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유통 10대 뉴스] 최저임금·오너갑질…로드숍 부도에 ‘살길 찾기’

2018-12-3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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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조 단위 투자…롯데·신세계, 온라인시장 대격돌
2년간 최저임금 인상률 29.1%…가맹점 출점 거리제한·무인화 바람
식음료 값 도미노 인상에 서민들 울상·로드샵 폭망에 온라인 강화

버거킹이 버거와 사이드메뉴 등 일부 제품의 가격을 100원씩 올린지 약 9개월 만에 배달서비스 메뉴에 포함되는 버거 24종과 사이드 메뉴 10종, 음료 5종 등을 200원씩 인상한다. 사진/뉴스1
버거킹이 버거와 사이드메뉴 등 일부 제품의 가격을 100원씩 올린지 약 9개월 만에 배달서비스 메뉴에 포함되는 버거 24종과 사이드 메뉴 10종, 음료 5종 등을 200원씩 인상한다. 사진/뉴스1

2018년 무술년 유통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내며 변화의 움직임이 눈에 띄는 시기였다. 갑질을 저지른 프랜차이즈 오너 일가가 사유화 했던 기업운영방식을 바꿀 응징이 가해졌고, 이물질 논란을 빚은 식품기업에 민심은 분노했다. H&B스토어, 온라인몰, 가정간편식 시장 성장은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

또 최저임금 인상과 경기 침체로 지친 편의점 점주들의 목소리가 정부에 전달되면서 18년 만에 가맹점 출점 거리 제한 제도가 부활했다. 식음료 가격인상, 화장품과 패션 등 로드숍 폐업이 속출하는 등 기업들도 힘든 2018년을 보냈다. 유통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10대 뉴스를 '위키트리'가 정리해봤다.

▲치킨·라면·과자·커피 등 도미노 가격 인상

올해 초부터 이어져 온 식품 가격 인상이 연말까지 지속되면서 서민가계 주머니를 가볍게 한 한해였다. 원유값이 상승하자 유업계의 가격 인상은 이어졌다. 서울우유가 가격 인상의 불을 댕기자 이어 남양유업, 삼양식품, 빙그레 등이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농심은 양파링, 새우깡, 자갈치 등 스낵류 19개 브랜드 출고 가격을, 팔도는 왕뚜껑·비빔면 가격을 올렸다.

특히 프랜차이즈도 매달 가격 인상을 발표하기 바빴다. 엔젤리너스·이디야커피 등을 비롯해 버거킹·롯데리아, 피자헛·미스터피자, BBQ치킨 등도 원재료 가격 상승과 인건비 부담을 내세워 가격 인상 행렬에 동참했다. 올해 16.4% 인상된 최저임금은 내년에 10.9% 더 오를 것으로 전망돼 물가 인상 도미노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추락한 로드숍 신화…연이은 적자에 시름

2000년대 중저가 화장품 전성시대를 열었던 로드숍들이 돈맥경화로 불리는 내수침체로 인해 일제히 실적이 뒷걸음질 치거나 적자가 나는 등 위기를 겪었다. 로드숍 화장품업계 1위인 이니스프리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598억원으로 전년 대비 13% 줄었고 에뛰드하우스는 76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로드숍 업계 2위인 더페이스샵 영업이익(241억원)은 무려 58.45%나 떨어졌다. ‘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라는 카피로 인기를 얻으며 한때 국내외 700개가 넘는 매장을 보유했던 스킨푸드는 경영악화로 지난 10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로드숍 전성기는 온라인 활성화와 경기침체에 맞물려 부도라는 최악의 위기를 몰고 왔다. 토니모리는 690개 매장 중에서 10여개를 줄였고 2016년 733개에 달했던 미샤는 700여개로 매장수를 줄이는 등 살기위한 몸부림을 친 한해였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왼쪽 네 번째)과 조윤성 한국편의점산업협회 회장(왼쪽 다섯 번째) 등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편의점업계 근거리 출점 자제를 위한 자율 규약 선포식'에서 이행확인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왼쪽 네 번째)과 조윤성 한국편의점산업협회 회장(왼쪽 다섯 번째) 등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편의점업계 근거리 출점 자제를 위한 자율 규약 선포식'에서 이행확인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

