "택시는 합승도 안 된다. 또 관할지역 외에서는 영업도 할 수 없다. 카풀은 합승도 할 수 있고 지역도 넘나들 수 있지 않냐. 차라리 택시도 지역 규제를 풀어주고 합승도 풀어줘야 한다. 그러면 (택시 부족) 문제가 자연히 해결된다. 그걸 막아놓고 왜 카풀을 시행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라고 말했다.
택시기사들은 기존의 택시를 비판하는 여론을 의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나친 규제와 낮은 인건비, 치열한 경쟁환경으로 인해 나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개인택시를 운영하는 허성우(56) 씨는 "택시가 번화가 외에 다른 외곽지역에서 안 잡히는 것도 기사들이 한정된 시간에 더 돈이 되는 손님을 태우려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택시 요금도 서서히 물가에 따라 올리는 게 아니라 억제해놨다가 갑자기 어느 순간 높이 올린다. 우리나라는 일본에 비해 택시요금이 1/3 수준인데도 이런 요금 인상 충격이 반복되니 사람들도 택시요금이 비싸다고 느낀다"라고 말했다.
허 씨는 "물론 일부 난폭운전이나 탑승거부하는 택시기사들도 있다. 그런 점은 비판받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많은 기사분들은 양심적으로 열심히 일한다. 나는 오히려 난폭운전을 안 했다고 손님들한테 한 소리 들은 적도 많다. '빨리 가려고 택시 탔는데 신호 꼬박꼬박 지킨다'면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