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상처 칼이 뼈에 닿고서야 멈췄다” 강서구 PC방 피해자 담당의사 글

2018-10-19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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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직후 끔찍했던 피해자 상황을 전한 담당의사
“진짜 미친, 경악스럽고 혼란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셔터스톡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셔터스톡

의사 남궁인 씨가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해자 담당의사였다며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그는 "상처가 너무 많았다. 모든 상처는 칼이 뼈에 닿고서야 멈췄다"며 사건 직후 끔찍했던 피해자 상태를 말했다.

남궁인 씨는 19일 오후 자신의 블로그에 "2018.10.19"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기억이란 어느 하나 아프지 않은 것이 없다 : 네이버 블로그
남궁인 씨는 "나는 강서구 PC방 피해자의 담당의였다. 처음엔 사건에 대해 함구할 생각이었다"며 "당연히 환자 프라이버시를 위해서였고, 알리기에는 공공의 이익이 없다고 생각했다. 또한 사망 이후의 일은 내가 할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그 아침 이후로 혼자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으며 지냈다. 하지만 사건이 보도되기 시작하고 많은 사실이 공개됐다"며 "그러기에 이제 나는 입을 연다. 지금부터 내가 덧붙이는 사실은, 그가 이송된 것으로 알려진 병원의 그 시각 담당의가 나였다는 사실과, 그 뒤에 남겨진 나의 주관적인 생각뿐"이라고 했다.

남궁인 씨는 사건 직후 병원으로 이송된 피해자 상태를 말했다.

남궁인 씨는 "검은 티셔츠와 청바지에 더 이상 묻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피투성이였다"며 "상처가 너무 많았다. 모든 상처는 목과 얼굴, 칼을 막기 위했던 손에 있었다. 하나하나가 형태를 파괴할 정도로 깊었다. 피범벅을 닦아내자 얼굴에만 칼자국이 삼 십 개 정도 보였다"고 했다.

그는 "따라온 경찰이 손으로 범죄에 사용된 칼의 길이를 가늠해서 알려줬다. 그 길이를 보고 나는 생각했다. 보통 사람이 사람을 찔러도 칼을 사람의 몸으로 전부 넣지 않는다"며 "인간이 인간에게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가해자는 이 칼을 정말 끝까지 넣을 각오로 찔렀다. 모든 상처는 칼이 뼈에 닿고서야 멈췄다"고 말했다.

그는 "가해자가 미친 새X인 것은 당연하지만, 그럼에도 평생을 둔 뿌리 깊은 원한 없이 이런 짓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같이 온 경찰이 말다툼이 있어서 손님이 아르바이트생을 찌른 것이라고 알려 줬다. 둘은 이전에는 서로 알지 못했을 것이다. 진짜 미친, 경악스럽고 혼란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모든 의료진이 그 사실을 듣자마자 욕설을 뱉었다"고 했다.

남궁인 씨는 가해자에 대한 생각도 말했다.

남궁인 씨는 "그(가해자)가 우울증에 걸렸던 것은 그의 책임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우울증은 그에게 칼을 쥐여주지 않았다"며 "되려 심신 미약에 대한 논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울로 고통받는 수많은 사람들을 잠재적 살인마로 만드는 꼴"이라고 말했다.

지난 14일 PC방에서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30대 남성이 아르바이트생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살인 혐의로 A(30)씨를 이날 붙잡았다. A씨는 이날 오전 8시 10분쯤 강서구 한 PC방에서 아르바이트하던 B(21)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home 손기영 기자 sk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