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반기문 다시 손잡은 까닭은?

2019-03-2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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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전 총장, 미세먼지 범사회적기구 위원장 수락
진보는 환영, 보수는 비난 엇갈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은 21일 청와대 본관에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면담을 했다 /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은 21일 청와대 본관에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면담을 했다 / 청와대

"정치적 변신인가, 배신인가"

한때 진보와 보수를 대표하는 유력한 대권 주자로 정치적 경쟁자였던 문재인 대통령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손을 다시 잡았다.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요청한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사회적 기구 위원장을 반 전총장이 맡기로 하면서다.

문 대통령과 반 전 총장이 처음 일을 하게 된 것은 2003년 2월 출범한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에서 각각 민정수석과 외교 보좌관으로 같은 시기에 근무한 적이 있으며, 외교통상부 장관을 역임했던 반 전 총장이 2007년 1월 유엔사무총장에 취임하면서 헤어진 뒤 12년 만이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2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2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반 전 총장은 이날 청와대 출입 기자실이 있는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국가적 기구 출범에 관해 상세한 의견을 나눴다"며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야당 대표의 제안을 흔쾌히 수용하고 중책을 맡겨준 대통령의 뜻을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사회적 기구 구성과 함께 반 전 총장을 위원장으로 추천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의 제안을 수용했고, 노영민 비서실장을 통해 반 전 총장의 의사를 타진했었다.

문 대통령이 반 총장에게 이같은 요청을 한 배경에 대해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미세먼지가 국내적 문제뿐 아니고 중국과도 관련돼 있는 문제”라면서 “미세먼지 문제를 한중이 공통의 문제로 인식하고, 함께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일을 해주는 데 반기문 총장님만큼 더 적합한 분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만들어진 기구는 민간과 공공을 아우르는 범국가기구의 성격이다. 범국가라는 표현에 반기문 총장님만큼 적합한 분이 없다.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반 전 총장은 보수 세력의 비판을 의식한 듯 "망설임도 없잖아 있었다. 많은 분이 우려와 걱정을 표했다"고 말하며 그동안 고민했던 심경을 내비쳤다.

반 전 총장은 이 자리를 맡기로 한 가장 큰 이유로 "저를 위한 그분들의 충정을 이해하지만 지속가능한 발전과 기후변화 행동을 위해 외국에 나가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정작 우리 국민이 생명과 건강에 심대한 위협 받는 상황에서 어렵다고 회피하는 건 제 삶의 신조와 배치된다"는 점을 들었다.

반 전 총장은 "돌이켜 보면 제가 유엔 사무총장으로 재임한 10년은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 파리 기후변화협약 체결에 헌신한 기간이었고 국제사회가 이를 유엔 창설 후 최대 업적으로 평가하는 데 큰 자부심 있다. 퇴임 후 세계 곳곳을 다니며 파리기후변화 협약 이행과 지구 생태환경 복원 등을 위한 노력을 호소했다"면서 "이를 고려해 이번에 국가적 중책을 제의받았고 제 필생의 과제를 다시 한번 전면에서 실천할 기회라 생각해 수락했다"고 문 대통령의 요청을 받아들인 배경을 꽤 길게 설명했다.

반 전 총장이 이 자리를 맡기로 한데 대해 국민들과 정치권은 대체로 진보 세력은 환영, 보수 세력은 비난하는 반응을 보여 크게 엇갈렸다.

반 전 총장이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사회적 기구 위원장직을 수락한 것을 두고 표창원(민주당)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기대한다"고 말했고, 보수쪽 한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는 '문재인 정권의 하수인'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은 브리핑을 마친 후 "정계 복귀를 위한 행보가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연목구어(緣木求漁,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한다는 뜻의 사자성어)"라는 말로 일축했다고 김의겸 대변인이 전했다.

home 윤석진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