▲가맹점 출점 거리 제한 제도 부활…출혈경쟁 ‘단비’ 될까

최저임금 인상 여파는 자율규약 발표로 이어졌다. 편의점의 가맹점 출점 거리 제한 제도가 18년 만에 부활했다. 편의점 CU·GS25·세븐일레븐·미니스톱·씨스페이스 등 한국편의점산업협회 회원사와 비회원사인 이마트24 등 국내 주요 편의점 업체들이 참여해 제정한 편의점 자율규약 제정안을 공정거래위원회가 승인하면서 이뤄졌다. 편의점 점포가 4만개를 돌파한 가운데 무분별한 출점을 막아 가맹점주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반영한 결정이다. 타 브랜드의 편의점 간에도 상권 특성 및 담배 소매인 지정 거리기준 등을 고려해 50~100m 이내에는 추가 출점할 수 없게 됐다. 또 가맹점주가 경영상황 악화를 이유로 폐업을 원할 경우 가맹본부가 영업 위약금을 감경 또는 면제해 폐점 부담을 덜게 했다.

▲이커머스 100조원 시대…롯데-신세계 사활 건 ‘한판’

온라인쇼핑 규모 100조원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온라인사업은 롯데와 신세계 등 유통대기업들의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했다. '유통공룡'으로 불리는 롯데와 신세계는 오프라인 사업 성장 한계 등으로 올해 나란히 이커머스 사업에 대대적인 투자를 예고했다. 롯데는 향후 5년간 이커머스사업에 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롯데쇼핑은 지난 8월 롯데닷컴을 흡수합병하고 ‘e커머스 사업본부’를 신설, 2020년까지 계열사 온라인 채널을 통합한다는 청사진을 세웠다. 신세계는 최근 온라인 신설법인 신주 인수 계약을 체결하면서 해외투자운용사로 부터 1조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오는 2023년까지 매출 1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신세계그룹은 신세계와 이마트로부터 온라인 사업을 물적 분할, 두 법인을 합병해 새로운 온라인 법인을 신설한다는 방침이다.

교촌치킨은 권원강 교촌그룹 회장 6촌이 주방 직원에게 폭행 및 갑질을 한 영상이 공개돼 세간의 비난을 받았다. 사진/조선비즈 영상 캡처
교촌치킨은 권원강 교촌그룹 회장 6촌이 주방 직원에게 폭행 및 갑질을 한 영상이 공개돼 세간의 비난을 받았다. 사진/조선비즈 영상 캡처

▲ ‘프랜차이즈’ 오너가 잇단 갑집에 경영사퇴 등 '철퇴'

올해도 프랜차이즈 갑질은 끊이지 않았다. 교촌치킨은 권원강 교촌치킨 회장의 6촌 동생 권모 본부장 직원 폭행 영상이 공개되면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샘표는 대리점주가 대리점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창영상사’를 프로모션 관련 회의 참석에서 배제시키고 본사에서 지원하는 행사 직원 수를 축소하는 등 불이익을 주면서 관행처럼 갑질을 일삼아 온것으로 알려졌다.

김도균 탐앤탐스 대표는 지난 5월 우유 공급업체가 회사에 인센티브 명목으로 제공하는 ‘판매 장려금’을 횡령하는 등 개인의 배불리기에 바뻐 검찰 조사를 받았다. 치킨업계도 다사다난했다. bhc는 200억대 광고비 횡령 혐의로 가맹점주로부터 고발을 당했고 BBQ는 윤홍근 회장이 자녀 유학 생활비를 회삿돈으로 충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의 수사가 진행중이다.

▲가정간편식 시장 4조원 급성장…프랜차이즈도 ‘군침’

나홀로 사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연 4조원대의 가정간편식(Home Meal Replacement·HMR)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대기업들이 앞다퉈 HMR 제품 개발에 나섰다. 1인 가구 및 맞벌이가정 증가가 HMR 시장을 키운 핵심 배경이다. 이전까지 CJ제일제당, 동원F&B 등 종합식품회사들이 시장에 먼저 진출해 기선을 제압했다면 최근에는 새로운 경쟁자들이 안방을 파고들고 있다. CJ푸드빌의 ‘계절밥상’의 경우 돼지양념구이를 신제품으로 내놓았고 빕스는 인기 메뉴를 모은 가정간편식 ‘다이닝 인 더 박스’를 시범 판매하고 있다. 교촌치킨은 자체브랜드(PB) ‘맛솔’을 론칭해 닭갈비, 찜닭 등 메뉴를 개발했다. 백화점업계에선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에 이어 갤러리아가 자사가 운영하고 있는 식품 자체브랜드(PB) ‘고메이494’를 확장해 프리미엄 가정간편식을 선보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달 30일 런천미트 대장균 사태를 '원인불명'으로 결론 내림으로써 대상 청정원의 누명은 벗겨졌지만 기업 이미지 훼손에 대한 책임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달 30일 런천미트 대장균 사태를 '원인불명'으로 결론 내림으로써 대상 청정원의 누명은 벗겨졌지만 기업 이미지 훼손에 대한 책임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이물질·세균 논란에 멍든 식품업계

