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전국 최초 '나무권리' 선언문 발표

2019-03-28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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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한 생명으로서 존엄성을 갖고 태어납니다.
사람과 나무는 벗이 되어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경기 고양시(시장 이재준)는 민선7기 새로운 비전과 핵심가치 및 정책목표를 담은 조화와 균형의 지속가능발전도시 구현을 위한 '전국 최초! 고양 나무권리선언'을 28일 오전 10시 고양시 호수공원(장미원 잔디광장)에서 성황리에 개최했다.

이하 고양시청
이하 고양시청

이날 선포식에는 고양시민, 공공조경가 그룹, 자원봉사자, 새내기공무원 등 약 200여 명이 함께 했으며, 이재준 고양시장의 전문 낭독을 시작으로 7명의 시민대표가 나무 하나 하나의 소중한 의미를 담은 조문을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사람과 나무가 공존하는, <고양 나무권리선언문>

<제1조> 나무는 한 생명으로서 존엄성을 갖고 태어납니다.

<제2조> 나무는 오랫동안 살아온 곳에 머무를 주거권이 있습니다.

<제3조> 나무는 고유한 특성과 성장 방식을 존중받아야 합니다.

<제4조> 숲은 나무가 모여 만든 가장 고귀한 공동체이며 생명의 모태입니다.

<제5조> 나무는 인위적인 위협이나 과도한 착취로부터 자유로워야 합니다.

<제6조> 사람과 나무는 벗이 되어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제7조> 나무의 권리는 제도로 보호받아야 합니다.

고양 나무권리선언문은 민선7기 시작과 함께 담당부서인 푸른도시사업소 녹지과에서 지난 8개월 동안 고양시민, 관련분야 전문가, 환경단체에서 제안한 의견을 수렴․자문해 완성한 것으로,

나무의 일반적인 가치와 쓰임을 넘어 우리와 같은 한 생명으로서의 존엄성과 미래의 동반자임을 확인하고 약속하는 시대 흐름적인 내용을 적절하게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재준 고양시장
이재준 고양시장

또한, 고양시는 이번 선포식을 통해 가로수의 무분별한 가지치기를 제한함과 동시에 30년 이상 된 나무의 벌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가로수 2열 식재를 의무화해 도시열섬화 및 미세먼지 저감에 앞장 설 것을 다시 한 번 약속했으며, 이로 인해 공공수목관리에 대한 기본 이념을 바로 세워 사람과 나무가 공존하는 생태·환경의 도시 고양으로 거듭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한 고양시민은 "그동안 아낌없이 주기만 했던 나무를 위해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있어 행복했고, 다가오는 식목일을 기념해 작은 나무에 밑거름을 나누어 주는 나무가꾸기 행사에도 동참할 수 있어 즐거웠다"는 소감을 남겼으며, 또 다른 시민은 "가까운 즐거움 보다 먼 미래의 우리를 위해 노력하는 고양시의 발전적인 모습이 인상 깊었다"는 말을 전했다.

고양 나무권리선언

나무는 자연공동체가 맺은 상생의 약속에 오랫동안 충실해 왔습니다.

뿌리로는 옥토를, 잎으로는 맑은 공기와 구름을, 열매로는 식량을 빚어내고

그 자신마저 온전히 목재로 베풀었습니다.

사람은 생존에 허용된 범위를 넘어 나무를 착취해 왔습니다.

한 도시만큼의 숲을 벌채해 수십만 채의 주택을 짓고 개발이익을 얻었습니다.

건물의 회색빛을 희석하기 위해 생태계의 조화를 고려하지 않은 채

잘 살아남는 묘목 중심으로 다시 식재를 거듭했습니다.

나무가 울창해지면 시야를 가린다는 이유로 가지를 앙상히 잘라냈고,

태풍과 폭우로 상처 입은 나무는 흉물스럽다는 이유로 베어냈습니다.

뜨거워진 대지와 먼지로 가득한 대기는 나무의 마지막 호소입니다.

인간의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나무의 권리일지라도

인권과 마찬가지로 인정하고 존중해야 합니다.

이에, 105만 고양시민은 다음과 같은 원칙과 규정에 동의하며

나무의 권리를 지켜나갈 것을 널리 선포합니다.

<제1조> 나무는 한 생명으로서 존엄성을 갖고 태어납니다.

