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도 사람 살아요” 홍대 사람들이 말한 '노래퍼존'과 버스킹 논란

2018-10-29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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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주거지역이다" 불편 호소하는 연트럴 파크 인근 주민들
8시 이후 공연 금지 제한 시행하고 있지만 위반 사례 많아

지난주 포털과 SNS에서는 '홍대 노 래퍼 존'이 큰 관심을 끌었다.

지난 22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홍대에 노 래퍼 존이 등장했다"라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해당 사진에는 "최근 들어 래퍼 분들에 대한 손님들의 항의와 민원 신고가 많이 접수됐다. 너무 큰 대화, 욕설 등 항의가 들어와 래퍼 분들의 출입을 제한하기로 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인터넷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해당 사진에 관해 "홍대 힙합 버스킹도 시끄럽다", "자유롭게 공연도 못 하나", "이제 '노키즈 존'에 이어 '노 래퍼 존'까지 나왔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홍대입구역 3번 출구에서 시작하는 경의선 숲길(연트럴 파크) / 이하 변준수 기자
홍대입구역 3번 출구에서 시작하는 경의선 숲길(연트럴 파크) / 이하 변준수 기자

이 외에도 SNS 이용자들은 댓글을 통해 "홍대 연트럴 파크 인근으로 알고 있다", "해당 카페는 2015년 폐점했다" 등 관련 내용을 제보했다.

지난 28일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연트럴 파크'를 찾았다. '연트럴 파크'는 홍대입구역 경의선 출구인 3번 출구부터 시작되는 '경의선 숲길'을 말한다.

잔디밭 출입을 통제하는 플래카드
잔디밭 출입을 통제하는 플래카드

경의선 숲길 양옆에 위치한 카페는 대략 10여 개 정도였다. 10여 개 카페 가운데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과 같이 '노 래퍼 존' 경고문을 붙인 곳은 없었다. 하지만 해당 카페 점주들은 한목소리로 "힙합 하시는 분들이 소음을 유발하는 경우가 꽤 있다", "버스킹으로 인한 피해가 있다"라고 했다.

평소 주말마다 홍대를 방문한다고 밝힌 대학생 이 모 씨는 "카페에서 소란을 피우는 경우를 보기도 했지만 사람들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버스킹을 할 때 나는 소음"이라고 말했다.

A 카페 점주는 "날씨가 추워지면서 야외 공연을 하는 사람들이 줄었지만 지난 여름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이 나와서 공연을 했다"라고 전했다.

경의선 숲길에서 휴식을 취하는 시민들
경의선 숲길에서 휴식을 취하는 시민들

제보처럼 카페에서 소란을 피우는 버스커들도 있었다. 하지만 홍대입구역 인근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공연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더 큰 문제로 꼽았다. 같은 날 오후 1시부터 4시간 동안 취재를 하면서 거리공연을 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이날은 오전에 비가 왔고 온도가 낮아 공연에 적합한 환경은 아니었다.

경의선 숲길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있는 B 레스토랑 사장은 "우리 가게는 연트럴 파크에서 좀 떨어져 있어서 소음 피해가 적지만 인근 가네게들은 힘들어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단순히 래퍼들이 카페에서 소란스럽게 한 것만으로 출입금지를 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하며 "야외 공연으로 인해 주민과 사업자들, 버스커 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고 지적했다.

일부 영업장에서도 "(포스터를 붙인 카페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다. 주변 분위기를 해칠 정도로 시끄러운 공연이 펼쳐지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경의선 숲길은 주거지역과 함께 있다
경의선 숲길은 주거지역과 함께 있다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은 버스킹으로 인해 갈등이 생겼고 이것이 '노래퍼존'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카페와 식당을 나와 경의선 숲길 인근 주민들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연남 코오롱 하늘 아파트 주민 김 모 씨는 "해가 긴 여름에는 밤늦게까지 공연을 하기도 했다. 버스킹으로 인한 소음이 공연하는 분들에 대한 선입견을 만들었다"라고 했다.

인근 빌라에 사는 주민 정 모 씨도 "단순히 래퍼에게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이곳도 엄연히 주거지역인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밤낮으로 떠드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경의선 숲길 사업소에서 제작한 공연 제한 플래카드
경의선 숲길 사업소에서 제작한 공연 제한 플래카드

경의선 숲길 관리를 맡고 있는 서울시 서부공원 녹지사업소에도 공연 관련 민원이 접수되고 있었다. 사업소는 올 초까지 밤 10시 이후에 공연을 하지 않도록 권유했지만 민원이 늘어 공연 가능 시간을 오후 8시로 앞당겼다.

서부공원 녹지사업소 담당자는 "'노래퍼존'은 사업장에서 개별적으로 실시하는 내용으로 사업소와 관련이 없다. 다만 버스킹 공연으로 인한 소음 민원은 계속 접수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경의선 숲길 광고판
경의선 숲길 광고판

녹지사업소 담당자는 "경의선 숲길 공원에서 자유로운 예술활동과 표현을 장려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의 민원도 함께 받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소 측은 2018년 공식 접수된 버스킹 관련 민원이 5건이고 유선, 종합 민원을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많다고 언급했다.

담당자는 "일부 시민들이 공연을 허가제로 시행해달라고 요청했다. 관련 사항을 검토하고 있지만 현재 예술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사전허가 없이 공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라고 했다.

그는 "온도가 내려가면서 공연을 하는 사람이 줄고 있지만 날씨가 따뜻해지고 해가 길어지면 많은 민원이 들어올 것"이라고 했다.

home 변준수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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