식품 위생 문제는 올해도 반복됐다. 대상 청정원은 ‘런천미트’ 이물질 논란에 곤욕을 치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0월 세균발육시험 결과 런천미트에 세균이 검출됐다며 회수조치 및 판매중지 명령을 내렸다. 식약처는 지난달 30일 오염 가능성에 대해선 '알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려 사건은 일단락 됐지만 여전히 대장균이 어떻게 유입됐는지는 오리무중이다. 분유에서 이물질이 나왔다는 의혹이 제기된 남양유업은 전 공정 자동화 생산, 의약품 제조설비 수준의 관리로 제조 과정에서 이물질 혼입은 절대 불가하다고 반박했고 공장 내부와 외부 공인기관 검사 결과 등을 공개하기도 했다. 롯데제과 샌드형 아이스크림 ‘옥동자 모나카’에서는 쇳덩이 2개가 발견돼 해당 제품과 같은 날 생산된 6000박스 전량을 회수 조치키로 했다.

▲중국서 방뺀 유통기업…동남아로 향한다

기존 사업부진에 더해 사드 배치가 종지부를 찍으면서 버틸 수 없던 대형 유통업체들이 중국서 발을 뺐다. 롯데그룹은 중국 사드 보복으로 지속 손실이 발생하던 120여곳의 중국 롯데마트를 모두 매각하거나 폐점했다. 이마트 역시 중국 사업 부진을 겪으면서 중국 내 자사 매장 6곳 중 5곳을 태국 유통기업 CP그룹에 일괄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롯데와 신세계는 아픔을 뒤로 한채 소비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는 동남아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롯데쇼핑은 현재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운영 중인 46개, 13개 점포를 2020년까지 각각 87개, 82개까지 점포망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이마트의 경우 필리핀 유통업계 2위인 ‘로빈슨스 리테일’과 이마트 브랜드를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내년 상반기 베트남 이마트 2호점을 열기로 했다. 중국 진출 초창기부터 오랜기간 영업적자와 폐점 등 실패의 아픔을 맞본만큼 동남아시장에서는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성장 속 ‘부진’ 대형마트, 체험형 점포로 승부수

올해 온라인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에 밀린 대형마트 업계가 생존을 위한 돌파구 찾기에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먼저 실적이 부진한 매장을 과감히 정리하며 점포 효율화에 속도를 냈다. 이마트는 대구 시지점과 인천 부평점을 각각 정리하고 내년 상반기 경기 고양 덕이점도 문을 닫을 예정이다. 롯데마트는 동대전점 1곳을 폐점했으며 홈플러스도 동김해점, 부천중동점 등 2개 점포 문을 닫았다. 업태 전환에도 박차를 가했다. 체험형 콘텐츠 강화로 모객효과와 체류시간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롯데는 지난 6일 오픈한 아울렛 기흥점에 실내 서핑샵, 펫 파크 등 다양한 체험형 콘텐츠를 늘렸다. 이마트는 강남에 ‘논현동 전문점’을 오픈하고 축구, 양궁, 사격 등 다양한 스포츠 게임과 더불어 VR놀이기구 등 각종 오락 콘텐츠를 마련했다.

▲최저임금 인상에…유통가 무인화 바람

최저임금이 2년간 29.1% 치솟는 초유의 사태에 유통업계에선 무인화 도입을 통해 인건비 절감을 하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과 손잡고 무인 슈퍼마켓을 비롯해 드론을 활용한 식음료 배달, 무인안내 시스템 구축 등 연구에 나섰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니스프리 일부 매장에 70인치 대형 화면을 터치해 필요한 제품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미니숍’을 설치했으며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자판기형 편의점 ‘세븐일레븐 익스프레스’, 인공지능 결제로봇 ‘브니’를 잇따라 선보였다. 롯데리아·맥도날드는 전국 매장 절반가량에 키오스크 시스템을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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