나무가 땅에 뿌리내리는 순간,

그곳이 개인의 토지일지라도 나무는 소유를 넘어 생명이 됩니다.

생명의 무게는 단순한 경제논리로 저울질 할 수 없습니다.

사람과 나무는 서로에게 삶을 기대어 온 동등한 유기체임을 인정하고

그에 걸맞는 존중과 예우를 갖추어야 합니다.

<제2조> 나무는 오랫동안 살아온 곳에 머무를 주거권이 있습니다.

나무는 제 나는 곳을 선택할 수 없고 움직일 수 없지만,

환경에 맞추어 자신의 삶을 가장 역동적으로 일구어 갑니다.

양분을 찾아 바위를 뚫고, 해가 있는 곳으로 중력을 거슬러 뻗어나갑니다.

거목의 단단함과 견고함은 혹독한 환경에 맞선 치열한 사투의 결과입니다.

작은 이익을 얻고자 수십 년 살아온 나무의 거처를 옮기는 것은

나무의 절대 생존을 위협하는 행위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제3조> 나무는 고유한 특성과 성장 방식을 존중받아야 합니다.

나무는 각기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저마다 다른 식생, 향기, 성장 속도와 방식을 갖고 태어납니다.

경제적 가치와 미관이라는 사람의 관점에서 나무를 심는 것이 아니라

나무가 선호하는 기후와 풍토에 맞추어 식재해야 하며,

생장을 위한 최소한의 터전과 영양을 확보해 주어야 합니다.

<제4조> 숲은 나무가 모여 만든 가장 고귀한 공동체이며 생명의 모태입니다.

나무는 숲이라는 군락지를 만들어 그들끼리 함께 살아갑니다.

숲은 크고 작은 식물과 곤충, 조류가 경쟁하고 공존하는 생태공동체입니다.

한 도시의 완성은 건물이 아닌 숲입니다.

도시에는 일정량의 숲과 공원을 조성해야 하며,

이는 인공시설물 위주가 아닌 자연에 가장 가까운 모습이어야 합니다.

<제5조> 나무는 인위적인 위협이나 과도한 착취로부터 자유로워야 합니다.

수형을 다듬기 위한 무분별한 가지치기,

준비 없는 마구잡이식 공사로 나무를 훼손하는 행위는 중단되어야 하며

재해로 다친 나무는 즉각 치료를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나무를 착취하여 얻은 막대한 이익을 돌려줄 의무가 있습니다.

빼앗은 나무의 공간만큼 녹지로 돌려주어야 하며

사람을 위해 나무를 심었다면 평생을 정성껏 보살펴야 합니다.

식재만 외칠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종이 사용도 생활 속에서 줄여나가야 합니다.

<제6조> 사람과 나무는 벗이 되어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지구상에서 수억 년을 진화해 온 나무는 생존의 지혜를 갖고 있습니다.

폭풍에 맞서 뿌리를 깊게 내린 나무에게 견고함을,

작은 탐욕에 매이지 않고 가을마다 무성한 잎을 스스로 덜어내며

더 큰 성장을 도모하는 나무에게 절제를 배웁니다.

나무와 사람은 같은 생활권 안에 어우러져 살아가야 하며

객체가 아닌 친구로서, 고통과 감정을 지닌 존재로서의 나무를 배려해야 합니다.

<제7조> 나무의 권리는 제도로 보호받아야 합니다.

우리가 외쳐 온 자연보호 구호는 때로는 허공만을 맴돌았습니다.

때로 자연보호는 사람의 이익을 위해 나무에게 베푸는 시혜일 뿐이었습니다.

스스로 표현하지 못하는 나무의 권리는 명문화되고 보호받아야 합니다.

우리는 생명으로서 누려야 하는 나무의 기본권을 인정하고,

나무의 관리방법을 강제성 있는 규정으로 정하여

사사로운 이익으로 기준이 흔들리지 않도록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이제 고양시는 가까운 즐거움보다는 먼 미래를 위해,

생태공동체의 회복을 위해 나무의 권리를 지켜 나가겠습니다.

오늘의 선언을 후대에 영구히 남기겠습니다.

그리하여 고양은 나무와 자연이 공존하는 생명의 땅으로 다시 태어날 것입니다.

home 이상열 기자 sylee@wikitree.co.kr