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폰 제출했다” 21시간 조사받고 귀가한 정준영

2019-03-1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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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총장' 누구냐 질문에 “조사 통해 말씀드리겠다”
승리·유리홀딩스 대표·아레나 전직원 카톡방 4명 조사

이성과의 성관계 장면을 불법 촬영해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정준영 / 뉴스원
이성과의 성관계 장면을 불법 촬영해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정준영 / 뉴스원

여성들과의 성관계 장면을 상대방의 동의 없이 촬영하고 유포한 혐의를 받는 가수 정준영(30)이 경찰에 출석해 21시간 넘게 조사받고 귀가했다.

정준영은 14일 오전 9시59분쯤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이튿날인 15일 오전 7시7분쯤 조사를 마치고 나왔다.

다소 피곤한 모습으로 고개를 숙이고 취재진 앞에 선 정준영은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성실하고 솔직하게 진술했다"고 입을 뗐다. 이어 "회자되고 있는 황금폰에 대해서도 있는 그대로 제출하고 솔직하게 모든 걸 다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정준영은 "경찰총장이 누구냐,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경찰에 대해 말한 게 누구냐"는 질문에는 "조사를 통해 말씀드리겠다"고만 답했다.

"불법촬영 혐의를 인정하는지, 경찰 누구에게 부탁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죄송합니다"만 작은 목소리로 연신 반복하던 정준영은 막아선 취재진을 지나쳐 준비된 카니발 차량에 탑승해 청사를 떠났다.

정준영은 앞서 출석 당시에도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쳐 드려서 너무 죄송하고 조사에 성실히 임하도록 하겠습니다"며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고 사죄한 바 있다.

정준영은 2015년 말부터 약 8개월 동안 여성들의 동의 없이 성관계 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지인들과의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이나 개인대화방에서 공유한 혐의를 받는다. 불법촬영 피해를 당한 여성은 10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승리의 '투자자 성매매 알선 의혹'을 수사하던 중 정준영이 승리와 함께 이용하던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불법촬영물로 의심되는 동영상을 유포한 정황을 확인하고 수사를 벌여 왔다.

정준영은 지난 11일 처음으로 불법촬영·유포 의혹이 불거지고 하루 만인 12일 오후 6시쯤 방송 촬영차 머물던 미국에서 귀국했다. 경찰은 정준영을 귀국 당일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입건하고 출국금지 조치했다.

정준영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남성 연예인들은 불법촬영 유포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대체로 부인하고 있으나, 대화 참여자 복수가 정준영과 함께 입건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카카오톡 단체 대화 내역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한 방정현 변호사(40)가 이들과 경찰 고위직 간의 유착 의혹까지 제기한 상황이다.

여기에 전날(13일) SBS가 2016년 당시 정준영의 '여자친구 불법촬영'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이 정준영의 휴대폰을 복원하던 사설 포렌식(디지털 증거분석) 업체에 '복원불가 확인서'를 요구한 정황이 드러나는 등 증거인멸·부실수사 의혹이 제기돼 파문은 더욱 커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날 경찰은 정준영의 모발과 소변 샘플을 제출받았으며, 정준영을 상대로 영상을 촬영하던 당시 상대방의 동의가 있었는지, 영상을 촬영하고 유포한 경위는 무엇인지를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투자자를 상대로 성접대를 한 혐의(성매매처벌법 위반)를 받는 가수 승리(본명 이승현·29)와 유리홀딩스 대표 유모씨(34), 아레나 전 직원으로 불법촬영, 성접대 연루 혐의를 받는 김모씨도 전날 경찰에 출석해 밤샘 조사를 받았다.

승리는 이날 취재진 앞에 서서 "병무청에 입영연기를 신청해 마지막까지 성실하게 조사받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휴대전화를 경찰에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날 조사에서 이들에게 성접대 자리가 실제로 있었는지, 이 과정에 여성들이 동원됐는지, 성접대 대가가 오갔는지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승리가 해외에서 상습적으로 불법 도박을 하고 외국에서도 성매매를 알선했다는 의혹과 관련 내사 착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위키트리 디자이너 김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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